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2월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당 정책연대의 과제와 발전방안’에서 악수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우선 통합시기를 놓고는 연내, 내년 1월 또는 3월, 지방선거 이후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최근에는 12월 22~24일 바른정당과 통합 선언을 한 후 내년 1월 15일 통합 찬반 투표를 위한 전당대회를 연다는 시나리오가 국민의당 내에서 불거져 논란이 됐으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그런 일정들을 논의한 바가 없다”며 일축했다.
하지만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역순 계산하면 통합을 선언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12월부터 1월까지의 시간이 중요하다. 그런 고려 속에서 로드맵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통합을 추진한다면 늦어도 1월 말까지는 통합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신설 합당의 경우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에 3월 초까지만 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통합속도를 더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호남 중진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스케줄에 맞춰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면 정말 당이 깨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바른정당과 후보 단일화에 일단 만족하고 긴 시간 반대파를 설득하려 노력해야 한다. 바른정당과 통합하느라 반대파 의원들이 탈당한다면 오히려 손해다.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과 후보 단일화를 해서 실제 성과가 나오면 반대파를 설득할 명분도 생긴다”고 했다.
안 대표 측이 통합 선언을 강행할 경우 반대파가 실제로 탈당을 결행할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 측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현재의 진행으로 보면 우리는 분열의 길로 가고 있다”며 “그렇게 가면 분당되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선언하고 통합을 선언하면 분당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 반대파가 탈당을 선언할 경우 그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민의당은 39명 가운데 23명이 호남 지역구 의원이다. 이들 중 김관영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어 20명 이상이 탈당을 결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통합 찬성파 측에서는 통합을 반대하는 의원들도 의견이 모두 세분화되어 있어 반드시 탈당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통합을 절대 반대하는 의원도 있지만 선거·정책연대는 찬성하는 의원들도 있다는 얘기다. 후자의 경우 얼마든지 설득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대파가 탈당하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으로 복당하거나 따로 정당을 만들게 된다. 반대파 중 민주당과의 연대를 주장했던 인물들이 많았던 만큼 복당 가능성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내년 국회의장 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 의원이 추가로 탈당해 자유한국당(한국당)에 합류할 경우 민주당은 제1당 지위를 빼앗기게 될 수도 있다. 제1당 지위를 빼앗겨 국회의장 자리를 야당에 넘겨주게 되면 여러 법안 통과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적극적으로 탈당 의원들을 영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는 반대로 민주당에서는 이미 국민의당 의원 지역구에 새로 지역위원장을 임명해놓은 상태기 때문에 복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 지지율이 높아 다음 총선 승리가 유력한 상황에서 이들의 합류를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까지는 바른정당 의원이 추가로 탈당해 한국당이 원내 1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낮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 탈당파가 합류해도 현재 121석인 민주당이 원내 과반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탈당파들이 신당을 만들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신당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노련한 호남 중진들이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양당이 통합에 성공해도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진짜 문제다. 수많은 반대에도 통합을 강행한 안철수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다면 정치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반대로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정당지지율이 19.2%로 수직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두 당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한 11.8%보다 7.4% 높은 수치였다. 이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은 11.7%로 3위에 머물렀다. 지방선거에서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양당은 광역시도 17곳 중 현역 단체장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를 생환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국민의당은 현역 광역시도 단체장이 없지만 서울 안철수, 전남지사 박지원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통합정당이 17개 광역시도 중 4곳에서 승리한다면 대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방선거 참패 시에는 곧바로 대규모 정계개편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원래 한국당으로 가려던 분들을 억지로 잡아놓은 것인데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과 통합해도 참패한다면 다들 떠나려 할 것”이라며 “이런 사정은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양당이 모두 자연 소멸돼 기껏해야 소수정당으로 남고 결국 과거 양당제로 정계가 개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당이 통합 이후 최종적으로 한국당과의 통합까지 나설지도 관심사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통합 후 반드시 한국당과도 통합하려 할 것”이라며 “안철수 대표가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연대는 열려 있고 국민의당과 끝나면 한국당하고도 선거연대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안철수 대표는 “한국당과는 선거연대 할 생각이 없다”면서 “바른정당이 한국당과 통합을 추진하면 국민의당과의 통합도 없다”고 못 박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