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성 비봉리 선소해안(위 사진)은 공룡알 화석이 무더기 로 발견된 ‘비범한’ 지역이다. 약 1백여 개가 발견됐으며 그 중 10여 개는 지름이 1.5m로 세계최대급이다. | ||
자연스레 있던 바닷가에 새삼스레 경계선이 생기고 입장료가 부과되고, 그래 그런지 아직 관광지 분위기는 썰렁하다. 인간의 솜씨로 어설프게 만들어 세운 조악한 공룡 모형들의 부자연스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의 공룡화석지 또한 그렇긴 마찬가지다. 간간이 자녀를 앞세운 가족들이나 연인들이 찾아오긴 하지만 아직 관광지로선 을씨년스럽다. 봄이 늦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억 년 이전의 고생물들이 산 흔적으로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유적지라는 데야, 약간의 어설픔쯤은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다.
해남 우항리를 시작으로 경남 고성 상족암, 전남 보성의 공룡화석지들을 소개한다.
[해남 우항리 공룡자연사 유적지]
주차장을 벗어나 흙길을 걸어 들어간다. 갈대잎 흔들리는 소리(‘으악새 슬피 우는 소리’라는 노랫말이 바로 이것을 말함이라지)가 스산하고 아직 차가운 바닷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길 옆으로는 금방이라도 김치를 담가도 될 정도로 싱싱한 갓이 강바람과 봄햇살에 잘도 자라났다. 못내 아쉬웠는지 어느 부부 관광객은 어느새 비닐 봉지를 꺼내들고 갓을 뜯어 담는다.
겨우 넉 달 전인 2002년 11월20일 개관한 야외 전시관. 구조물 3동이 계속 이어져 전시관만 40여 분쯤 탐사 시간을 가져야 한다. 중간중간 길게 나무다리를 이어 달았다. 옆으로는 켜켜이 세월의 흔적을 담은 퇴적암 절벽이 따라온다.
높이 1~4m의 퇴적암 절벽이 병온리에서 서쪽으로 우항, 신성, 매산리까지 5km 남짓 펼쳐져 변산반도에 있는 채석강이나 경남 고성의 상족암과 흡사하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퇴적암층 사이에 켜켜이 끼어 있는 흙, 그것을 양분삼아 자란 양치류를 비롯한 각종 식물들. 검은색의 이암층과 푸른색과 흰색을 띠는 사암층의 해식절벽이 겹겹이 쌓이며 십리를 뻗었다. 인공미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 있다.
이 퇴적암층은 언제 생긴 것일까. 학자들은 1억5천만 년 전부터 6천3백만 년전 사이인 중생대 후기 백악기에 이 일대의 거대한 칼데라호(화산 폭발에 의해 생긴 호수)가 있어 화산이 터지면서 분출된 화산재가 호수에 내려앉아 쌓인 지층이 드러난 것이라고 추정한다.
▲ 해남 우항리의 공룡테마공원. 전시관 세 동이 기다란 나무다리로 연결돼 있다. | ||
잘 지어놓은 건물 세 동이 띄엄띄엄 서 있다. 비바람에 방치돼 있던 공룡발자국 화석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붕을 덧씌워 세운 전시관이다. 여러 가지 공룡 모형도와 함께 중간 돌 위에 나있는 발자국과 화석들마다 설명서를 앞에 세워놓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는 용각류(sauropod) 조각류(ornithopod) 및 수각류(theropod) 등 다양한 공룡들이 서식했음을 보여주는 2백여 개의 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입구에서의 썰렁한 기분 때문에 1천원이라는 입장료를 망설였다니, 큰 후회가 될 뻔했다. 해남에 갈 기회가 있다면(그것도 자녀들과 함께라면) 우항리 공룡화석지는 꼭 한번 들러가길 권한다.
▲개관:오전 9시∼오후 6시까지(연중무휴) 문의 061-532-7225
▲대중교통:광주 목포 해남 등지에서 버스가 연결된다. 자가용은 해남읍에서 진도방향 18번국도 이용. 황산면에서 마을 안쪽으로 우회전-주차장.
▲별미&숙박:주변에 편의시설이 별로 없다. 읍내 명동정(061-536-3276; 꽃게장백반) 일가회관(533-8225; 홍어애국과 장어류) 대둔사 관광단지의 전주식당(532-7696; 표고버섯 요리)이 유명하다. 숙박은 읍내 궁전모텔(537-1050)과 프린스장(536-6225; 사우나 완비)이 있고 대둔사 길 태산모텔(535-4090) 외에 관광단지 안에 모텔이 많다. 24시간 찜질방이 시내에 두 곳 있다.
