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척해수욕장(위). 파도부서지는 절벽위의 카페 마린테크(아래). | ||
동해를 끼고 있는 강원도 영동지역은 가장 인기있는 휴가지지만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이 흠이다.
영동고속도로-동해안고속도로를 연달아 이용해서 남진해 보자. 고속도로가 끝나는 동해시를 지나치면 삼척시가 나온다. 워낙 오지로만 알려진 삼척이지만, 동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부터 4시간대 거리로 가까워졌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구간의 개선도 삼척을 보다 가까운 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특히 삼척이 시작되는 삼척해변으로부터 삼척항까지 뻗어있는 ‘새천년 해안도로’는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관광 포인트다.
‘때묻지 않은 자연이 살아있는 것은 좋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개발이 안돼 있다.’
오래전 삼척에 가본 사람들이라면 대개 이런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붐비지 않고 오염안된 바다를 찾느라 강릉으로부터 7번 국도를 타고 남하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곳. 삼척을 지나는 국도는 험준한 고갯길을 수없이 지나고, 백두대간쪽으로는 첩첩한 태백의 산악이요, 바다쪽은 절벽, 백사장이 있어도 번듯한 민박이나 식당 하나 없어서 마음 편히 눕기도 어려웠던 곳.
하지만 그 삼척이 지금은 한번 가보지 않으면 안될 멋진 해안도시로 탈바꿈되고 있다. 2002 동굴 엑스포를 치른 이후 많은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2000년 이전까지 호텔 하나 없던 삼척에 지금은 관광호텔 하나와 일반 호텔 하나, 그리고 여관이 무려 54개나 된다고 한다. 해수욕장은 시범해수욕장인 삼척과 맹방, 두 곳을 포함해 모두 20개가 문을 열었다.
▲ 새천년도로의 새명소 팰리스호텔.(위). 삼척항 | ||
관광 삼척의 변신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이 바로 ‘새천년 해안도로’다. 동해시를 지나 7번 국도를 타고 삼척 경계로 들어서자마자 ‘동굴 해양관광도시 삼척’을 알리는 대형 아치와 함께 ‘삼척해수욕장’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시내 반대편인 해변쪽으로 길을 접어들어 해수욕장 입구에 다다르면 예전에 없던 삼척 테마타운의 번듯한 시설이 나타난다. 이곳이 ‘새천년 해안도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새천년을 맞는 지난 2000년 완공된 이후 도로 중간중간 테마타운과 조각공원, 특급호텔 등이 들어서면서 삼척지역의 새로운 명물이 됐다. 길은 약 5㎞. 삼척항까지 바닷가로만 이어져 있다.
길은 해안 절벽위로 달린다. 도로 중간, 조각공원이며 소망의 탑 등 쉴만한 곳에 차를 멈추고 아래쪽을 내려다 보면 쉬임없이 달려와 암초에 부딪치는 파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절벽 아래 암초에 부딪칠 때마다 하얗게 부서지며 튀어오르는 순백의 물거품은 끝없이 되살아나는 생명의 장엄을 느끼게 한다. 이런 새천년도로는 고깃배가 즐비하게 들어선 삼척항까지 이어진다.
새천년도로가 시작되는 삼척해수욕장. 본래 후진해변이라 불리던 곳이다. 폭 1백m, 길이 1.2㎞의 넉넉한 백사장을 끼고 테마타운이 제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다. 4개의 모텔(80실)과 상가, 두개의 광장, 그리고 해수사우나가 들어서면서 도시인들에게도 이용하기 편리한 시설을 갖추게 됐다.
꼭 들러볼 곳은 해수사우나다. 바다 안쪽에서 끌어와 데운 보통의 해수탕 외에도 수억년전 바닷물이 지하 지층에 갇혀 화석화된 뒤 솟아나온 해수온천탕이 따로 설치돼 있다. 지하 5백m에서 솟아나온 일종의 온천인 이 물은 게르마늄 성분이 진한 황산염천탕으로 피를 맑게 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 게르마늄은 고혈압 당뇨 뇌졸중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수온천과 함께 24시간 보석찜질방이 설치돼 있다.
