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통영문화마당이 자리하고 있는 강구안은 원래 여객터미널이었다. 여기서 거제와 부산을 오가는 동일호가 왕래를 했는데, 당시 직장이나 학교를 오가는 이들을 상대로 충무의 할머니들이 김밥과 삶은 계란 등을 팔았다고 한다. 하지만 속에 재료를 넣은 김밥은 따뜻한 날씨에 상하기 십상이었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밥을 김에 따로 말고, 쭈꾸미와 무 무침을 곁들여 판매하는 방법이었다는 것.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이 김밥은 배편을 이용하는 통근자들에게 도시락으로도 인기를 끌게 되었다. 충무를 대표하는 별미 ‘충무김밥’은 이렇게 탄생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충무라는 도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95년 충무시가 통영시로 도시명을 변경 통합하면서 통영의 음식점들은 충무김밥 대신 ‘통영김밥’이라는 이름을 내걸기 시작했다.
통영이란 이름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도 있는 듯하나, 아직 사람들에겐 충무김밥이 더 익숙한 게 사실이다. 통영 안에서도 옛 정서가 그대로 묻어 있는 친숙한 이름인 데다 ‘충무’라는 도시가 있었음을 기억하기 위해서도 충무김밥이란 이름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 또한 적지 않다.
통영여객터미널 앞에는 작고 허름한 식당들이 모여 있다. 충무김밥의 발상지를 따지자면 어차피 새로 지은 터미널 앞도 원조일 리는 없다. 그보다는 통영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통영문화마당 앞, 옛 터미널 주변에서 ‘원조’를 주장하는 충무김밥집을 여럿 볼 수 있다. 그 중 30년 이상된 충무할매김밥집이 유명하다. 옛날과 달라진 것이라면 쭈꾸미가 아니라 오징어로 된 무침을 곁들인다는 점일 것이다.
통영은 시내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 가장 매력 있다. 덕분에 통영항여객터미널에는 오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더구나 피서철이니 오죽하겠는가마는 아침에 일찍 떠나는 배를 이용하면 북적거리지 않아서 좋다.
특히 비진도해수욕장은 일찍 자리를 잡기 위해 오전에 드는 인파가 많으니 선수를 치자면 7시 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 서울부터 단출한 일행이 움직인다면 심야 우등고속 버스(강남 밤 12시30분)를 이용하여 무박으로 떠나보는 것도 방법이다. 통영항 여객터미널 055-642-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