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지하철 노선은 더없이 훌륭한 ‘봄소풍 지도’다. 가 운데는 서울랜드이고, 그 아래는 남산식물원이다. | ||
날씨가 너무 좋아 가만히 있으면 왠지 앉아서 손해를 보는 것만 같은 봄날. 하지만 신문 방송에 소개되는 봄꽃 명소 한번 찾아나서기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라면 도시 전철로 눈을 돌려보자.
1백원짜리 동전 7개로 황금 같은 시간을 절약해주는 도시 지하철과 전철은 수도권 ‘테마여행 지도’로 더없이 훌륭하다. 봄소풍 장소를 물색하는 일부터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문화역사 탐방까지 알뜰한 주말여행을 즐기는 비법들이 숨겨져 있다.
내 맘대로 떠나는 전철 여행의 장점은 첫째도 둘째도 시간 절약이다. 주말 충분한 수면을 보장하는 데다 어디든 길어야 한 시간 이내로 부담도 팍팍 줄여준다. 도심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느긋한 봄소풍을 즐기는 30대 주부가 귀띔한다. “오후에 지하철 탔어요.”
■ 지하철 테마 1. 봄소풍
[미술관 옆 동물원 - 4호선 대공원역]
일요일 오후 2~3시경.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의 표정이 한결 즐겁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주말 지하철 이용객이 눈에 뜨게 늘어난 데다 ‘미술관 옆 동물원(서울대공원)’을 찾는 가족단위도 많아진 때문.
서울대공원은 누군가에게 데이트 코스를 추천해야만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연인들의 장소로 강추(강력추천)되는 곳이다. 하지만 자가용은 난센스. 한창 차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진입부터 짜증이 나는 데다 주차하느라 1~2시간 허비하는 일이 흔하다.
서울대공원은 지하철역과 공원입구가 연결돼 있어 굳이 자가용으로 시간낭비 돈낭비할 필요가 없다.
입구에서 보면 인산인해를 이룬 것 같아도 코끼리열차나 리프트를 타고(혹은 걷거나) 동물원, 현대미술관, 서울랜드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혼란스러움은 이내 줄어든다. 놀이공원이나 동물원 미술관 외에 미술관 야외전시장이나 대공원 호수산책로 같은 곳은 입장료도 없어 더욱 부담이 없다.
특히 현대미술관 앞 조각공원에서는 햇볕아래 봄소풍을 즐기는 여유로움이 자주 목격된다. 어려운 작품이기보다는 친근한 놀이터로 비치는 조각상 앞에서 찰칵! 추억도 저장해놓고 미술관 전시도 마음껏 즐긴다. 매월 셋째주 일요일은 미술관 무료관람도 이뤄진다. 색다른 곳을 원한다면 한 정거장 옆의 경마장도 좋다.
▲대공원 추천 산책코스:
①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배경 장소로 약 한 시간 정도 소요. 도시락과 간식 등 먹거리를 미리 준비하면 좋다. 호수 산책로 현대미술관─들소사 주변 산책로─산림욕장─어린이 놀이공간(조약돌 냇가)─외곽순환도로
②장미원─어린이 동물원─곤충관─돌고래쇼장─식물원─가족캠프장
▲ 일제 강점기의 고문실과 옥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재현해 놓은 서 대문형무소 | ||
[남산 식물원 - 1호선 서울역]
광화문-시청앞-서울역에서 남산 순환도로를 가로지르는 버스(83, 83-1)를 타면 남산도서관-하얏트호텔 등에서 하차한다. 남산도서관 옆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원인 ‘남산식물원’이 있고 하얏트호텔 건너편에는 ‘남산야외식물원’이 있다. 서울에서 10년 살고도 “남산에 식물원이 있었어?”라며 놀라는 사람들도 꽤 많다.
