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준 교수 노거수와 마을숲
[경남=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애환과 정서가 그대로 스며든 살아 있는 문화재가 있다. 바로 노거수와 마을숲이다.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이상경) 사범대학 생물교육과 정계준 교수는 이 중요한 유산이 무관심과 관리 소홀로 사라지고 훼손되는 현실을 무척 가슴 아파하며 『노거수와 마을숲』(경상대학교 출판부, 46판 변형, 390쪽, 3만 원)을 펴냈다.
『조경수로 좋은 우리 자생수목』, 『365일 꽃피는 정원 가꾸기』 등으로 이 부문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정계준 교수가 들려주는 노거수와 마을숲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일제강점기인 1919년에 조선총독부는 노거수에 대한 최초의 연구 보고서인 『조선 노거수 명목지』를 발간하게 된다.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노거수와 함께했지만 정작 그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 정계준 교수는 우선 노거수와 마을숲의 개념을 살펴보고 그 연구사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함으로써 책을 시작하고 있다.
이 책에는 부산과 경남 지역의 노거수 109그루와 마을숲 108개소, 그 외 자연숲 17개소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노거수와 마을숲의 특징과 민속적ㆍ문화적 가치를 살펴본다. 그런 후에 각 지역별로 천연기념물 지정 노거수와 마을숲, 도 기념물 지정 노거수와 마을숲, 비지정이지만 보존 가치가 높거나 희귀한 노거수와 마을숲 등을 살펴보고 있다.
노거수와 마을숲의 가치와 특징, 현황과 위치, 유래와 이야기 등을 사진과 함께 수록하고 있어 초보자에게나 전문가에게나 모두 유용한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록에 경상남도의 노거수와 마을숲 목록을 다시 정리하여 싣고 있어 나무와 숲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단순히 노거수와 마을숲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적 보호와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래 동백나무 네 그루가 함께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됐던 경남 통영시 충렬사의 동백나무의 경우 현재 두 그루가 완전히 고사했고 한 그루는 고사 직전의 상태이고 사실상 겨우 한 그루만 남았는데도 문화재 자료에는 여전히 네 그루로 등재되어 있다.
게다가 고사의 원인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주먹구구로 관리하여 남아 있는 나무마저 수세가 더욱 약화되고 있다. 이 동백나무처럼 지정 해제가 필요한 노거수들인데도 여전히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정계준 교수는 “경남은 전국에서도 마을숲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통일신라 때 조성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숲으로 꼽히는 함양 상림이 있고, 전국 제일의 해안 방풍림이자 어부림인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있다. 게다가 홍수 방지 숲이면서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하동 송림도 있다. 이처럼 경남에는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마을숲 여럿이 있다. 그 외에도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경남에는 이들 못지않게 오래되고 풍광이 좋은 마을숲도 많다. 특히 남해와 창원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오래된 마을숲이 많이 남아 있고 보전 상태도 좋다. 지역의 큰 자원이자 자산으로 자랑할 만하다.”라고 경남과 부산의 노거수와 마을숲을 가장 먼저 책으로 낸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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