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두 번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얻은 성과에 ‘GS건설의 클린선언이 통했다’는 말이 나온다. GS건설은 이번 수주전에서 신고센터까지 도입하며 깨끗한 경쟁을 마케팅으로 활용했다. 재건축사업을 비롯해 혼탁하기만 한 건설사업 수주전의 프레임에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건설사의 신고센터 도입 배경이 어디에 있든 수주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 재건축 수주전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GS건설이 최초로 자체 신고센터를 운영했다. 한신4지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홈페이지 캡처.
한신4지구 수주전에서는 건설사가 재건축 수주전 최초로 자체 신고센터를 운영했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그동안 온갖 비리가 난무하기로 유명한 재건축 시장에서 공공기관이 아닌, 신고 대상자인 건설사가 직접 신고를 받겠다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GS건설 관계자는 “한신4지구에서 26건의 금품·향응 수수 제보를 받았으며, 미성 크로바에서 1건의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GS건설이 밝힌 신고 물품에는 현금 5만 원권, 명품가방, 벨트, 화장품 세트, 상품권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적발된 내용에 대한 수사의뢰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GS건설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청 등은 이미 상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현장점검도 나간다. 하지만 적발되는 건수가 거의 없어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다. 또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역시 불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 원 이하의 벌금‘만 감수하면 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단체는 민간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신고센터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감시팀 관계자는 “음성적으로 일어나는 금품수수는 내부 제보가 아니면 드러나기 어렵고 상대편을 의식한 폭로라고 하더라도 자정작용을 하기 때문에 그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며 “하지만 현재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는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민간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며 사업참여제한 수준의 엄격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GS건설의 신고센터 운영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7000만 원 이사비 지급 조항을 내세운 현대건설에 패한 직후 만든 ‘홧김용 조치’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9월 21일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적 통념에 벗어난 과도한 이사비 제공은 도시정비법 제11조 제5항에 벗어난다며 현대건설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사비 제공은 이미 제공 항목에서 뺐으며 원래부터 공사비에 포함되지 않은 특화 조건이어서 현재는 이에 상응하는 어떤 혜택을 제공해야 할지 조합과 합의하고 있다”며 “반포주공1단지 수주 과정에서 부정한 내용이 신고된 부분도 없다”고 말했다.
건설사의 자체 신고센터 운영은 이미지 마케팅 수단일 뿐이라는 분위기도 만만찮다. 그동안 다른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공공연하게 금품·향응을 제공했던 GS건설이 이제 와서 자신들과 상관없는 일인 척한다는 것이다. 앞의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추문이 있었던 GS건설이 이번 수주전에서 뜬금없이 혼자만 깨끗하다는 듯 행동하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반포주공1단지 수주 과정에서 GS건설도 조합원들에게 특급호텔 식사 대접을 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신4지구의 한 조합원은 “더 많은 조합원들이 GS건설의 손을 들어준 건 자이라는 브랜드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고작 며칠 신고센터를 운영한 것 가지고 얼마나 제대로 문제를 잡아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홍보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지금까지 GS건설만 깨끗했다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달 26일 클린 수주전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이후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26일 이후 우리 역시 금품·향응을 제공했다는 타 건설사의 주장은 전형적인 ‘물타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GS건설은 지난 17일 한국주택협회가 서울 논현동의 건설회관에서 개최한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에 불참했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도시정비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25개사의 임직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관계자는 “제보자 신원 보장, 문제 발견 시 2년간 입찰제한에 대한 구체안들을 결의하자고 제안했는데 이에 대한 답이 없어 불참했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