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릉수목원 백두산호랑이로 1994년 중국 장쩌민 전 주석이 기증했다. | ||
그러나 큰 맘 먹고 찾아간 유명 동물원에선 하루 종일 사람 구경만 하고 오기 일쑤다. 보고 싶은 동물은 왜 그렇게 멀리 있는지. 더위에 지친 동물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나마도 그림책 보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모든 동물원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직접 만져보고 먹이도 주고 마치 우리 집 뒷마당에서 가축을 키우듯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동물원이라기보다 현장학습장에 가까운 곳으로 이번 주 떠나보자.
경기도 고양시, 주말 농장과 낚시터가 있는 논밭 한 가운데 2백여 종의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숨소리도 들릴 만큼 바로 지척에서 뛰노는 동물들, “만져보세요”하며 먼저 다가오는 직원들, 다른 동물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오히려 어색하다.
“아빠, 돼지가 우리 밖으로 나왔어!”
처음엔 다소 경계하던 아이가 머뭇거리며 당근을 내밀자, 커다란 돼지는 맛나게 먹더니 사람 많은 휴게소로 꿀꿀거리며 걸음을 옮긴다. 막대기에 오이나 당근을 꽂고 서 있으면 저만치서 토끼가 뛰어오고 신바람난 조랑말들이 어슬렁 다가온다. 동물 사육사나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테마동물원 주주(zoozoo)에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곳은 특별한 동물 체험이 있는 곳. 아이들에게 책으로만 보던 동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느끼게 하는 데 좋은 기회다.
정문을 들어서기 전, 가로로 길게 뻗은 동물원 지도를 보고 미리 질리지 말 것. 동선이 긴 다른 동물원과 달리 전시관 사이의 거리가 짧아 실제로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다. 높은 시멘트 벽이나 거대한 철창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우리는 높이가 50c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안의 동물이 뛰쳐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까지 한다.
매표소에서 당근 조각 몇 개를 나누어 주는 것부터 특이하다. 자연 학습장에서 말, 토끼, 닭, 염소 등에게 이 먹이를 줄 수 있다.
야외 전시장에서의 먹이 주는 일도 즐겁지만 시간대별로 진행하는 동물 체험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파충류관에서는 커다란 비단구렁이를 만지거나 1∼2m 되는 뱀을 목에 둘러보는 체험은 어른보다 겁없는 아이들이 더 잘 한다. 볼비단뱀을 목에 두른 아이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어른들의 겁먹은(?) 표정이 더 재밌다.
▲ 테마동물원 ‘주주’에서 오랑우탄 ‘우탄이’와 어깨동무하고 사진 찍는 어린이. | ||
한편 포천 광릉내 국립수목원에는 야생동물을 볼수 있는 산림동물원이 출입통제 7년 만에 사람들에게 개방됐다. 한국호랑이와 토종 늑대 등 희귀동물을 볼 수 있다는 소문에 하루 두 번 선착순의 관람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테마동물원이 사람과 동물의 친화성에 중점을 두었다면 산림동물원은 최대한 자연친화적인 동물원을 조성하는 데 그 의의를 둔 곳이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우거진 산길 가운데 띄엄띄엄 자리잡은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산림욕하기에도 좋다. 가파른 산길이 이어지므로 유모차나 어린 아이들이 가기엔 다소 무리다.
주로 멸종 위기의 천연기념물인 탓에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개방 여부가 달라진다. 그러나 방문한 사람들은 백두산 호랑이나 반달가슴곰, 늑대 등 접하기 어려운 몇몇 동물을 보는 것에 만족한다. 백두산 호랑이는 보는 거리가 가까워 특히 사람들이 오래 머물고 좋아한다. 자연과 동물이 스트레스 받지 않는 동물원을 만드는 데 인간도 일조해야 함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관련정보
▲테마동물원 주주: 031-962-4500 www.themezoozoo.or.kr / 입장료 대인 7천5백원, 어린이 5천원(단체 할인) / 소달구지 개인 2천원 / 악어쇼 대인 5천원, 중고생 및 어린이 4천원 /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화정역 2번 출구로 나와 좌석 82번, 85번, 일반 85-1번, 03번 이용. 남북농원 앞 하차. 원당역에서 택시 이용시 3천~4천원. 자가용은 행주대교 건너 고양시청 5거리에서 벽제 방면 직진, 우측에 위치. 또는 자유로 지나 고양시청 쪽으로 가다 의정부-벽제 방면 39번 국도 이용, 테마동물원으로 좌회전, 철길 건너 우회전 후 직진.
▲광릉 산림동물원: 031-540-1030 / 관람시간: 오전 10시30분/ 오후 2시30분 입장(2회) / 관람권 수목원 정문 ‘방문자의 집’에서 선착순 배부. / 주차 버스 5천원, 승용차 3천원, 경차 1천 5백원 / 가는 길: 대중교통 의정부역 광장 방향 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광릉내행 시외버스(21번) 또는 청량리에서 7번, 707번 타고 광릉내 종점에서 21번 시외버스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