“제가 변호사님을 모시고 있을 때 결혼을 했습니다. 당시 변호사님은 스텔라라는 소박한 차를 가지고 계셨는데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제가 몰던 스텔라를 운전하고 오셔서 변호사님이 타시던 뒤에 우리부부를 타라는 거예요. 그리고는 결혼한 우리부부가 묵을 호텔까지 데려다 주겠다면서 운전해 가시는 거예요. 당황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죠. 당시는 그런 변호사님이었어요.”
인터뷰에 나온 당시의 운전기사의 눈에 이슬이 고였다. 이번에는 보좌관이었던 사람이 나와서 말한다.
“국회의원시절 출장을 가면 기사하고 제가 한방에서 자고 의원님은 다른 방을 쓰시게 했죠. 그런데 어느 날 저보고 돈도 없는데 셋이서 같이 자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물으시면서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당연히 좋다고 했죠. 의원님은 아랫사람이라고 격을 두시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어요.”
이번에는 그의 보좌관이었던 안희정 도지사가 나와서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정치자금 문제를 뒤집어쓰고 구속이 되려고 할 때였어요.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처럼 대통령은 모른 체 하거나 관련이 없다고 부인 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누군가 그 문제를 꼬집자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저와 동업자이자 동지관계라고 대놓고 얘기 하시더라구요.”
안희정 도지사는 그때가 다시 떠오른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번에는 대통령 선거당시 자원봉사를 했다는 유시민씨가 화면에 나타나 말했다.
“대통령은 가방끈 컴플렉스가 있었어요. 명문학교를 가지 못하고 상고만 졸업했다는 열등감이죠. 사실상 조중동의 기성언론이 노무현대통령을 무시했어요. 일부 국회의원들도 무시했구요. 대통령이 그걸 참지 못한 면이 있었죠. 그때 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방끈 콤플렉스가 있으신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그러면서 저도 명문대를 나왔고 글도 잘 쓰는데 왜 자원봉사를 나왔는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장점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한 거였지요. 그러면서 60명 정도 뽑는 사법고시에 합격하신 분이니까 그런 콤플렉스를 가지실 필요가 없다고 했죠.”
노무현대통령시절이다. 모임에 나가면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무시하는 감정표현과 함께 극단적인 거부감이 표출되곤 했다. 속칭 성골들이 엄청나게 자존심을 다친 것 같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나는 서울변두리 산동네의 임대아파트로 한 가난한 시인을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폐암3기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그는 하루 종일 혼자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나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같이 돈 없는 사람에게 정부에서 이렇게 좋은 아파트를 주는 정책을 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내 주제에 언제 이런 아파트에서 살아봤겠어요? 주민 센터에서 생계보조비도 줍니다. 혼자 이렇게 누워 있으니까 목욕을 시켜주러 오기도 해요. 굶을까봐 도시락을 가져다 주기도 하구요. 남들은 욕할지 몰라도 노무현 정권은 나 같은 힘든 사람들에게는 감사하죠.”
죽어가는 그의 말에는 진정이 묻어 있었다.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어야 민주국가 아닐까.
엄상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