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장점은 일반 해외관광과 달리 가는 곳마다 짐을 싸고 풀고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점이다.
선상에 갖춰진 식당 오락실 쇼 수영장 헬스클럽 등 다양한 오락시설은 승선자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굳이 육지에 나가지 않아도 하루 소일하기가 지루하지 않아, 선상생활 자체가 그대로 관광이라 할 수 있다. 바다를 항해하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은 대자연의 공기를 마음껏 만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항구에 도착할 때마다 육상 관광을 위해서는 작은 보트를 이용해야 하고, 다시 항구로부터 관광지까지 한두 시간씩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항공여행에 비해 값이 비싸다는 점도 단점일 수 있다. 그만큼 크루즈는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여행 방법이다.
45명이 함께 떠난 이 여행에서도 참가자들은 주로 기업인, 전직 장관, 은퇴한 교수나 의사 등 중노년의 부부들이었다. 어떤 광고회사 회장은 장모를 모시고 와 효행을 하였고, 80세 이상의 고령 부부도 네 팀이나 참여했다.
기자는 이번이 처음 참가하는 크루즈 여행이었지만, 한 은퇴 의사 부부는 최근 3~4년간 크루즈 여행만 16차례나 참가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박사는 “집에 있으면서 자식들과 어울려 살기보다는 훌훌 털고 1년 사철 여행을 다니는 것이 훨씬 좋다”고 했다.
그들은 7월에도 북유럽 크루즈 여행을 예약해두었다며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밤낮없이 카지노에 들러 슬롯머신에 매달리는 것이 배안의 취미생활인 듯했다.
▲ 관광지에 들른 한국인 관광객 부부가 기념사진 을 찍고 있다. | ||
선상생활이 즐거워서일까. 대부분의 승객들은 크루즈 여행에 만족했다. 우리가 이용한 밀레니엄호는 무게가 9만1천톤, 길이 2백95미터에 폭 32미터로, 정원 2천명, 객실 1천1백개의 초대형 유람선이다. 모든 리조트 시설을 갖춘 큰 호텔 하나가 바다위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다. 속도는 시속 24노트. 느린 편이 아니다. 파도가 쳐도 흔들림이 거의 없다.
배안에서의 일과는 6시30분 아침식사로 시작된다. 10층 부페식당에는 지중해를 사이에 둔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의 온갖 과일들이 풍성하게 쌓여 있다.
점심은 항해중에는 선상 부페, 저녁은 부페와 정찬으로 나뉘어 있으나 주로 정찬을 많이 선택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요리와 생선 등 씨푸드, 육류 등 다양한 품목이 제공되는데, 한국 여행객들을 위하여 특별히 쌀밥도 제공된다.
한국인 여행객들 가운데는 손수 가져온 고추장, 멸치볶음, 깻잎조림, 김치, 김 등을 아침 저녁 가리지 않고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식습관 때문이라고 하겠으나, 외국에 나가서도 그곳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여행자로서는 좀 미숙한 모습이다.
주로 카지노나 면세점을 즐기는 여행객들도 있다. 카지노에서 슬롯머신과 블랙잭 등 본격적인 갬블을 탐닉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한국 관광객들은 대체로 무리하지 않고 하룻밤에 1백~2백 달러 안팎을 잃거나 따는 수준이다.
밤마다 ‘쇼’가 열리는 극장은 만원이다. 나이트클럽에서 댄스파티를 즐기는 관광객도 많지만 대체로 삼삼오오 와인과 맥주 등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즐기거나 마사지, 사우나, 수영, 헬스클럽에서 시간을 보낸다.
배 11층에 있는 옥상 조깅코스를 걷거나 뛰는 것도 흔히 눈에 띈다. 온종일 배가 항해할 때에는 10층~11층 데크에 수백명의 남녀가 수영복 차림으로 나와 앉거나 누워 일광욕과 독서를 즐긴다.
배안에서는 현금 대신 배에서 발행하는 별도의 선내통용 카드를 이용한다 (단, 카지노에서는 현금과 카드 겸용). 이 카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신용카드와 연결되어 지불된다. 객실은 TV 냉장고 컴퓨터 전화 등 관광호텔과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단 전화요금만은 육지에서보다 5배 이상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