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친 이재오 그룹은 이번 입법전쟁에서 가장 강경하게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이명박 정권 창출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총대를 멨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이번 입법전쟁을 통해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타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상득 의원이 총지휘한 이번 입법전쟁이 직권상정 실패와 법안처리 불발로 이어졌을 경우 이 의원은 소장파 등으로부터 책임론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 공간을 이용해 보다 용이하게 정계복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막판에 이 의원을 확실하게 살려주면서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도 더욱 여의치 않게 됐다. 그의 귀국이 예정보다 더욱 늦어지게 된 것도 입법전쟁의 결과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감기 몸살과 미국 대륙 횡단 등의 일정 때문에 이 전 최고위원이 귀국이 늦어진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상득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을 계속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방선거 등을 염두에 둔 친박그룹과의 조율과정에서 나온 양측 간 공동보조의 산물이다”라는 말들도 나온다.
친 이재오 세력이 이번 입법전쟁을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는 까닭도 현안 처리에는 일부 성공했지만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 공간을 열어주는 데는 일정부분 실패했다는 분석에서 나온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