약간 쌀쌀한 날에는 남산식물원에서 입장료 3백원으로 훈훈한 열기와 함께 아름답게 꽃을 피운 열대식물들을 맘껏 감상하며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 식물원 주변 분수대 주변으로는 봄꽃이 피어나고 여기서 남산타워까지 계단길로 올라갈 수도 있다.
남산도서관 앞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약 네 정거장 정도 더 가면 남산 제 모습 찾기 이후 등장한 야외식물원이다. 물론 입장료는 없다. 도심에서 벚꽃이나 목련이 필 때면 이곳 야생화공원은 알록달록 예쁘게 물든다. 투명유리로 처리해 숲 풍경이 내다보이는 아름다운 화장실도 이곳의 자랑. 하얏트호텔 앞에 있다.
도서관에서 하얏트호텔까지 순환도로변은 그 유명한 남산길 개나리가 치렁치렁 노란 꽃가지들을 늘어뜨리고 있다.
▲가는 길: 1호선서울역(4번 출구), 2호선 시청역(삼성플라자앞 정류장)에서 일반버스 83번, 83-1번을 탄다. 남산도서관 앞에서 내리면 식물원, 하얏트호텔 정류장에서 내리면 야외식물원이 바로다. 남산공원 관리사무소(☎02-753-2563, 753-5576)
[홍릉수목원 - 6호선 고대역]
수목원이라면 아침고요나 광릉수목원 같이 서울 근교를 연상한다. 하지만 청량리역, 고대역에서 가까운 홍릉수목원이 매주 일요일 일반인에게 문을 연다.
식물마다 이름과 특성을 설명하는 표지판이 있어 삼림욕과 함께 좋은 공부가 된다. 봄이면 진달래, 벚꽃, 개나리 등 화려한 꽃들이 산책로를 수놓는다. 약 한 시간 정도 산책길을 걷노라면 이곳이 도심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상쾌한 주말을 누릴 수 있다. 산림과학관도 갖추고 있어 아이들과의 주말 나들이에도 안성맞춤이다. 단체나 학술연구 목적으로 미리 신청하면 평일 관람도 가능하다.
▲가는 길: 6호선 고려대역 3번 출구(한국과학기술원 방향 도보 5분), 1호선 청량리역 2번 출구─청량리우체국 앞에서 134번/ 매주 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무료 ☎02-961-2651
[찾았다! 도심공원]
도심에 있는 공원이지만 돈을 지불하는 관광지보다 훨씬 아름다운 공간들이 많다. 일산 호수공원(3호선 정발산역), 양재시민의 숲(3호선 양재역 7번 출구), 용산가족공원(4호선 이촌역), 올림픽공원내 백제고분(5호선 방이역), 월드컵공원(6호선 월드컵공원역) 등이 훌륭하다. 대부분의 공원은 주말에 간단한 먹거리와 가벼운 호주머니만으로 누릴 수 있는 기쁨이 가득하다.
▲ 도심의 전통체험 공간인 남산골 한옥마을. | ||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 3호선 독립문역]
일본인 탐방객을 자주 마주칠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독립문공원 내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다. 이곳은 대한제국 말에 일제가 지어 항일 독립운동가들을 수용하던 감옥이 있던 곳으로, 민족의 수난사를 증명하고 있어 민족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꼭 봐야할 곳이다. 이 감옥은 해방 후에는 반독재 민주화운동가 등 정치범들이 주로 수용되는 교도소로 쓰이다가 87년 교도소가 이전한 뒤 독립문과 연계한 기념공원으로 탈바꿈해 92년 광복절에 개원했다.
공원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역사관은 실제 지하감옥 시설과 옥사, 사형장을 그대로 보존한 곳으로 당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선열들의 한이 서려있는 곳이다. 사형장은 일제가 1923년 지은 목조건물로 사적 제 324호로 지정돼 있고 당시 사용하던 굵은 동아줄, 배석자들이 사용한 긴 의자들도 보존되어 있다.
