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의 홍염을 관측하는 관람객 | ||
사람들은 이제 인공의 섬을 탈출하지 않는 이상 자연의 선물을 거의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강원도에서도 두메 산골인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 천문인마을은 ‘별빛보호지구’로 지정된 곳으로 관측에 방해되는 모든 불빛이 철저히 통제된다. 주변에 인가도 두세 채가 전부인 데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도 보통 시골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밤 9시를 넘기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하늘의 별 외에는 모든 빛이 잠들어 있으니 별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없다.
달빛마저 없는 그믐밤에 맞춰 ‘스타파티’가 열린 천문인 마을을 찾아갔다.
‘스타파티’를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우선 주변에 도시 불빛이 전혀 없는 칠흑 같은 시골일 것. 천문인마을은 그런 곳이니까 인공적 조건만큼은 나무랄 게 없다.
자연조건은 기상이 중요하다. 우선 그믐이 가까워야 달빛이 없어 별이 더 잘보이고 물론 하늘엔 구름 없이 맑아야 한다.
그믐날과 가장 가까운 9월18일 ‘스타파티’의 출발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차차 갠다고 했지만 밤이 깊어도 하늘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동호인, 대학교 천문동아리, 일반인 등 1백50여 명의 참가자들은 초저녁부터 발을 동동 구르며 하늘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진심으로 기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던가. 정확히 23시27분. 밤하늘을 잔뜩 가렸던 구름이 어느새 물러가고 보석처럼 맑게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머리 위를 수놓았다. 별들이 마치 우박처럼 한바탕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천문인마을의 스타파티는 비로소 막이 올랐다.
뭐든지 알아야 더 즐거운 법. 별을 보는 것도 그렇다. 여러 별자리와 거기에 깃든 전설들, 그리고 천체 일반 상식을 공부한 후에 관측하면 곱절로 더 재미있다. 미리 예습할 겨를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그런 염려는 붙들어 매도 된다. 정병호 천문대장이 ‘기초 천문강의’를 실시하고, 관측중에도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의 설명을 듣다보면 아무리 ‘성맹’(星盲)이었던 초보자라도 별나라에 대한 혜안(慧眼)이 조금씩 열린다.
별은 좁은 의미에서 항성만을 일컫는다. 내부에서 발생된 에너지를 복사해 스스로 빛을 내는 가스덩어리로 된 태양과 같은 별을 말한다. 행성 주위를 도는 수성, 금성, 화성 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으니 별이 아니다.
구경 18인치 거대한 망원경을 통해 들여다본 별들은 정말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벅찬 감동을 준다. 손가락에 끼는 반지처럼 생긴 고리성운과 두 개의 산개성단이 겹쳐 주변을 도는 이중성단, 물음표처럼 생긴 플레이아데스 산개성단 등 별들이 하늘에 그린 그림이 장관이다.
▲ 정병호 천문대장의 강의 모습. | ||
‘스타파티’의 백미는 토성 관측. 새벽 3시30분쯤 토성이 산 너머로 솟아오르자 일제히 망원경들이 토성을 향했다. 그림으로만 보아왔던 토성의 고리가 망원경에는 뚜렷하게 잡힌다. 눈을 갖다댄 이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조바심은 안중에도 없고 도무지 비킬 생각이 없다. 그만큼 토성의 모습은 아름답다.
새벽녘에는 금성이 떠올랐다. 동트기 전 동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금성이다. 위치만 알고 있다면 낮에도 찾을 수 있을 만큼 밝다고 한다. 1박2일의 ‘스타파티’는 이튿날 아침 태양의 이글거리는 홍염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우주의 신비를 직접 눈으로 체험한다는 것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놀랍고도 굉장한 일이다. 문득 탁한 도시의 밤하늘을 올려보다가 그 옛날 추억이 되살아나면, 온 식구가 함께 별자리 체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별을 볼 수 있는 천문대
▲코스모피아(www.cosmopia. net) 031-585-0482, 경기도 가평군, 1박2일 5만∼6만원
▲세종천문대(www. sejongobs.co.kr) 031-886-2200, 경기도 여주군, 요금 4만원
▲별마로천문대(www.yao.or.kr) 033-374-7460, 강원도 영월군, 입장료 5천원, 숙박 6인실 1인 1만원
▲중미산천문대(www.astrocafe.co.kr) 031-771-0306 경기도 양평군, 1박2일 5만∼6만원
확인하고 출발하자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새말IC(횡성,안흥방면)-안흥-강림파출소-월현리-통나무학교-천문인마을
▲문의 및 예약: 천문인마을(www. astrovil.co.kr) 033-342-9023
▲프로그램: 매년 9∼10월경 여는 스타파티 외에 3월쯤엔 메시에 마라톤을 개최한다. 메시에 마라톤은 아마추어 동호인들을 위한 별자리 찾기 대회. 마라톤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천문인마을 주망원경이 밤새 가동된다. 천문인마을은 평일에도 이용 가능하다. 요금 1박2일 5만∼6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