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만 평의 너른 구릉지대에 자리잡은 해남 보해농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매화밭이다. | ||
향연이 시작됐다. 잎보다 먼저 피어 봄을 알려주는 것이 매화다. 전국 몇 안되는 매화농장마다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다. 남녘 끝자락 전남 해남과 장흥에 있는 매화농장은 비교적 덜 알려진 매화명소. 절정에 이른 꽃들이 진한 향기를 품어내고 있다.
[해남군 보해농장]
땅끝마을 해남에 대규모 매화농장이 숨어 있다. 산이면 예정리에 있는 보해 농장(061-532-4959). 산이면은 해남에서도 목포시와 인접해 있다.
붉은 황토밭이 펼쳐지는 평범한 시골마을. 보해농장은 이곳 13만 평이나 되는 너른 구릉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국내 매화농장으로서는 최대규모다. 78년부터 심은 매화나무가 모두 1만5천여 주에 이른다.
종류도 다양해서 조생 품종이 먼저 꽃을 피우고 나면 잇달아 다른 나뭇가지에서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3월 초순부터 4월 초순까지 홍매화 백매화 청매화를 두루 감상할 수 있다. 한꺼번에 심느라 줄을 잘 맞춘 것이 자연미는 좀 떨어지지만 그 덕에 끝없이 이어지는 꽃터널이 장관을 이룬다.
매실주 회사가 제품생산을 위해 조림한 기업 사유지지만 홍보 차원에서 농원을 개방한 지 오래다. 꽃의 절정기인 지난 주말 매화와 월동배추 담그기, 매화꽃기차여행 같은 이벤트를 벌였다. 매화밭을 둘러싼 울타리 동백나무에는 탐스러운 꽃방울이 피었다가 툭툭 떨어지고 매화나무 그늘에는 키작은 야생화들. 구술붕이, 벌깨덩굴, 큰개불알꽃….
야트막한 구릉에 불과한 주성산 정상은 산이반도 전체를 굽어보기에 좋은 곳이다. 바람이라도 불면 물결치듯 흔들리는 매화꽃 ‘앙증맞은 몸짓’에 넋을 빼앗기고 만다.
▲교통: 서울에서는 먼저 광주까지 고속버스나 열차를 이용한 뒤 광주-해남 사이 직행버스 이용(서울-해남 사이 직행버스보다 편리하다). 해남읍에서 산이면까지는 군내버스 이용. 자가용은 해남에서 진도 방면 18번국도를 타고가다 상동리에서 806번지방도-산이반도 방향. 팻말이 작으므로 유의할 것. 10여 분 달리면 왼쪽에 보해 매실농원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서해안고속도로-목포IC-영산강 하구언을 넘으면 대불공단. 하구언 넘자마자 첫 번째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영암방조제-806번지방도를 이용해도 된다.
▲별미 & 숙박: 해남읍내에 천일식당 떡갈비와 명동정(061-536-3276) 꽃게장백반이 유명하다. 지역사람들이 즐겨 찾는 일가회관(533-8225)은 참고막과 보리싹을 넣어 끓이는 홍어애국이 별미. 대둔사 관광단지 전주식당(532-7696)은 표고버섯 요리로 남도음식문화축제에서 상을 받았다. 숙박은 읍내 프린스장(536-6225)이 시설도 좋고 사우나도 갖췄다. 대둔사 가는 길 태산모텔(535-4090)도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찜질방이 시내에 두 곳 있다.
▲ 장흥 청매원농원은 관광객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저 조용히 꽃구경만 하고 갈밖에. | ||
안양면 운흥리 요곡마을. 옹기종기 모여 밭농사, 논농사를 짓고 있는 촌락. 그 마을 뒤쪽으로 하얗게 매화꽃에 덮인 청매원농원(061-862-4041)을 만날 수 있다. 사자산 자락에 자리깔고 앉은 청매원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산의 정기를 느끼게 한다.
건물 두 채가 있어 사람이 사는 것을 짐작하게 하지만 집을 지키는 것은 낯선이를 향해 하염없이 짖어대는 큰 개 한 마리와 철부지 강아지가 전부. 4만 평 규모의 농장에 매화꽃은 스스스로 꽃을 피우고 벌을 불러모아 열매를 맺는다. 오염 없는 맑은 공기와 산 정기 그리고 하늘이 하얗게 피어난 매화와 들꽃들이 진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제약회사 다니던 김준호 사장이 부인과 함께 88년에 내려와 터를 잡고 일본신품종 ‘남고’ 묘목을 심었다. 지금은 청축, 옥매 등 종류도 늘어났다. 청정해역으로 소문난 득량만 맑은 해풍을 받으며 탐진강 새벽 안개와 낮과 밤의 기온 격차로 생기는 사자산 아침의 영롱한 수많은 이슬이 키워내기 때문에 색, 향, 맛이 좋다. 매실은 전량 수출을 하다가 최근 내수판매를 시작했다.
▲교통: 장흥읍에서 18번국도 이용. 수문해수욕장쪽으로 달리다가 안양면 면사무소 뒤로 마을길을 따라 들어간다. 길이 좁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별미 & 숙박: 바지락회로 소문난 바다하우스(061-862-1021)가 수문해수욕장가에 있다. 바지락은 봄철이 제맛이다. 장흥읍 싱싱횟집(863-8555)은 주민들이 추천하는 곳. 숙박은 옥섬모텔(853-2420)이나 천관산자연휴양림(867-6974)을 이용하면 된다. 멀지 않은 보성군 율포녹차해수탕(853-4566)의 건강목욕을 추천할 만하다. 이혜숙 여행전문 프리랜서
http://www.hyesoo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