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조문 정국은 끝났다” 민주당 “여론조작 누가 믿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최근 일련의 조사를 보면 우리가 (지지율을) 재역전했고 10%p 이상 앞선 걸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조문정국의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빨리 국회를 열어서 민생문제 등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인용한 여론조사 수치는 지난 15일 폴리뉴스와 모노리서치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67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 설문조사(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 ±2.99%)를 실시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32.9%, 민주당은 20.8%를 기록해 한나라당이 지지율에서 12.1%p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1일의 같은 조사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27.9%, 28.2%로 민주당이 0.3%p 앞선 바 있다. 2주 동안 한나라당은 5.0%p 높아진 반면 민주당은 7.4%p 떨어진 것.
한나라당은 이보다 앞선 지난 13일 당 소속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조문정국’이 끝났음을 주장하고 있다. 여의도연구소 조사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54%) 한나라당이 30.4%, 민주당이 24.3%를 기록해 한나라당이 지지도에서 6.1%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여의도연구소의 지난 7일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24.1%, 민주당 29.2%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주장은 다르다. 민주당은 당 소속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 16일 실시한 자체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이 35.3%, 한나라당이 26.7%로 나와 여전히 8.6%p 앞서 있다고 주장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한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여론조작을 해가지고 발표한 것을 누가 믿겠느냐”며 한나라당의 자체 조사결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상황.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각 당이 우세하게 나온 당 자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두 조사의 결과 격차가 큰 차이가 나는 데다 세부적인 기초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는 흥미롭다. 지난 1일과 15일 두 차례 지지도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23.4%→23.8%로 거의 변동이 없던 반면 민주당은 31.4%→23.8%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것. 양당의 주장과는 달리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결국 15일 조사에선 동률의 지지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궁금한 점은 과연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조문정국’이 끝난 것인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지의 여부다.
이와 관련해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민주당 지지율 지속 여부’에 대한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이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변수만 놓고 본다면 현 추세가 2개월 내외 정도 지속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근거는 지난 2006년 5월 20일에 일어났던 ‘박근혜 전 대표의 피습 사건’ 이후 여론의 흐름이다.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던 도중 괴한으로부터 피습을 당했었다. 이후에 실시됐던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당시 리얼미터 조사 이래 최고치인 48%를 기록해 열린우리당보다 무려 28%p 앞섰고, 당시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에게 22%p 격차로 앞서 있던 오세훈 후보는 피습 이후 30.5%p까지 격차를 벌이게 됐다.
이 대표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과거 주요 이슈들의 뉴스 보도를 돌이켜보면 대략 2~3개월 정도 (그 효과가)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는 “‘민심 관성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분석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의 49재인 7월 10일까지는 적어도 노 전 대통령 서거 변수가 정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
대부분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지율 수치만으로 각 당의 해석처럼 결론내리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 역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현 시국을 정략적으로만 활용하는 데 그친다면 민심도 진정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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