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서울 민심을 끌어안고 완승을 거둔 바 있고, 원내 1당이었던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을 기점으로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것도 서울 지역에서 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18대 총선 때 민주당이 서울 지역에서 승리한 곳은 전체 48개 지역 중 7곳에 불과했다. 범민주계 거물인 무소속 정동영(당시 동작을) 의원과 손학규(종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총선 때 ‘서울 출마’ 승부수를 던진 배경에는 차기 대권을 겨냥한 ‘서울 장악’ 포석도 어느 정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정 의원과 손 전 대표 등 범민주계 잠룡들은 서울 지역구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을까. <일요신문>은 최근 민주당 서울시당이 작성한 ‘서울시지역위원장 계보 및 우호 성향’ 문건을 입수했다. 당 안팎에서 다양한 계파가 보이지 않는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의 현실을 반영하듯 민주당 서울시당 지역위원장들의 계보는 다양했다.
문건에 따르면 서울시 지역위원장 48명은 모두 7개의 계파로 분류돼 있다. 손 전 대표 계보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 의원 계보는 10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구 민주계(9명)·친노계(7명)·김근태계(5명)·천정배계(2명)·추미애(1명) 순이었고, 김덕규 전 의원(중랑을)은 유일하게 중립으로 분류됐다.
특이한 건 정 대표 계보는 단 1명도 없는 반면, 칩거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손 전 대표와 복당 논란 속에 여전히 당 외부에 머물고 있는 정 의원 계보가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 전 대표의 경우 지난해 총선 당시 당 대표로 공천권 행사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고, 두 번의 대권 도전 경력이 있는 정 의원 역시 민주당 대주주로서 여전히 무시 못할 계보를 장악하고 있음을 방증한 셈이다.
반면 정 대표는 전북 출신이란 지역적 한계와 대권에 도전한 경력이 없고, 지난해 총선 때도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 서울 지역구를 단 한 곳도 장악하지 못한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복잡한 계보 분석과 달리 서울 지역위원장들의 ‘우호 성향’에서는 정 대표가 단연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에 따르면 정 대표는 18명의 지역위원장을 우호 세력으로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도 정 대표와 같은 18명의 우호 세력을 구축하고 있어 건제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반면 손 전 대표는 우호 세력이 2명에 불과해 대조를 이뤘다. 김근태 고문은 4명, 추미애 의원은 3명, 친노계는 2명의 우호 세력을 확보하고 있고, 심재권 전 의원(강동을)은 중립으로 분류됐다. 이는 지난해 7월 당권을 장악한 이후 확고한 당내 입지를 다지면서 신주류 좌장으로 자리매김한 정 대표의 달라진 위상을 대변하고 있다. 반면 손 전 대표의 경우 장기간의 칩거생활로 계파 위원장들이 정 대표나 정 의원 쪽으로 우호 성향을 바꾼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현역 의원들 중에서는 정 의원의 우호 세력이 가장 많았다. 정동영계로 서울시당 위원장인 최규식(강북을) 의원을 비롯해 정동영계 핵심인 박영선(구로을) 의원, 구 민주계인 김희철(관악을)·김성순(송파병) 의원 등 4명이 정 의원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다. 추미애(광진을) 의원은 민주당 내 여성 잠룡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에서 계보와 우호 성향이 ‘추미애’로 적시돼 있었고, 이미경(은평갑) 의원과 전병헌(동작갑) 의원은 각각 정 대표와 손 전 대표에 대해 지지성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