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점수가 아닌 자격증이나 수료증 등 적절한 보상이 있는 체험과 미래의 ‘나’를 그려볼 수 있는체험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은 키자니아 부산의 라면 연구 센터 수료 후 자격증을 들고 웃는 아이들.
[부산=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2017년 상반기 서점가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중 하나는 바로 ‘자존감’ 관련 책이었다.
올해의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로 ‘욜로’와 함께 꼽힐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행복’에 대한 탐색과 열망이 개개인의 인생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넌 행복하니?’라고 묻는다면 과연 어떤 답을 해줄까?
글로벌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 코리아(서울, 부산)는 지난 9월 수도권과 경상 지역 초등학생 총 2천명과 초등학생 부모 약 1천명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생활만족도, 자존감, 자녀 이해도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현재 나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질문에 전체 47%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부정적인 답변은 대다수 고학년으로부터 나왔다.
응답자 중 ▲저학년은 14%(132명) 밖에 되지 않으나 ▲고학년은 86%(808명)를 차지했다. 특히 3학년의 경우에는 65명에 그쳤으나, 4학년은 265명으로 나와 불과 1년 차이인데도 결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저학년과 고학년의 차이는 다른 결과에도 나타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학원 수를 묻는 질문에 3개 이상이라고 답한 ▲저학년은 14.8%(148명)인데 반해, ▲고학년은 57.8%(578명)로 나타났다.
하루 공부 시간이 3시간 이상이라는 ▲저학년은 7.8%(78명)이지만, ▲고학년은 63.2%(632명)로, 무려 8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학년이 높을수록 공부시간이 많아지고, 놀이시간은 현저히 줄어들면서 생활에 대한 불만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와의 소통에 대해서도 고학년은 부모와 이견을 보였다. 학부모의 경우 ▲전체의 74.6%(746명) 가 ‘자녀에 대해 잘 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달랐다. 전체 초등학생 응답자의 ▲73.8%(1476명)가 ‘부모님이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응답했으나 학년 별로 반응이 크게 갈렸다. ▲고학년의 경우 59.4%(594명)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고, 이것 역시 저학년에 비해 28% 정도 낮게 나타났다.
학업 과중, 낮은 만족감, 부모와의 공감 약화는 아이들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자존감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고학년일수록 자존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학년은 87.4% (874명)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고학년은 57%(570명)만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 결과는 부모의 답변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왔다.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는 42.3%가 아이가 잘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한 데에 비해 고학년 부모는 25.5%로 낮게 나타났다.
부모교육연구소 박영님 소장은 “같은 초등학생이라도 고학년이 되면 학습 환경이 확 바뀐다. 이전과는 달리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선행학습이다 뭐다 학습량도 많아지고, 덩달아 학업 성취도에 따라 교사나 또래 아이들로부터 비교 당하거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기에 이전까지 칭찬과 응원을 해주던 부모님에게도 갑작스레 타박, 잔소리 등의 부정적 메시지를 받게 된다. 자존감이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며 우려의 뜻을 먼저 밝혔다. 이어서, 아이의 자존감은 크고 작은 성공경험을 통해 길러진다고 조언했다.
작게는 집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심부름과 과제를 주고, 이를 성취했을 때 칭찬을 지속적으로 해주고 ▲대화를 통해 아이에게 부모가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성적이 아닌 자격증·증명서 등 보상이 있는 체험 ▲미래의 ‘나’를 스스로 상상하고 그려볼 수 있는 체험 등을 자주 하게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높일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