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원색적인 근육의 힘 안에서 나는 무시당한 느낌이었다. 그들에게 변호사란 돈을 던져주면 허겁지겁 받는 그런 존재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과연 어떤 것이 그들을 보스로 만들었는지 나는 순간 호기심이 일었다. 그들이 특별히 덩치가 크거나 격투기 선수처럼 싸움기술이 있는 아닌 것 같았다.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한 가지만 여쭤 봐도 될까요?”
내가 끼어들어 그중 좌장격인 남자에게 물었다.
“뭡니까?”
그 남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 여기 계시는 분들 전국적인 조직의 보스인 걸 지금 말 중에 자랑하시잖아요? 저는 여러분이 먹물이라고 부르는 문약한 변호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하나님한테 ‘같이 죽게 해 주세요’ 하고 기도하고 한판 붙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런 경우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 말에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을 보면서 진짜 궁금했다. 그들도 나이 먹은 나약한 한 인간으로 보였다. 허세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들의 표정이 갑자기 얼어붙었다.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 중 한명이 갑자기 자세를 바로 하면서 말했다.
“잘못했습니다. 형님”
갑자기 호칭이 바뀌었다. 그 말을 들으니까 불안해 졌다.
어떤 조폭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건달들이 형님이라고 부르니까 좋아서 진짜 우쭐하다가 나중에 구덩이에 묻혀 혼 줄이 나는 그런 모습이었다.
“형님이라고 부르시면 제가 상당히 겁이 납니다. 형님 형님하고 부르다가 때리면 저는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저희가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리고 아까 물으셨는데 각오하시고 맞 짱을 뜨면 어떠냐고 하셨는데 그런 각오라면 저희가 집니다.”
그중 좌장격인 남자가 정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갑자기 다들 양같이 온순해 진 얼굴이었다. 내가 덧붙였다.
“저는 저녁식사에 초청받아 왔습니다. 아까부터 술들만 드시는데 그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제가 먼저 가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밥을 안 먹었습니다. 제 밥만 먼저 시켜주세요. 저녁식사에 초청받았으면 밥은 먹고 가야 할 거 아닙니까?”
그중 한명이 여종업원에서 다급하게 초밥을 내오라고 주문했다. 잠시 후 나온 초밥을 먹었다. 그중 좌장격인 남자를 다시 보니 초등학교 시절 알던 친구와 인상이 비슷한 게 원인모를 친근감이 들었다. 그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
“대충 나이도 비슷한데 앞으로 친하게 지냅시다. 어때요?”
“예 알겠습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의 행동이 건달사회에서 흔히 보는 독기 품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기싸움이 아니었다. 하늘에 대고 마음속으로 남과 싸우기보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면 맞아죽을 각오를 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사실은 장교 시절 철책선에서 순찰을 돌면서 유사시 포로가 되면 그 자리에서 차고 있는 권총으로 죽음을 선택해야 하지 않나 하고 마음을 먹었었다. 핵을 개발한 북한의 김정은이 이미 세계의 깡패가 되어있다.
강력한 원색적인 폭력을 가지면 개인이나 국가가 마찬가지인가 보다. 중동에서 위축되어 있던 이스라엘은 핵을 개발하자 깡패가 됐다.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세 나라를 단번에 점령했다. 덩치큰 아랍권도 핵이 무서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핵전쟁을 우려한 미국은 오히려 이스라엘을 도왔다. 팔레스타인 지역에 있었던 한 선교사 한테 직접 들었다.
이스라엘의 헬기가 그들의 대상목표인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있는 빌딩을 보고 공중에서 미사일을 쏘니까 건물전체가 그 자리에서 먼지투성이 콘크리트더미가 되는 걸 목격했다는 것이다. 아랍권도 세계도 아무도 그런 인권유린을 도와주지 않더라고 했다. 북한이 세계적인 깡패국가가 됐다. 우리도 각오를 해야 하지 않을까.
김정은은 빌게이츠보다 더 부자다. 햇볕정책으로 남쪽에서 받은 거액의 돈에 몇 천만 북한 동포를 노예같이 부리고 있는 왕이다. 세계에서 그런 부자가 있을까. 가진 게 있는 독재자는 약하다. 살라고 핵을 개발했지 망하려고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핵 한방 날리고 죽을 짓은 바보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 문제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우리의 각오가 아닐까. 죽는다는 각오가 있으면 사람은 산다.
엄상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