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여의도에 종점이?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 버스 종점 차고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의도를 기점으로 돌아나오는 차량이 많은 곳이다. 지금은 서울 한복판이지만 노랫말로도 유명한 ‘밤 깊은 마포종점’이 한강다리 하나 건너에 있는 곳이니 나름으로 ‘종점’의 서정이 없지도 않다.
해마다 벚꽃 피는 계절이면 여의도를 순환하는 버스들은 ‘여의도 벚꽃축제’라는 안내판을 달고 서울과 경기도 곳곳을 누빈다. 5월이면 벚꽃은 다 떨어져 없지만 여전히 주말이면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의도 샛강 상류에서 서강대교 강변남단까지 장장 3.8km에 이르는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장소. (전철)여의나루역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진입 계단이다. 탁 트인 시야로 보이는 한강.
축구장, 농구장에서는 벌써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민속놀이 마당에서는 풍물패의 흥겨운 사물놀이가 한창이다.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휴일이면 사람들은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이곳으로 모여든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유람선 타러, 낚시 하러, 봄꽃과 사진 찍고 강바람 쐬기 위해, 밀려오는 사람들로 여의도는 휴일이 더 분주하다.
정적인 놀이를 하고 싶다면 일단 야외 무대쪽으로 가 보자. 주말이면 동호회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경쾌한 음악과 박수 소리가 길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우리꽃동산’의 잘 조성된 조경을 배경 삼아 한껏 무르익은 봄을 담아보는 것도 기억에 남는 놀이 중 하나. 눈에 띄는 꽃덤불엔 늘 사람들이 많으므로 숨어있는 명당을 찾아 나만의 사진을 만들어본다.
5월의 푸른 하늘에 알록달록 연을 띄우는 것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35개나 되는 간이 매점에서 2천~3천원만 투자하면 종일 놀아도 질리지 않을 연날리기가 가능하다.
동적인 놀이를 원한다면 선착장 뒤편이나 수영장 뒤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리자. 인라인스케이트는 개인적으로 가져와야 한다. 강바람을 맞으며 질주하다 보면 주중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싹 달아난다.
유람선과 함께 수상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1986년 첫 뱃고동을 울린 유람선은 지금도 여의도, 잠실 등을 오가며 운항 중. 저녁 7시 반, 디너 콘서트가 있는 라이브 유람선 등으로 즐거움을 제공한다.
날씨가 일찍 더워진 관계로 모터보트, 오리보트 등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늘고 있다. 시원한 물살을 가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한강변에 울려퍼지면 덩달아 신이 난다. 여름이면 야외 수영이 가능하고 겨울이면 수영장 뒤 철새조망대에서 밤섬의 철새를 볼 수 있는 곳, 각종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 여의도 한강지구가 있어 지친 도시민들은 행복하다.
강바람이 부담스럽다면 5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여의도 공원을 찾아가 본다. 마포대교 남단을 지나 한강둔치에서 여의도 공원으로 연결되는 지하 보도가 있기도 하지만, 여의나루역에서 신호등을 두 번 건너면 금방 도착하는 곳이다.
1998년 아스팔트였던 광장을 걷어내고 개장한 여의도공원은 주중엔 직장인들의 산책로로, 주말이면 숲을 느끼고 싶은 가족이나 연인들의 발길로 붐빈다. 한국 전통의 숲, 자연 생태의 숲, 문화의 마당, 자전거 도로, 지압보도, 연못 등 여의도를 가로질러 길게 조성된 대표적인 도심 속 자연 휴식 공간이다.
한국 전통의 숲 앞에는 전통 연못 ‘지당’으로 이어지는 작은 계곡까지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깊은 숲 계곡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세찬 물살이 시원하다. 잔디 마당에는 여기저기 그늘 밑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이고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는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로 미어진다.
야외무대나 문화의 마당에서 각종 공연 및 행사를 보거나 직접 할 수도 있다. 여의도 공원 출입구 3번을 나와 광장아파트 쪽 샛강을 따라 걸어가면 샛강 생태공원이 나타난다. 버드나무와 갈대, 억새밭 덤불 사이로 자연관찰을 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인데, 무성한 덤불 안엔 식물, 동물, 곤충만이 주인인 듯 싶다. 생태공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근처 주민들의 산책로로만 이용되고 있을 뿐, 다소 썰렁한 이곳이 한강 자전거 도로와 이어져 다시 부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강시민공원 (02-3780-0561 ~2): 국회 옆 둔치주차장에서 63빌딩 앞 저수부지까지. 자전거 대여(1인용 3천원/ 2인용 6천원). 유람선, 모터보트, 오리보트, 드래곤보트
▶여의도공원 (02-761-4078~ 9): 농구공 대여(1번 공원 안내소, 무료) 자전거 대여(1, 3, 6, 8, 12번 출입구 앞) 롤러스케이트/롤러블레이드 대여(문화 마당 내)
▶샛강생태공원 (02-3780-0570 ~1): 광장아파트 2동 앞 진입로, 자전거로 여의교 인접 진입도로 직접 진입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