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부업체 A 사와 B 씨 사이에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은 지난 3월 말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구속된 B 씨의 차명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A 사의 한 임원 명의로 뭉칫돈이 송금된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사는 B 씨에게 총 세 차례(2004년 200억, 2005년 60억, 2006년 80억 원) 돈을 건넸다고 한다. 이 가운데 300억 원가량은 2007년까지 수시로 인출됐고 현재 40억 원가량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한다.
A 사는 지난 정권에서 급성장한 대부업체로 꼽힌다. A 사의 브랜드는 상당한 광고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할 정도. 강남지역의 한 사채업자는 “외국계인 A 사가 갑작스럽게 시장을 장악해 이를 두고 뭔가 특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도 “지난 정권 때 A 사를 실세가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3년 100억 원대이던 A 사의 매출액은 2004년 200억 원을 돌파했고 2006년 800억 원대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당기 순이익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때문에 검찰은 A 사가 지난 정권의 실세로 불리던 B 씨에게 돈을 건네고 그 대가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A 사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검찰은 B 씨가 받은 것으로 보이는 거액의 돈이 또 다른 어딘가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혼자서 이 돈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권양숙 여사(100만 달러)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 등(500만 달러)에게 건넨 돈을 사실상 노 전 대통령 것이라고 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검찰은 ‘박연차 리스트’와는 별도로 B 씨에 대한 수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B 씨 측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접촉했으나 “잘 모른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일단 검찰은 이 문제에 대해 최대한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전직 대통령 소환 조사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든 이상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들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은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노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돈에 비해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그 파장이 훨씬 클 것이라는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라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살인적인 이자와 불법 추심으로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대부업체로부터 수백억 원대의 돈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전 정권은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전 정권 인사들이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만큼 확실한 물증이 나오기 전까지는 은밀하게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인지 검찰 내에서도 A 사와 B 씨 간의 수상한 돈 거래 관련 내용들을 알고 있는 인사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압박용’으로 검찰이 이 사안을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 측과의 뜨거운 법정 다툼이 예상되는 터라 지금 확보하고 있는 자료들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것. 더군다나 전 정권에 대한 표적 수사라는 지적이 높은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 혐의 입증에 실패할 경우 쏟아질 비난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검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과 정치권에서 검찰 수사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분개하는 검사들이 많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모든 것을 원칙대로 수사해 밝혀내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검찰 청사가 위치한 서울 서초동 주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해온 대검 중수부가 지금까지 언론 등에 공개되지 않은 비장의 무기들을 숨겨 놓고 있을 것이란 말이 끊이질 않았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채 서면질의서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상황에서 검찰이 이 히든카드 중 하나를 꺼내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B 씨에 대한 자금 추적에 검찰 수뇌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