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틀어놓고 작업하던 인부들이 시끄럽게 군다는 이유로 그 아파트에서 사는 40대 입주민이 칼로 밧줄을 잘라버린 일이 생긴 것이다.
이에 앞서 한 달 전쯤 서울의 한 아파트 60대 입주민이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 이웃과 오랜 시비 끝에 살인으로 이어졌다.
두 사건 모두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욱’하고 저지른 분노장애 범죄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5 통계연보’에 따르면 상해나 폭행 등 폭력범죄 37만2000건 중 우발적 범죄 또는 현실 불만 관련 범죄가 14만8000건으로 41.3%를 차지했다.
살인이나 살인미수 범죄 건수 975건 가운데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이 원인인 범죄도 403건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4명이 홧김에 범죄를 저질렀다.
온종합병원 김인세 의료원장의 특강 장면
온종합병원 김인세 의료원장은 지난 18일 열린 한국건강대학에서 ‘내 감정 조절법’이란 제목의 이색특강을 통해 분노조절에 점점 둔감해지는 어르신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줬다.
사람들은 분노하면 화를 내거나 참는다. 대개 목소리 큰 쪽이 더 유리한 결과라도 얻기라도 하듯 화는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김인세 원장은 일단 화나면 참지 않되, 무작정 버럭 화부터 돋우지 말고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라고 조언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눌러서 긍정적으로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타임아웃→탐색(Exploration)→평가(Estimation)→수정(Modification)’이라는 단계를 거쳐 분노를 조절하라고 로드맵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이를 두고 ‘자기 표현형 분노’라고 명명했다. 김 원장은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곰곰 다시 따져보고 내가 원하는 것을 고려해서 앞으로의 대응방법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예시도 들었다. 아래는 김인세 원장이 거론한 예시를 간략하게 재구성한 내용이다.
A는 병원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B를 목격한다. 자기에게 덮치는 연기가 몹시 거슬려 한소리 하고 싶어진다.
A가 말한다. “여보세요! 아픈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떻게 합니까? 담배 연기가 병원 안으로 다 들어가잖아요?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런지, 쯧쯧!”
B가 대꾸한다. “당신이 뭔데 잔소리야? 여기 흡연구역이라도 있어? 마땅히 담배 필 곳도 없는데, 그럼 어디서 피란 말이야? 그냥 네 갈 길이나 가라. 응”
이 같은 대응의 결말은 뻔하다. 거친 욕지기가 오가면서 멱살잡이나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김인세 의료원장은 이 상황에서 일단 ‘타임아웃!’부터 선언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표현형 분노 방식으로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김 원장의 조언에 따른 A의 말은 다음과 같다. “아픈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시니,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환자들이 호흡기 질환에 걸릴까 염려되네요.”
이는 내 감정표현은 자제하고 객관적 내용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라는 말로 읽힌다.
김인세 의료원장은 나름의 분노조절 수칙을 들었다. 그는 우선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른다면, 곧바로 대꾸하지 말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줘라”고 말했다.
또한 “나도 같이 화를 내거나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 건 결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설령 화로 맞받아친다고 해도 내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외려 또다시 상대의 화를 자극해 극한 충돌을 유발할 뿐이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특강 말미에 “오늘부터 누가 나를 화나게 한다면 당장 ‘타임아웃’부터 선언하자. 상대의 의중을 탐색(Exploration)하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평가(Estimation)한 다음, 상대에게 화를 버럭 내기보다는 수정(Modification)해서 대화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화내는 대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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