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여야간 자료제출 요구 공방을 지켜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은숙 기자
4일 검찰 인사위원회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취임 처음으로 열린 자리였다. 박상기 장관의 ‘인사 철칙’이 처음 드러난 자리이기도 했다. 박상기 장관은 그동안 법무부와 검찰 등에 “인사 2달 전에는 미리 인사 시점을 알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이번 인사위원회를 통해 이를 확정했다. 내년 2월 5일 평검사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결정한 것. 법무부 관계자는 “12월 4일 인사위원회는 내년 2월 5일 전후로 평검사를 하겠다는 것을 확정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검사들이 언제 인사가 날 지 몰라 불안·불편해 하던 것을 장관님 취임 후 개선시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검찰 내부에서는 ‘불투명한 인사 시점’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인사에 맞춰 이사 등 부동산 문제나 자녀들 교육 문제(전학) 등으로 불편을 토로하는 검사들이 많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원래 인사가 ‘난다’는 얘기는 2~3달 전부터 나오지만, 정확한 시점을 몰라서 애를 많이 먹곤 했다”며 “길어도 주말 사이, 짧으면 정말 주말 사이에 1~2년 간 살 집을 얻어야 하는데, 그게 쉽겠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원래 박근혜 정부 때는 평검사 인사가 1월 말~2월 말 정기적으로 이뤄졌다. 1년 단위로 약간의 시차가 있지만, 1월에서 2월 말 전에는 이뤄졌는데, 지난해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수사 등으로 제 때 인사를 하지 못했다. 결국 조기 대선 끝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총장, 검사장, 부장검사 등 간부급 검사 인사를 한 뒤 평검사 인사(8월)를 할 수 있었다. 내년 2월에 다시 평검사 인사를 하게 되면 약 8개월 만으로, 상당히 빠른 시점에 다시 인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통상 인사 발령 후 2주에서 3주 가량은 업무나 사건 파악을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손실’을 감안하고 감행하는 인사 결정이기도 하다.
당초 어제 인사위에서는 현재 공석인 검사장 3자리(대구고검 차장검사, 대전고검 차장검사, 대검 강력부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실제 주제로 상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위원회에서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국정원 수사 관련 구속 등에 따른 공백(검사장 인사)은 논의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검사장 공석이 크지 않기 때문에 논의 없이도 원포인트로 인사를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검사장 인사가 2월 평검사 인사에 앞서 이뤄질 경우 자연스레 문무일 총장이 리더십을 회복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는 수사에, 문무일 총장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대검찰청 분위기에 밝은 한 법조인은 “최근 대검에서 중앙지검 주도 수사가 ‘지나치게 오래 끌고 간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며 “만일 검사장 인사가 있을 경우 인사를 통해 이를 자연스레 ‘물갈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 역시 “이번 2월 인사 때 1년 가까이 고생한 검사들이 대부분 다른 지검, 지청으로 인사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고 설명했다. 앞선 법조인 역시 “작지만 검사장 인사가 있을 경우 승진하는 사람들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연쇄적인 인사 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문무일 총장이 이 과정에서 ‘자기 사람’을 더 중앙지검에 앉히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