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 의원이 지난 2월 21일 부산에서 열린 ‘친이-친박’ 지역의원 조찬 모임에 참석, 그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이군현 의원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메시지’를 친박 의원들에게 전달하려고 참석했다는 것이다. 메시지 핵심은 ‘귀국 뒤 자중할 테니 너무 앞서서 걱정하지 말라’는 것.
사실 친박 의원들은 ‘이재오’라는 말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지난 18대 총선 공천 때의 ‘대학살’을 절대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부산 회동에 참석하려 했을 때 친박 의원들 일부에선 반대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영남권 출신에다 평소 친박 의원들과도 자주 모임을 가지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터라 그의 참석을 ‘용인’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래도 이 의원과는 얘기가 통한다는 의미다. 그를 잘 아는 한 친이 의원은 “평소 합리적 성품에 논리적인 그가 저돌적인 이 전 최고위원의 단점을 보완하며 당내 화합의 전령사 역할을 수행한다면 친박과의 간극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 귀국을 앞두고 이군현 의원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이상득 김무성 의원 등이 만나는 ‘친이-친박’ 부산 회동에 참석한 계기는.
▲이상득 의원은 당의 원로이자 어른이다. 이 의원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에서 배출됐는데 당선시킨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정권이 성공하도록 우리가 도와야 할 책임까지 같이 있다’고 말했다. 친이 친박, 나이 지역, 구분 없이 의원들이 화합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당내 다양한 의원들을 만나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나도 흔쾌히 참석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3월에 정말 들어오나.
▲그때쯤 들어올 것 같다. 지금은 친박 친이 할 것 없이 대통령 만드는 데 책임진 사람들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귀국해서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3월 초에 온다’라거나 ‘지자체 선거 끝나고 온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마 선거 전에 들어올 것 같다.
―이 전 최고위원의 재·보선 출마 가능성은.
▲참여할 곳이 없다. 한나라당이 출마 가능한 곳이 5곳 중에서 3곳인데….
―당 일각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들어오더라도 이상득 의원 파워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당권 도전에 관심 있는 것 아닌가.
▲그건 지금 내가 판단 못하지만 정치가 생물인데 4월 재·보궐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게 좀 변수가 될 것이다.
―만약 재·보궐선거에서 최악의 패배를 기록하게 된다면 당 지도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 같은데.
▲내가 볼 때 조기전당대회의 개최는 지금으로선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아까 말한 대로 4월 재·보선이 상당히 예상 밖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온다면 그런 경우(당 지도부 쇄신을 위한 조기전당대회 개최)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조기전당 개최 문제는 현재 박희태 대표 체제의 유지를 바라는 이상득 의원 측과 재·보궐 선거 패배를 전제로 당 쇄신 차원의 조기 개최를 바라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 측의 의중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현재의 정치 상황이라면 여당의 재·보궐 선거 패배가 예상되고 그럴 경우 이상득-이재오 계파 간에 당 지도부 쇄신 전쟁이 불을 뿜을 가능성이 크다.
이군현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국내에 있을 때 자주 그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갈 때마다 복잡한 골목 때문에 집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는 이 전 최고위원이 40년 동안 스물 몇 평 슬라브 단독 주택에 살았다는 청렴성을 예로 들면서 “앞으로 대통령 꿈을 꿀 수 있는 좋은 정치인 아니냐”며 말을 맺었다.
성기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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