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산행] 2. 적상산 ‘산허리에 색동치마 두르고...’

	▲ 적상산 인공호수 옆의 옛 사고지 유구. 조선왕실 족보를 보관하던 곳이다.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이라 하는 동네는 오래 전부터 첩첩산중에다 교통이 불편하여 오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주리조트와 구천동, 진안의 마이산과 장수 장안산 등을 거쳐 들어가는 길이 발달돼 찾기가 한결 쉬워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구불구불한 산길로 들어서면 소음 0데시벨의 정적 속에 가을햇살만 넓게 퍼지고 있다. 높은 산과 맑은 물로 유명한 무주구천동. 그 중심에 있는 덕유산은 무진장 지역의 실로 많은 묏부리들을 거느리고 선 제왕과도 같은 산이다. 그 북서쪽에 적상산이 있다. 무주군 적상면을 지나면서 덕유산국립공원 적상산 입구라는 표지판이 곧 보인다.

포장된 시멘트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산 중턱 치마바위 위로 단풍이 들어있다. 이 모습이 마치 산 허리에 붉은 치마를 두른 것과 같다 하여 적상산(赤裳山)이라 불려왔다. 하지만 붉은 빛보다는 빛깔 다른 활엽수들로 오색 빛이 더 강해 보인다.

적상산 등산은 많은 사람들이 적상면사무소와 인접한 서창이나 길왕리에서 시작한다. 이 길에는 옛날 최영 장군이 칼로 내리쳐 갈라냈다는 장도바위를 지나 정상으로 오른다.

	▲ 위부터 적상산 성보박물관, 안국사, 전망대. 오른쪽은 천일폭포.

산 남쪽 사천리 안내새 쪽에서는 안렴대를 경유하는 코스가 있는데 사방이 천길 낭떠러지로 내려다보여 등산객들은 마음을 사리게 된다. 고려 때 거란이 침입했을 때 안렴사가 군사들을 이끌고 올라와 진을 치고 난을 피한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 북쪽인 북창리 내북창 마을에서 향로봉을 경유하는 코스도 있다. 무주읍에서 북창리를 거쳐 가까운 산의 초입에서는 산정호수, 양수발전을 위해 만든 인공호수가 있다. 그 옆으로 안국사까지 굽은 길이 깨끗하게 포장되어 걷는 사람보다는 자동차를 이용해 오르는 사람이 많다. 쉽게 오르는 길이라 가족단위로 소풍 나온 나들이객을 많이 볼 수 있다.

호수에 다다르기 전 도로변에서 가까운 천일폭포는 그 장관이 보기 드물게 시원하고 아름답다. 하늘 아래 하나밖에 없는 폭포라 하는 이곳은 검은 수직절벽의 가운데 15m의 장쾌한 물줄기가 무주 남대천으로 흘러든다. 남대천은 금강의 3대 지류 중 하나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딧불이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다시 도로로 나와 위를 올려다보고 가자면 가지런히 쌓은 댐이 파란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이 보인다. 호수를 빙 둘러 심어진 나무와 산의 가을빛이 호수면에 어리면서 또 하나의 장관을 이뤄낸다.

전망대까지 걷는 길은 잘 포장된 도로 옆으로 아직 풀들이 자라고 있는 흙길이 좋다. 길 중간중간 도시락을 준비해와 자리를 펴놓은 사람들이 모습이 여유로와 보인다.

댐이 생기면서 이주해온 안국사는 예전에 극락전 천불전 청하루 건물만 있었으나 지금은 범종각 지장전 삼성각 성보박물관 등 새 건물들이 더해졌다. 세계의 불상을 수집해놓은 박물관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하나하나 눈여겨볼 만하다.

	▲ 적상산 산정호수 옆으로 정상을 향하는 포장도로가 숨가쁘다.

성보박물관을 끼고 이어지는 길로 들어가 10분을 걸어오르면 안렴대(按廉臺) 바위에 이른다. 적상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인 안렴대는 험한 절벽을 이룬 20여 평의 너럭바위 가운데가 Z형 수직으로 갈라진 바위로 그 틈 밑에 재해를 피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숨겨두었다는 자연석굴이 있다. 안렴대 위에 서면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어 남쪽의 덕유산 연봉과 북쪽의 향로봉이 지척으로 보인다. 치마바위를 둘러싸고 있는 오색의 나뭇잎도 그 빛이 깊어 보인다.

▲가는 길: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무주IC에서 19번 국도 이용, 무주읍-당산리-727번 지방도-북창리-적상산 매표소-산정호수 주차장-안국사. 무주읍내에서 적상 방면 1일 22회 운행하는 완행버스(15분 소요, 서창 하차)를 이용해도 된다.

이유미 프리랜서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