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어머니는 그 종교왕국에서 신도가 생산한 양말과 캬라멜을 보따리에 싸들고 팔러 다녔다. 어렸던 그는 손을 잡고 어머니의 보따리장사를 따라다녔다. 그 왕국에서 신도들은 계시를 받는다는 사나이를 하나님으로 모시는 주문을 암송했다. 신도들은 인간의 즉각적인 부활을 믿고 사람이 죽으면 매일같이 시신을 생수로 닦았다. 신도들은 나이어린 그에게 시신의 피부가 살아난다며 만져보라고 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그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게 그 걸 말했다. 선생님은 어떻게 어린아이에게 시신을 만지게 하느냐며 혀를 찼다. 그는 왕국이 운영하는 중고등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일반학교로 진학했다. 그가 성장하면서 단체에서 나와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 한 후 그는 큰 방송국의 이름 있는 시사프로 피디가 됐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 종교왕국 안에 있을 때는 전혀 몰랐어요. 나오니까 비로서 보이더라구요. 내가 방송국 피디가 된 걸 보고 그 단체 임원들이 꺼림칙해 하는 것 같았어요. 거기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종교프로그램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은밀한 종교단체뿐 아니라 대형교회들도 사실은 대부분 왕국을 이루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나무나 돌로 된 우상을 섬겼지만 지금은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을 요구하죠. 예수의 자리에 목사들이 서 있는 거예요. 그들은 절대적 권위를 가진 제사장 노릇까지 해요. 자기를 비판하면 저주를 받는다고 신도들을 세뇌시켜 버리죠.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승려들의 도박을 방송으로 내보냈다가 고생을 좀 했죠.”
“기독교 단체는 경험하셨고 불교단체는 어땠어요?”
“거기도 역시 독립된 왕국이더라구요. 자체에 입법 행정 사법권이 있고 신도들의 시주로 엄청난 돈을 가지고 있었어요. 행정책임자가 되면 일 년에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육백억원이 넘더라구요. 그러니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 거죠. 전국적인 큰 사찰들의 구조도 비슷했어요. 그런데 돈을 만지는 승려들 중에 도는 닦지 않고 가지고 있는 돈으로 도박을 하고 계집질을 하는 겁니다. 어느날 직접 도박에 참여하고 계집질을 한 승려가 제보를 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겁니다. 언론에서 종교문제를 다룰 때면 조심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 끝까지 괴롭히니까요. 계집질을 한 건 방영할 수가 없어 빼놓고 프로그램에서 도박만 다뤘죠. 명확한 범죄사실인데도 검찰이 꿈쩍을 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 때는 방송한 사람은 맥이 빠지는 겁니다. 얼마 후에 보니까 도박을 한 승려가 종교계 대표자격으로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은 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검찰이 아는 척도 하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했죠.”
방황하는 불쌍한 영혼들을 잡아다 자신들 종교왕국의 노예로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 종교적으로 최면이 된 사람들은 자신이 노예가 된 줄을 자각하지 못한다. 썩어있는 왕국이 된 종교단체를 많이 경험했다. 그들의 표 때문에 정치권은 무릎을 꿇는다. 지역의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는 그들이 누구는 안 되 하면 지적되는 인물은 선거에서 당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나 부처가 다시 이 땅에 오면 교회나 절에는 가지 않을 것 같다. 물건을 도둑질 하는 절도범보다 한 인간의 영혼을 훔치는 존재들은 더 사악한 나쁜 놈이다.
엄상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