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내린 집중호우 빗물이 배수로를 통해 빠져나가지 못해 도로를 점거했다.
[경남=일요신문] 정민규 기자 = 거제지역에 집중호우 시에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도로침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거제시는 자연재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역민들은 무분별한 개발과 우수관로 설계가 잘못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민들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 8시 30분경 집중호우가 내리는 상습침수지역에서 1km가량을 도보로 현장답사를 실시했다.
우선 1차 침수지역인 상동교는 교량 옆에 농수관로와 우수관로(거리 8m, 깊이 0.8m, 폭 1m)가 합쳐진 곳에 수문(가로 0.6m, 세로 0.8m)을 설치 후 빗물이 빠져나가도록 설치된 상태였다.
하지만 내리는 호우에 비해서 수문이 좁고, 용산교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려온 빗물과 만나 병목현상이 생겨 인근 도로변의 물을 배수하지 못해 도로침수가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호우 때마다 집안으로 물이 침투해 피해를 보고 있는 인근 주민은 시에 이러한 사실을 알려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러한 현상이 용산교에서도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도보로 이동해 확인해 봤다.
용산교와 상동교는 거의 흡사한 형태로 되어 있었다. 다른 점은 수문을 기계식으로 설치해 농번기에는 닫고, 장마 시에는 열어두는 구조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집중호우 시 수문(가로 1.7m, 세로 1m)이 반만 열려진 상태로 당일 내린 폭우 308mm의 빗물을 감당한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만일, 배수 수문이 완전히 열린 상태였다면 침수 구역을 지나는 차량들이 시동이 꺼지는 피해를 안 입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 성립된다. 이날 목격된 침수된 차량은 10여대 이상이었다.
상습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변 빗물 병목현상 해소를 위한 추가 수문 등을 설치해 상동교와 용산교로 분산 배수할 수 있으나, 그대로 둔 채 반복적으로 도로침수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모르는 시민들은 피해를 입어도 말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또한 고현항재개발사업으로 고현천과 연초천이 만나는 지점에서도 병목현상이 생겨, 연초천의 물살에 밀린 고현천의 물길이 바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연초천의 물살을 타고 바다로 빠져 나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만조와 겹치는 시간대에는 거제시 고현동 일대는 우수관로 역류현상이 발생해, 시내 곳곳이 침수되는 물난리를 겪었다.
문제의 수문을 관리하는 관리청을 찾기 위해 거제시 상문동주민센터 관계자에게 문의했다.
이 관계자는 “농어촌공사가 관리하지만 수문은 완전히 열었다”고 주장했으나, 본지 취재과정에서 반만 열린 것을 확인했다고 되묻자 해명하지 못했다.
거제시청 관계자는 “관할 동사무소가 임의적으로 관리하나 뚜렷한 관리주체는 없다”고 밝혔다.
거제시 도로과 관계자는 “상문동 국도14호선 인터체인지 인근 상습 도로 침수를 해소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해 곧 시설보수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습 도로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은 “상동교·용산교 우수배수로에 수문만 추가로 달면 간단하게 해결할 문제를 이토록 고통을 야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최소한의 시설개선으로 자연재해에 대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 자연재해라는 이유를 들어 내버려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거제시는 깨달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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