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지호해수욕장의 일출과 해변의 풍경. 곱디고운 모래밭이 섬진강 백사장을 연상시킨다. 맨 아래쪽은 화진포의 김일성 별장에서 바라 다보이는 망망대해. | ||
[고성의 세 가지 볼거리]
고성은 속초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를 따라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해변지대다. 금강산 육로관광의 길목인 고성은 항구가 많은 속초에 비해 너른 해변이 즐비하고 조용한 일출 명소가 많다. 볼거리별로 크게 묶으면 일출명소인 천학정과 청간정을 제 1구역, 아름다운 해변으로 송지호나 화진포 일대를 묶어 제 2구역, 통일전망대를 제 3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송지호와 화진포의 전망]
송지호는 속초에서 간성 가는 길 중간에 있고 화진포는 다시 간성에서 통일전망대로 이어지는 길에서 만난다. 10여 개 이어진 해변 가운데서도 두 곳을 으뜸으로 치는 것은 넓은 해변과 호수가 만나는 독특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름에서부터 짐작했겠지만 송지호는 호수의 이름이다. 호반둘레 4km에 약 20만 평 넓이의 자연호수로 겨울에는 천연기념물인 고니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송지호해수욕장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 이 호수는 일년 내내 수심이 일정하여 다양한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다. 또 호수와 해수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재첩조개를 채취할 수도 있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섬진강만큼이나 곱다. 그 고운 해변을 따라 걸어가면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한 지점에 이르는데 모래바닥이 대리석처럼 단단하고 평평하다.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면 설악산이 그림자처럼 해변을 감싸고 있고 대나무와 기암괴석으로 어우러진 죽도가 바다 가운데 있어 일단 눈부터 흥겹다.
해변 길이가 2km인 남짓한 이곳은 낚시 피서 호반의 정취가 어우러진 천혜의 조건을 안고 있다. 희고 부드러운 백사장에는 평일에도 한가로운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틈틈이 목격된다. 뜨거운 햇볕이 쏟아진들 대수냐는 듯 바다를 마주하고 선 연인들 앞에 조용한 바다는 푸른 산호빛으로 넘실댄다.
▲ 벼랑끝에 서 있는 일출의 명소 청간정. | ||
울창한 송림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예전부터 이승만 전 대통령과 북한 김일성의 별장 등이 들어섰을 만큼 자연적인 조건들이 훌륭하다. 김일성 별장은 화진포해수욕장의 한쪽 벼랑 끝에 위치해 있어 망망대해를 바라볼 수 있다면 이기붕 별장이나 이승만 별장은 화진포 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품에 안고 있다. 각 별장에는 당시 가족과 함께 휴가를 지냈던 이들의 흔적이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화진포해수욕장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장소로 등장하면서 주말 명소로 알려지기도 했다. 속이 훤히 비치는 동해바다는 ‘처얼썩 처얼썩’ 밀었다 당기기를 반복하며 유혹의 손짓을 하지만 아직 수온은 몸을 담그긴 이르다.
바다 풍경도 좋지만 화진포 일대는 아름다운 솔숲 산책로가 좋다. 호수 일주로를 드라이브하다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쉬어가도 좋다.
▷화진포: 간성터미널-거진-화진포(15분 간격), 해수욕장들은 아직 개장하지 않아 주차료가 없다. 화진포에서는 대통령 별장들을 둘러보는 데 입장료가 있으며, 주변의 해양박물관 역사안보전시관 등 볼거리가 많다.
[일출명소 청간정과 천학정]
속초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북으로 약 10분 정도 올라가면 일출명소로 알려진 청간정(淸澗亭)과 천학정(天鶴亭)을 만난다. 두 곳 모두 바다를 마주한 벼랑 끝 정자(亭子)들이다.
팔각지붕의 목재 누각인 청간정은 정확한 창건 연대를 알 수 없으며 조선시대 중종 15년에 중수하였다고만 전해진다. 도로변에서 약 5분 정도 떨어진 청간정은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하여 해와 달이 뜨는 아침 저녁마다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이 명소는 관동팔경의 하나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현판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쓴 친필로 지금까지 남아있으며 최규하 전 대통령의 휘호도 걸려 있다.
정자에 서서 바라보는 풍경과 암석에 몸을 부딪혀오는 파도들의 규칙적인 소음은 어느덧 생각들을 한데로 모으는 이상한 힘이 있다. 기온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한 요즘 가장 유쾌한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휴가철이 아닐 경우는 음식점들을 쉽게 찾지 못할 경우도 생기는데 이때는 조금 더 북상하여 청간리마을과 아야진마을 포구를 찾으면 싱싱한 활어회 등을 맛볼 수 있다.
▲ 고성의 끝인 통일전망대에 가면 맑은 날 금강산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민속촌인 왕곡마을은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북방식 한옥 이 남아 있는 곳이다(아래사진). | ||
7번 국도를 지나다가 청간정, 천학정은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놓치지 말고 들려보자.
▲ 시내버스: 속초-청간리(청간정) 15분 소요, 입장료 없음
[통일전망대와 왕곡마을]
통일전망대는 고성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전망대로 관광객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젊은 부부, 외국인 단체관광객, 젊은 연인, 노인이 된 실향민들까지 통일전망대 출입관리소 앞은 주말마다 성황을 이룬다. 전망대의 휴전선 너머는 북한의 고성군이다.
같은 땅에 금을 그어 놓고 ‘밟으면 죽는다’던 어릴 적 놀이마냥, 이곳은 여전히 가족끼리, 친구끼리 총을 겨누고 있으며 여전히 아픈 역사가 현재진행형으로 흐르고 있다.
전망대에서는 망원경을 쓰지 않더라도 북녘땅이 한눈에 들어온다.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하다’던 금강산 1만2천 봉우리들이 맑은 날이면 쉬이 눈에 짚힌다. 휴전선 건너 금강산이 그토록 애절한 까닭은 금강산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곳이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역설적이다. 전망대 양쪽으로 통일 기원 범종과 민족웅비탑, 통일미륵불, 마리아상이 서서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안보공원에서 전망대 가는 길에는 청정지역인 명파해수욕장이 있다. 피서철에 임시 개장을 하는 곳으로, 먹거리촌이 형성돼 있다. 별미인 토종돼지 바비큐나 메밀 막국수로 입맛을 살려보는 것도 좋겠다.
그밖에 고성에는 왕곡마을이라는 이색지대가 숨어 있다. 송지호 해수욕장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민속촌으로 현재 군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국가중요 민속자료이기도 하다. 14세기경 강릉 함씨, 강릉 최씨가 용궁 김씨와 함께 들어와 집성촌을 형성하였다는 곳으로,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북방식 전통 한옥 21동을 복원하여 보존하고 있다. 겨울이 긴 북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ㄱ자형’ 가옥으로 관북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겹집이 주류를 이룬다. 마을의 지형은 그대로 한 폭의 다정한 그림이다. 송지호에서 북쪽으로 약 5분 가면 오른쪽 지하통로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박수운 여행전문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