[전남 보성 비봉리 공룡알 화석지]
보성의 득량만을 바라보고 있는 율포바닷가는 근래에 관광지로 크게 변신했다. 거대한 녹차밭과 연계하는 필수 여행코스가 됐기 때문. 율포가 번화해지면서 인근 관광지도 개발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공룡알 화석지로 가는 해안드라이브길이다. 20여 분 득량만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 해안드라이브. 해안을 바라보고 지은 전원주택 두 채만 빼고나면 한적한 어촌 풍광 그대로다.
비봉리 선소해안. 여느 바닷가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자그마한 어촌마을이다. 마을 양쪽 방파제 사이로 작은 고깃배들이 닻을 내리고 흔들리고 있다. 마을 우측 한켠에 공룡알 화석지라는 팻말이 있다. 기암괴석도 없는 그저 평범한 바다일 뿐이다. 팻말이 아니라면 그저 무심코 지나칠 만큼 평범하다.
▲ 공룡 발자국이 찍힌 고성 상족암의 편마암은 예전에 구들장으로 써왔다고 한다. | ||
공룡알은 경남 고성과 하동지역 등에서 껍질이 발견된 적이 있으나 완전한 원형이 보존된 상태로 무더기로 발견되기는 이곳이 처음이다.
눈요깃거리를 찾는 사람에겐 한적한 해안 드라이브 길 외에 다른 볼거리는 거의 없는 작은 마을이지만 세계적인 공룡알 화석지라는 의미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가슴 벅찬 곳이다.
▲자가운전:보성읍에서 18번국도 이용. 녹차밭 지나 845번지방도 이용-율포 해변-해안을 끼고 팻말따라 가다가 묵산에서 우회전.
▲별미&숙박:율포녹차해수탕(061-853-4566; 보성군 회천면 동율리)은 지하 1백20m에서 용출되는 해수가 풍부하다. 음식점은 율포해수욕장 행랑횟집(061-852-8072; 전어회 바지락회 키조개 전문)과 지중해(852-0006)가 있다. 보성시내 보성양탕집(852-2412; 재래식 염소탕)도 유명하다. 숙박은 옥섬모텔(853-2420) 수협여관(852-4430) 제암산휴양림(852-4434; 산막) 등.
[경남 고성의 공룡발자국 상족암]
상족암군립공원(하이면 덕명리)은 천혜의 석보 상족암과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발자국(덕명리, 월흥리 일원, 도지정 기념물 제71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닷가에 즐비한 편마암을 떼내 구들장으로 써오다가 공룡발자국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수천만 년 켜켜이 쌓여온 퇴적암이 정말 구들로 쓰기좋게 납작하고 검다. 공룡발자국이 있는 곳은 썰물 때라야 볼 수 있다.
물이 빠져나간 넓은 암반에 깊은 발자국들이 길게도 나있다. 해안 층암단애의 한쪽을 암벽 깊숙히 동서로 되돌아 돌며 암굴이 뚫려 있다. 이 모양이 마치 밥상다리 모양 같다 하여 ‘상족’, 여러 개의 다리 모양 같다 하여 ‘쌍족’ 또는 ‘쌍발이’라고도 불렀다. 이 발자국을 매머드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코끼리 상’자를 써서 상족이라 해야 맞다고 주장한다. 발자국이 있는 그곳에는 커다란 공룡모형이 세워져 있다. 사람 손때가 덜 묻은 어촌 마을에 불어대는 봄바람이 좋기만 할 뿐이다.
▲자가운전:대전-진주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해고속도로로 바꿔 사천IC로 나온다. 인터체인지를 나와 3번국도 이용. 곧추 40여 분 달리면 사천시(구삼천포)에 닿고 여기서 고성읍을 잇는 58번지방도로 이용하면 상족암이 나온다. 고성읍보다는 사천시에 더 가깝다는 점을 유의할 것.
▲별미&숙박:제전마을 용골횟집(055-832-3489)이 괜찮다. 모래사장에서 사는 백합은 3월 말에만 일시적으로 맛볼 수 있다. 민박도 가능하다. 사천시내를 이용하기에도 멀지 않다.
이혜숙 여행작가 www.hyesoo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