전시관 내 감옥체험과 지하 전시장의 고문실 등은 실제와 흡사하게 재현되어 등골이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 담장과 망루 일부도 원형대로 남아 역사관 정문으로 쓰이고 있다.
이렇듯 아픈 역사를 지닌 자리지만 공원은 아름답게 조성되어 꽃피는 봄이면 웨딩촬영장소로, 유치원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가는 길: 3호선 독립문역 4, 5번 출구/ 아침 9시30분∼오후6시. 입장료 1천1백원/ 매주 월요일, 공휴일 다음날은 정기휴관 ☎02-363-9750~1
[남산골 한옥마을 - 3·4호선 충무로역]
남산골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도심공간이다. 지난 1998년 옛 군부대 자리인 서울시 중구 필동에 조성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청학동이라고 불릴 만큼 주위경관이 수려하였다는 이곳에 전통정원을 조성하고 서울 도심에 산재해 있던 전통 가옥 다섯 채를 이전하여 복원시켜놓았다. 순정효황후 윤씨친가, 해풍부원군 윤택영댁 재실, 도마도위 박영효 가옥, 가옥오위장 김춘영 가옥, 도편수 이승옥 가옥 등이며 천우각을 지어 각종 문화행사들을 열고 있다.
옛 건축물 감상뿐 아니라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띈다. 옛날 집 마당에서 전통혼례를 올릴 수 있으며, 휴일에는 디딜방아 밟기, 새끼 꼬기, 두부 만들기, 맷돌 돌려보기, 그네 타기, 널뛰기 등 이벤트와 공연들이 펼쳐진다. 4월5일부터 27일까지 ‘나들이에서 만나는 풍류 한마당’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토, 일요일 오후 3시 민요, 사물놀이 가야금병창 등이 열린다. 일반인들의 참가 신청도 받고 있다(02-2262-6923).
▲가는 길: 3, 4호선 충무로역 3번, 4번 출구(한국의 집 옆길)/ 주차시설 없음/ ☎02-2266-6937~8
[서울역사박물관·정동길 - 5호선 서대문역·광화문역]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장소가 서울역사박물관이다.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초기백제와 조선왕조의 수도였던 서울의 역사를 조명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지난해 문을 열었다.
한반도의 중심이었던 수도 서울을 보여주는 1존(Zone)에서부터 서울사람의 생활, 문화, 서울의 발달 등을 4존까지 순차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 체험공간에서는 조선시대 과학기구, 놀이기구 등을 만들어볼 수 있어 눈으로 보는 박물관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있다. 터치뮤지엄, 정보의 다리 등으로 상세한 정보 검색도 가능하다. 서점과 기념품 판매점 등의 시설을 갖춘 서울사랑방은 무료존으로서 휴식을 취하거나 주로 약속장소로 이용된다.
역사박물관 뒤로 경희궁이 있어 궁궐산책도 즐길 수 있다. 길을 건너면 문화의 거리인 정동길. 1, 2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부터 정동길을 걸어와 역사박물관으로 갈 수도 있다. 구한말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정동길은 지금 개나리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가는 길: 5호선 서대문역 4번출구, 광화문역 7번 출구/ 역사박물관 아침9시~오후 6시 어른 7백원/ 매주 월요일 휴관 ☎02-724-0114
[가보자! 문화명소]
그 밖에 전쟁의 상흔을 되새겨보는 전쟁기념관(4, 6호선 삼각지역에서 걸어서 5분 02-709-3139), 전통문화의 거리 인사동(안국역 6번 출구), 대학로의 이색박물관인 아프리카미술관(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02-741-0436), 암사동 선사주거지(5호선 천호역에서 버스 이용 02-3426-3867) 등 전철을 이용해 찾아갈 수 있는 봄나들이 명소는 엄청나게 많다. 내가 내리는 지하철역 주변엔 뭐가 있을까 궁금하면 지하철 사이트 www.seoul subway.co.kr 혹은 www.websub way.co.kr를 참고하면 된다.
박수운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