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 지난 4일 사상공단 신발공장을 찾은 당시 모습.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자유한국당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4일 부산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뒤 곧바로 사상공단으로 달려갔다. 이 전 최고위원이 출마선언 후 첫 방문지로 사상공단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9남매 중 차남인 이 전 최고위원은 당시 또래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다. 그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경남 거창에서 부산 범내골 부근으로 이사를 왔다.
집 근처 신발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는 뜨거운 밥을 삼켜 ‘호호’하고 불던 넉넉한 입김과 오버랩되며 그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됐다. 또한 그 시절 사상공단은 부산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 5천 년간 이어져 온 질긴 가난의 고리를 끊어내고자 하는 열망의 장소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상공단은 시민들로부터 환경재앙의 주범으로 인식됐고, 공장들은 김해와 양산, 울산, 그리고 해외로 쫓겨났다. 그마저도 힘든 작은 공장들만 남아 부산경제의 명줄을 가늘게 이어가고 있다. 열망으로 가득 찼던 장소가 말 그대로 사상(死狀)공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된 것이다.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런 사상공단이 최근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난을 허덕이고 있다는 전언에 신발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사상공단에서 부산경제의 해답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부산을 서울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도시로 가꾸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갖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부산경제 활성화 해법은 부산시장 출사표에서 밝힌 ‘부산갈매기형 산업혁명 시대’로 요약된다. 그는 먼저 갈매기 형상을 하고 있다는 부산, 그 왼쪽 날개인 동부산권을 힐링 휴양관광 국제단지로 변모시키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오른쪽 날개인 사상공단 등 서북부권은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를 조성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일반 사람들은 물론, 언론인들마저 아직 생소하게 여기고 있는 말로는 주목 끌기 어렵다’며 말리고 있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
법대 출신인 이 전 최고위원은 이제 ‘4차 산업혁명’ 전도사로 변한 듯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부산에, 우리나라에 하루빨리 뿌리내리지 못하면 대한민국 경제와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진행된 어르신 대상 건강강좌에서도 ‘부산 갈매기형 산업혁명시대’를 언급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얘기했다.
그는 이날 “지금 대한민국은 박정희 시대처럼 배를 곯고 있을 만큼 가난하지는 않다”고 말한 뒤 “하지만 지금처럼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잃고 헤맨 적이 있었냐”고 반문했다.
이종혁 최고위원은 부산시장 출사표를 던지자마자 사상공단으로 달려간 이유를 “그곳에서 부산의, 나아가 세계의 청년들이 미래 희망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신념대로 사상공단에서 4차 산업혁명의 꽃이 피어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이제 그 관심은 붉고 선명한 기대감으로 바뀌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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