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은 간단했다. 그저 인터넷 게시판에 ‘대출문의, 대출급구’ 등의 글만 올리고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한 보이스피싱 조직에게서 연락이 왔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이 계좌로 넣어주면 우리가 전달해 주겠다.” B씨의 연기에 속아넘어간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금액 600만원을 계좌로 넘겼다. 계좌는 남자친구인 A씨의 계좌였다. 쉽게 돈을 번 의적(?) 커플은 이후 잠적했지만 경찰에게 꼬리를 붙들렸다.
대구 달성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상대로 금품을 가로챈 A(22)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B(21·여)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 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8월21일 보이스피싱에 속은 C(60·여)씨의 피해금 600만원을 조직에 넘기지 않고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상대로 돈을 가로채기로 공모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대출문의’ 등 글을 게재, 이를 본 보이스피싱 측에서 연락이 오자 피해금을 전달해 줄 것처럼 속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책으로 가담한 것이 아니라 피해금만 도중에 가로채기 위해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도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어 조직에 대한 단서 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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