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곡사의 발우공양 모습. 식사도 수련의 연속으로 밥 한톨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그릇을 비워야 한다. | ||
최근 웰빙 바람과 함께 ‘템플 스테이’가 인기를 끌면서 여름 수련회를 개최하는 사찰이 늘었다.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산사에서의 수행 기회는 활짝 열려있다.
경쟁과 욕심을 비우는 소중한 경험은 지친 생활에 활력소가 될 것이다. 충남 공주의 유서 깊은 고찰 마곡사에서 여름 수련회를 앞두고 진행된 템플 스테이를 체험해 봤다.
충남 공주시 태화산 자락에 자리잡은 마곡사는 물의 흐름과 산의 형세가 명당으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춘마곡 추갑사’, 계룡산의 이름 높은 여러 절 가운데서도 봄 풍경은 마곡사가, 가을 풍경은 갑사가 아름답다는 말인데, 한껏 푸른 여름의 신록도 봄 경치 못지 않다.
자기 수행과 명상 교육으로 유명한 마곡사에서 마련한 주말수련회에는 마침 ‘내 마음 바로 보기’ 강의가 개설된 중앙대학교 학생들이 하룻밤의 마음여행을 위해 참가하고 있었다.
졸졸 흐르는 개울 소리만이 산야에 울릴 뿐, 천 년을 견뎌온 사찰은 고즈넉하다. 도시의 소음이 몸에 밴 학생들의 소요도 잠시, 법복으로 갈아입은 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불교 체험이 아니라 자기 마음의 수양이 목적이라는 마곡사 템플 스테이의 특성에 따라 “있는 동안 자기 마음을 놓치지 말고 집중하여 바라보라”는 주문이 이들에게 주어진다. 그리고 “묵언!”이라는 말과 이튿날 아침 공양 때까지 입을 열지 않는 묵언수행이 시작된다. 휴대폰, 담배 등 지상에서의 모든 유혹 수단들은 모두 스님에게 맡겨진 뒤다.
새벽 세 시, 도량 소리와 함께 일어나 만물을 깨우는 범종 소리를 들으니 본격적인 사찰 문화 체험이 실감난다. 법당에 들어가 예불과 함께 백팔배를 하는 참가자들, 온몸이 땅에 닿는 쉽지 않은 절인데도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죽비 소리에 맞추어 백팔배를 해낸다. 육체적 고통 이전에 정신적인 성취감이 법당을 나서는 이들의 표정에 가득하다.
모든 감각 기관을 열고 만물과 자기의 마음을 바라보는 새벽 숲 걷기 명상, 마당 쓸기, 기와불사 나르기 등 여럿의 힘을 모아 노동하는 운력, 일상 생활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러한 일들이 수행의 기본임을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내 마음을 바라보는 시간. 자기 자신과 상대방에게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가지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다.
한낮의 다도 체험은 차와 이야기가 있는 시간. 문풍지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녹차와 함께 스님의 명언을 듣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평안해진다. 쌀 한톨이 오기까지의 고마운 인연을 찾아보는 토론 명상과 만물을 깨달음으로 이끄는 타종 체험을 마치면 템플 스테이의 꽃, 촛불 의식이 시작된다.
이른바 방하착, 모든 것을 털어버린다는 뜻이다. 죽음의 체험을 하고 유서를 발표하는 시간엔 연화당 실내에 흐느끼는 소리가 가득하다. 이어 유서를 불살라 계곡에 날리면서 번뇌는 사라지고 새로운 삶의 의욕을 불태우는 이들의 표정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마지막 날엔 참가자 전원이 부처가 되어보는 시간. 서로 돌아가며 3배를 받으며 부처가 되고 상대의 존귀함을 느끼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내가 나를 부처로 생각하면 내 옆 사람도 부처로 보인다”는 스님의 말씀이 뼈저리게 와 닿는 2박3일 간의 체험, 내 마음으로 떠나는 값진 여행이 아닐 수 없다.
마곡사 2004년 여름 수련회 일정 | ||||
차수 | 일시 | 내용 | 인원 | 참가비 |
1차 | 7월12일~16일(4박5일) | 자비명상 | 30명 | 20만원 |
2차 | 7월17일~18일(1박2일) | 대전자혜원 불교학교 | 60명 | 접수마감 |
3차 | 7월23일~25일(2박3일) | 어린이불교학교 | 70명 | 3만원 |
4차 | 7월28일~8월1일(4박5일) | 선수련회 | 30명 | 10만원 |
5차 | 8월13일~15일(2박3일) | 가족 Temple Stay | 7가족 | 20만원(가족당) |
6차 | 8월20일~22일(2박3일) | 부부명상 | 10쌍 | 20만원(한쌍) |
그외 전국 주요 사찰의 여름 수련회는 조계종 포교원 홈페이지(info.ibuddhism. org)에서 사찰별 신행 정보 참조.
교통 안내
▲마곡사 종무소 041-841-6220-3, www.magoksa.or.kr ▲가는 길: 천안 분기점 톨게이트에서 천안 방면 진입(25번 도로), 정안 IC로 나와 604번 국도 따라 마곡사 방향 진행. ▲대중교통: 공주 버스터미널에서 마곡사까지 7번 버스 종점 하차(06:00∼20:30, 40분 소요)
송민주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