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지난 9일 서울 용산역 ITX1 회의실에서 학교정상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가졌다.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폐교 위기로 치닫던 전북 남원의 서남대학교가 기사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 학교법인 서남학원 이사회가 부산의 온종합병원이 제출한 ‘서남대 정상화 계획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서남학원 이사회는 이 계획서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 ‘학교 정상화’ 안건으로 상정키로 했다.
사분위는 향후 설립자의 횡령금 333억 원의 보전 시기를 놓고 서남대 대책위 등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남학원 임시이사회(이사장 이홍기 우석대 교수)는 지난 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역 ITX1 회의실에서 이사 6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정상화 관련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이사회는 ‘서남대 정상화 대책위원회’ 대표자 자격으로 이정린 남원시의원을 출석시켜 교육부의 학교 폐교 결정에 대한 반대의견을 수렴했다.
이정린 시의원은 이 자리에서 “설립자에게 오히려 이득에 되는 교육부의 폐교방침은 철회돼야 한다”면서 “새 재정기여자로 참여한 부산 온종합병원이 서남대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서남학원 이사회는 이어 새 재정기여자로 나선 부산 온종합병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학교 정상화에 대한 병원 측의 의지와 재정상황 등을 따져 물었다.
온종합병원 김인세 의료원장은 임종수 행정원장이 대신 밝힌 ‘서남학원 이사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전북도민들의 분노, 남원시민들의 눈물, 학교 구성원들의 절규하는 몸부림을 보고 외면할 수 없어 학교 정상화에 뛰어들게 됐다”면서 “서남대를 인수하게 되면 의대 등 보건·의료계열과 공대 등을 중심으로 농촌과 산촌의 특성을 두루 갖춘 전북과 남원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해서 서남대학교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교육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온종합병원은 이를 위해 당장 교직원들의 체불임금 해소를 위해 현금 200억원을 투입하고 6개월에서 1년 이내 나머지 횡령금 133억원을 단계적으로 보전키로 했다.
또 매년 20억원씩 10년간 200억원을 서남대 발전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5년 이내에 1천억원대 가치의 온종합병원을 서남대 의대 부속병원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서남대 대책위 관계자들의 모습.
서남학원 이사회는 이날 온종합병원의 재정상황을 보고받고는 설립자의 횡령금 333억원의 일시 보전이 교육부가 제시하고 있는 학교 정상화의 전제조건인 점을 들면서 즉시 이행 여부를 물었다.
이에 온종합병원 측은 “우선적으로 200억여 원에 달하는 교직원들의 체불임금부터 해소한 뒤 단계적으로 보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거꾸로 설립자 횡령금 일시 보전 또는 변제라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처사를 따졌다.
또한 온종합병원 측은 최근 언론 보도를 제시하면서 “폐교되면 설립자가 저지른 횡령금 333억원이 자동 탕감되고, 법인 청산 뒤 예상되는 500억 원의 잔여 재산도 설립자 측에게 돌아간다는 보도를 봤다”면서 “설립자의 이익을 챙겨주게 되는 폐교보다는 학교를 살려서 수많은 교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게 정의로운 결정 아니냐”고 되물었다.
온종합병원 측은 이어 “학교를 조속히 정상화할 테니 횡령금 보전 절차는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법을 교육부는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종합병원 측의 ‘폐교는 설립자의 이익 보호’라는 주장에 서남학원 이사회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의 움직임을 보면 온종합병원 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게 교육계와 법조계의 중론이다.
현재 교육부는 학교 구조조정에 대비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핵심 내용은 서남대처럼 설립자의 재정비리로 폐교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킨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22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교육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한 교육부 김영철 기획조정실장은 관련 사립학교법 개정 취지를 설명하면서 “서남대가 폐교되면 학교법인 정관상 청산 뒤 잔여재산의 귀속자로 서남학원과 설립자가 동일한 신경학원과 서호학원이 지정돼 있어 잔여재산이 설립자 측에 귀속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입법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이 위헌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적지 않은 데다, 최종 관련 사학법이 개정되기까지는 시일이 촉박하므로 당장 폐교방침이 정해진 서남대에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결국 현 상황에서 교육부가 서남대 폐교를 강행하면 설립자는 가만히 앉아서 횡령금 333억원을 탕감 받고 법인 청산 뒤 잔여재산도 자녀들이 운영하는 다른 사학으로 흘러들어가도록 돼 있다.
서남대 대책위 관계자들은 이 점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서남대 이홍하 설립자가 이전에 종전이사 자격으로 학교 폐교를 전제로 한 학교 정상화 계획서를 사분위에 제출했으나, 당시에는 교육부가 횡령금 탕감과 잔여재산 설립자 측 귀속문제를 들어 반대해놓고 이제 와서 상황변화 없이 자꾸 서남대를 폐교하는 쪽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편, 서남대 정상화 대책위는 온종합병원의 학교 정상화 계획서가 교육부 등에서 받아들여질 때까지 청와대 앞과 교육부 등에서 시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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