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문병을 한 다른 거물급 인사들과는 달리 광복절 휴일이었던 15일 오후 DJ를 ‘깜짝’ 병문안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 5분께 측근인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만 동행한 채 병원을 찾았고, 사전 연락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왜 사전 연락도 없이 조용한 병문안을 선택했을까.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대표의 조용한 병문안 배경에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DJ간의 정치적 앙금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문병 정국’이 한창 달아 올랐던 지난 8월 13일은 DJ가 36번째로 맞이하는 생환기념일이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8월 13일 DJ는 눈과 손발에 붕대가 감긴 채 서울 동교동 집 근처에서 발견됐다. DJ는 일본 도쿄에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납치돼 바다에 던져질 뻔했으나 미국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고 DJ 측은 해마다 이날을 ‘생환기념일’로 자축해 왔다.
DJ의 위독설을 접한 박 전 대표가 ‘DJ 도쿄피랍’ 생환 기념일이 겹치자 병문안 일정을 미루다 언론의 관심을 피해 광복절날 ‘깜짝’ 병문안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DJ 병문안 일정에 대해서는 측근들과 전혀 조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가 호남 민심과 DJ 변고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해 ‘깜짝’ 병문안을 선택했지만 아버지와 DJ간에 드리워진 역사적 그늘을 감안하면 ‘문병 정국’은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