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 다도해 섬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비진도 해수욕장. | ||
많은 바다가 피서 인파로 북적인다. 조금이라도 한갓진 바다를 즐기려면 역시 섬이 제격. 쾌적한 바다와 함께 이국적인 ‘별세계’로의 여행을 함께 즐긴다면 좀더 짙은 휴식이 될 것이다. 비교적 멀리 떠난 남해바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통영앞바다 섬 여행은 어떨까.
[비진도해수욕장]
경남 통영시에서 남쪽으로 10.5㎞ 해상에 있는 비진도는 인접한 대매물도 소매물도 한산도와 함께 통영에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휴양지다. 안섬과 바깥섬이 긴 사주로 연결돼, 외항마을과 내항마을 사이가 미녀의 허리마냥 매끈하고 잘록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래서 ‘미인도’란 별명도 지녔다.
통영항에서 여객선으로 50여분 거리. 차는 여객터미널에 주차해야 한다. 보통 아침 7시와 오후 2시, 하루 두차례 왕복하지만 피서철에는 하루 6회로 증편 운항한다. 정기운항 배편은 외항마을을 거쳐 내항마을에도 정박을 하지만 증편된 배편은 외항마을에만 들어간다.
통영항에서 출발한 페리호가 가장 먼저 닿는 외항마을에 안섬과 바깥섬을 아우르는 비진도해수욕장이 있다. 1km 가량 펼쳐진 백사장과 마을 뒤편 소나무숲이 훌륭한 배경. 들어갈 때 한려해상국립공원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한다.
해수욕장 들어가는 길에는 철사로 이어만든 ‘터널’을 지나게 된다. 사실은 덩굴이 자라도록 해놓은 구조물인데, 마을 뒤편에서 해수욕장 길로 들어가는 텐트촌까지 갯버들이 자라 덩굴을 이루고 있다. 향긋한 냄새에 취해 여기저기 둘러보면 마을 주민들이 “깻버들(갯버들) 냄새래요”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답해 준다.
비진도해수욕장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맑은 물과 얕은 수심, 그리고 바다쪽으로 펼쳐진 다도해 섬들의 모습이다. 해안으로부터 10미터 이상을 걸어나가도 수심이 1.5m 이내고, 파도가 심하지 않아 아이들이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 허벅지까지 닿는 수심에서도 발밑으로 오락가락 유영하는 작은 물고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고기들을 따라 해변에서 달리기를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맑기만 하다.
▲ 한산도 제승당 입구. 작은 사진은 선착장 들어서기 전 멀리서부터 보이는 거북등대. | ||
[동쪽 일출 서쪽 일몰]
비진도의 또 다른 멋이라면 일몰과 일출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이면 동쪽의 자갈해변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서쪽의 비진도해수욕장 앞바다에서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으니 태양은 하루 종일 이 작은 비진도 해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동쪽에 해가 뜨는 오전, 외항마을 앞 해수욕장에는 적당한 그늘이 만들어져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다. 오후가 되면서 서서히 그늘이 사라지면 피서객들은 파라솔에 얼굴을 감추고 모래찜질을 즐긴다.
외항마을 뒤편 동쪽 해변은 자갈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해변에 널린 돌미역과 쉴새없이 기어다니는 작은 새끼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내항마을 팔손이나무 ]
따가운 오후 햇살이 내리쬐는 시간이면 가벼운 산행을 하는 기분으로 외항마을 뒤편 길을 따라 내항마을 쪽으로 원정(?)을 가는 것도 좋다. 봉긋 솟은 동산 위로 도로가 나 있는데, 이 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북서쪽의 내항마을로 갈 수 있다. 내항마을에는 팔손이나무 자생지가 있다.
팔손이나무는 천연기념물 제 63호로,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난대성 관목이다. 잎의 모양이 여덟갈래로 갈라져 있다 하여 팔손이인데, 네잎 클로버처럼 잎갈래가 하나씩 많거나 모자란 것들도 많아 실제로는 7~9갈래로 볼 수도 있다. 팔손이나무 자생지는 거대한 군락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조그만 정원 정도로 보일 뿐이다. 그만큼 귀한 나무다.
▲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제승당. | ||
비진도 옆에는 한산도가 있다. 한산도가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의 통쾌한 전적지였다는 사실을 상기하기는 어렵지 않다. 통영항에서 한산도까지 정기선이 있지만 비진도에서 가려면 낚싯배라도 빌려야 한다. 비진도에서의 느긋한 휴가가 좀 지루하다면 한나절 정도는 ‘한산도 상륙작전’에 할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통영항에서 페리호를 타고 30분 정도면 한산도에 이른다. 선착장 가까운 곳에 제승당이 자리하고 있다. 제승당은 한산대첩을 이끈 이 충무공의 사적지다. 배가 선착장에 닿기 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산꼭대기에 서 있는 한산대첩 기념비와 거북등대다.
기념비는 1592년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학익진 전법으로 적선을 물리쳐 대승을 거두었음을 기념하는 것이고, 거북등대는 한산대첩지를 알리는 부표이자 항해선박들의 길을 인도하기 위해 1963년 세워진 것이다. 왜선들을 침몰시킨 그 암초들 위에 세웠다.
선착장 오른쪽 길을 따라서 15분 정도 걸으면 제승당이다. 매표소에서 제승당까지의 길이 호젓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공원을 꾸며놓은 듯, 잘 다듬어진 나무들과 굽이굽이 돌아가는 진입로가 연인들의 산책로로 적합하다.
양쪽으로 자란 나무들, 그리고 비진도에서 가져다 심은 팔손이나무들도 구경할 수 있다. 제승당 앞에서 계단을 오르면 이순신 장군이 장수들과 작전회의를 하던 운주당(運籌堂)을 만나게 된다. 제승당은 정유재란 때 파괴된 것을 뒤에 통제사로 부임한 조경(趙儆)이 1740년 유허비(遺墟碑)를 세우면서 운주당 옛터에 다시 집을 지은 것이다.
제승당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바다를 내다보는 수루가 1976년 고증을 통해 복원되었다. 망루 안에 외적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사용했을 커다란 북이 들어앉아 있다. 제승당 왼쪽에는 충무공의 넋을 기리는 충무사가 마련돼 있다. 관광객들은 오랜 세월에도 빛이 바래지 않는 이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옛 장수의 넋을 위해 분향을 잊지 않는다.
편경애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