이 사우나의 또다른 자랑은 온통 바다로 꽉 채워진 외벽쪽의 통유리창이다. 바깥쪽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반투명 유리로 만든 통유리창을 통해 시원한 바다의 정경이 내다보인다. 바다를 보면서 사우나를 즐기거나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이런 사우나는 흔한 것이 아니다. 그 뿐인가. 24시간 찜질방에서 새벽을 맞는다면, 사우나 안에서 자연 그대로의 벗은 몸으로 일출을 감상하는 ‘특이한 아침’을 맞을 수 있다. 테마타운 033-576-0811. 주변에 민박 및 야영장이 있다. 해수욕장 문의 570-3021.
태백선 동해역에서 이어지는 철로는 테마타운 뒤 삼척해변역에 곧바로 닿는다. 휴가철, 철도청은 정동진-삼척해변 관광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당일 패키지 상품으로 환선굴까지 돌아볼 수 있다. 철도 문의 1544-7788.
새천년도로 중간에 세워진 조각공원은 여느 도시의 조각공원에 비하면 작품의 숫자부터가 턱없이 빈약한 편이지만, 배경 자체가 장엄한 동해 아닌가.
아름다운 조각공원 아래에는 절벽에 매달려 작은 카페가 있다. 카페 <마린데크>(033-573-2054)에 들어서면 바다쪽 통유리창은 반듯한 수평선과 파도의 포말이 한눈에 들어와 한폭의 살아있는 풍경화다. 파도가 닿을 듯한 창가에 앉아 한잔의 커피나 와인을 마시는 풍경은 그대로 드라마에 담겨도 좋을 유화같은 정경이다. 저녁무렵부터는 통기타 생음악도 연주된다. 커피 등 음료 5천~6천원, 볶음밥 파스타 8천~9천원, 저녁에는 와인 양주 등.
새천년 도로를 타고 삼척항 가까이 다가갈 즈음 고갯길을 휘돌아 넘어가는 길목에 소망의 탑이 서있다. 멀리 맹방해변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좋은 곳이다. 아침해를 담아낼 듯 힘차게 솟은 아치형 소망의 탑 앞에 초대형 관광호텔이 나타난다. 낙산 의상대 앞에 있는 낙산비치호텔을 연상시키는, 딱 전망좋은 위치다. 이 호텔은 지난해 2002 세계동굴엑스포에 즈음해 삼척을 대표하는 관광숙박시설로 완공된 팰리스호텔이다.
아직 ‘삼척에 그런 호텔이 있을 리 없다’ 할 정도로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멋진 특급호텔은 이미 휴가시즌 예약이 거의 완료됐다. 전망좋은 바다쪽의 가족용 객실 이용료는 하루 19만8천원이다. 호텔에 딸린 5층짜리 모텔형 민박동 3개는 모두 가족 피서객들을 위한 공동취사장을 갖추고 있다. 아쉽게도 이곳 역시 올 여름 예약이 완료됐다. 새천년도로를 달리는 길에 마주치면 외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033-575-7000
▲ 조각공원(위). 초곡항의 황영조 기념공원. | ||
이 가운데 맹방해수욕장은 가장 너른 해변을 갖고 있는 시범해수욕장인데, 특이하게도 일체의 숙박시설이 없어 인근 상맹방이나 한재밑 덕산 등에서 민박을 구해야 한다. 시끄러운 유흥업소도 없다. 있다면 텐트상점들과 수상레저뿐이다. 청정 그 자체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대신 모래밭 야영장이 넓어 텐트를 가져가면 야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문의 033-570-3025.
[해변과 동굴관광]
삼척시에는 55개의 동굴이 있다. 신기면 대이리 환선동굴은 삼척을 대표하는 동굴로, 삼척해안으로부터 40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태백 등 내륙여행을 겸한다면 지나는 길에 들러봐도 좋다. 궁촌과 용화해수욕장 사이 초곡마을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의 고향. 마을 입구에 기념관과 공원이 조성돼 있다(033-570-3727).
[여름축제 행사도 눈길]
8월1일부터 해변동굴축제가 2002 동굴엑스포가 열렸던 엑스포 타운과 해변 일대에서 열린다. 황영조를 기념하는 삼척 비치마라톤, 해신당에서의 남근빚기 체험, 맨손 장어잡기 등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계획돼 있다.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이벤트도 매년 열린다. 7월29일부터 8월5일까지 매일 오후 삼척 맹방 용화해변에서 맨손 송어잡기 넙치잡기 행사가 번갈아 열린다. 누구나 현장에서 5천원씩 내고 참가할 수 있다. 잡은 물고기 외에도 실적에 따라 삼척의 특산물을 상품으로 차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