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분홍 꽃이 무리지어 피어난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 군락. | ||
계절의 여왕이 5월이라면, 5월의 꽃은 전국 명산에 피고 지는 철쭉이다. 철쭉은 4월께 피기 시작하여 늦게는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 말까지 온 산야를 뒤덮는다. 특히 신록이 가장 빛을 발하는 5월의 철쭉은 그 빛깔이 더욱 곱다. 전국 제일의 철쭉산행지로 알려진 지리산 바래봉과 비교적 늦게 알려진 정선의 두위봉까지 이름난 철쭉산행지와 철쭉축제를 소개한다.
[양떼구름 내려앉은 바래봉]
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바래봉(1,167m)은 세석평전과 함께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철쭉 명산이다.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 위치한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를 엎어놓은 것과 그 모습이 닮았다고 하여 바래봉으로 불렸다고 한다.
바래봉은 팔랑치 부운치 세걸산 고리봉 정령치 등 능선으로 이어진다. 정상에 서면 반야봉 촛대봉이 보이고 맑은 날엔 멀리 지리산 주봉인 천황봉까지 한눈에 쏘옥 들어온다.
바래봉에서 가장 화려한 철쭉은 정상부근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약 1.5km 구간으로 철쭉이 뭉게구름, 양떼구름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 철쭉은 매년 4월 하순경 산 아래부터 피기 시작해 5월 말까지, 정상 부근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능선까지 서서히 피어 올라가기 때문에 한꺼번에 만개한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바래봉 철쭉은 71년 면양목장이 들어서면서 방목한 면양들이 철쭉만 남기고 잡목과 풀을 모두 먹어치워 버려 지금의 철쭉군락이 형성된 특이한 경우다. 마치 한여름 대관령처럼 대부분이 푸른 초지로 이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정선 두위봉의 철쭉으로 연분홍 꽃물결이 바래봉의 그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 ||
철쭉동산이라 불리는 팔랑치에서는 꽃을 배경으로 한 촌스런 꽃사진도 찍고 삼삼오오 둘러앉아 즉석 소풍을 연출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이 1,000m 고지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듯 그늘 한쪽에는 온 몸을 뉘고 쉬는 사람, 햇볕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등.
철쭉꽃이 필 무렵 바래봉은 지상낙원이 된다. 멀리서 볼 때는 높고 험한 봉우리였던 것이 힘겹게 오르고 보니 순하디 순한 언덕 위 비밀의 화원이다.
산행은 대개 운봉읍에서 1.5km 떨어진 용산마을에서 시작한다. 목장 뒤 산판길을 따라가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다. 정상부근 갈림길에서 왼쪽은 정상, 오른쪽은 팔랑치 철쭉군락이다.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주차장에서 팔랑치까지는 2시간에서 2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바래봉 종주는 정령치-고리봉-세결산-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용산리주차장(축산기술연구소) 코스 약 6~7시간 정도 걸린다. 종주는 무박이나 1박2일의 일정으로 잡는 것이 좋지만 단체로 가지 않을 경우 교통편이 어렵다. 대신 단시간에 철쭉군락만을 보려고 하면 용산리주차장을 기점으로 삼아 팔랑치까지 다녀오는 것이 무난하다.
▲바래봉 가는 길: 남원 IC-장수방향 19번국도-남계리에서 함양방향 24번국도로 우회전 -운봉읍-운봉중교 지나 용산마을
▲문의: 운봉읍사무소 (063-634-0301)/ 관리사무소 (625-8911~2)
[연분홍 하늘하늘 두위봉]
바래봉 철쭉이 계절을 지날 무렵 강원도 첩첩산중 두위봉에는 탐스런 꽃봉오리가 활짝 열린다. 정선군 신동읍, 사북읍, 남면에 걸쳐 있는 두위봉은 해발 1,466m의 고산준령으로 함백산에서 갈라져 나온 백두대간의 줄기다. 인근 이름난 산들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몇 해 전 철쭉제를 개최하면서 등산객들에게 일대 명소로 알려지게 됐다.
정상 부근 수만 평 넓이에 연분홍 꽃물결을 이룬 모습은 어느 명산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절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연분홍 치마의 빛깔을 그대로 품은 듯한 철쭉은 어른의 키를 넘기는 것이 대부분이며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그 일렁이는 분홍의 물결이 몽환적 정경이다. 개화시기는 5월 하순부터지만 대개 6월 초에 만개한다.
산행기점은 단곡계곡으로 주변의 수목과 더불어 여름철에도 시원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약 1시간30분이면 자미원, 자뭇골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30여 분이 두위봉의 아름다운 철쭉 군락지이다. 철쭉뿐 아니라 두위봉 등산길은 아직까지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청정지역으로서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하산길은 대부분 짧은 코스인 자미원이나 증산역 방면으로 내려오지만 반대편 사북읍 도사곡으로 내려올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1천8백여 년 주목 군락지를 만날 수 있어 장단이 있다.
▲두위봉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제천IC-5번국도-제천-영월-31, 38, 59번국도 병합구간-석항리-59번국도 따라 계속 직진-예미에서 우회전-태백선 철길과 나란히 주행-방제리 함백마을/기차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태백선 영월-예미역(예미역∼함백간 시내버스 하루 10회 운행)
▲등산코스
①제1코스:방제리-단곡계곡-정상(4km/2시간20분, 신동읍)
②제2코스:도사곡-샘터-정상(5.5km/4시간30분, 사북읍)
③제3코스:자미원역-작은골-정상(5km/2시간, 남면)
문의: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65) 신동읍사무소 (378-8001, 7004)
박수운 여행전문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