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청각 유하정. | ||
70~80년대 보통 사람들은 드나들기 어려운 요정 정치의 산실로 이용되던 것이 시대가 바뀌어 대중에게 그 은밀한 문을 열었다.
서울 성북구 삼청동에 자리잡은 삼청각은 1972년 건립된 것으로, 70∼80년대에는 ‘요정정치’를 대표하던 곳이었다. 세도 있는 실세들의 만찬장이었고, 고위 정치인들의 은밀한 회동이 이루어졌으며,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과 한일회담의 막후 협상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접근하기도 어렵던 이 ‘특별한 음식점’이 시대의 부침 끝에 대중음식점으로 다시 문을 연 것은 지난 2001년 10월. 주인이 바뀌고 세종문화회관이 위탁경영을 맡으면서 시민휴식의 장으로 새롭게 문을 연 것. 대지 5천8백84평에 공연장 한식당 찻집 등을 갖추고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전통공연을 연다.
그러나 삼청각의 옛 이미지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어서일까. 아직도 삼청각을 찾는 일반인의 발길은 적다. 그래서 더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삼청각의 중심 건물은 일화당. 널찍한 마당에 지상 2층, 지하 2층의 웅장한 기와 한옥이다. 일화당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직후 남북적십자대표단이 만찬을 나눴던 장소. 일화(一和)라는 이름에는 남북통일의 염원이 담겨 있다.
▲ 청다원 야외 테라스. | ||
일화당 뒤뜰 잔디마당에는 8개의 솟대 위에 12마리의 새가 앉아 있다. 솟대 뒤로 한옥의 추녀 끝이 날아갈 듯 매끈하다. 4개의 식수대에서 맛본 지하 1백20m에서 퍼올린 암반수는 이가 부서질 듯 시리다.
뒤뜰 계단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가면 취한당과 동백헌이 있는데, 넓진 않지만 울창한 숲속에 들어서 고즈넉하다. 취한당에서는 규방공예 강좌가 열린다. 청천당과 천추당은 전통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곳. 다례, 규방공예, 도자기공예 등 다양한 전통문화교실이 열리며, 전통다도와 같은 문화체험도 할 수 있다. 청천당 맞은 편 팔각모양의 유하정에서는 판소리 민요 대금 가야금 등 전통 소리 강좌가 열린다.
삼청각은 각각의 건물 바깥 벽 칸칸마다 7언(七言)의 한시를 대구(對句)로 적어 놓았는데, 이 글들을 읽으며 산책하는 맛도 색다르다. “마음이 흐르는 물 같으면 저절로 맑고(心同流水自淸淨), 몸이 조각구름 같으면 다툴 일 없다(身與片雲無是非).” 조였던 몸과 마음, 한없이 풀어 자유로워지는 삼청각 만추 나들이다.
삼청각
▲문의:(재)세종문화회관 삼청각 02-3676-3456/6789. 식당 아사달은 서울프라자호텔이 운영한다. 일반 한정식 2만원부터 교자상 6만~11만원까지.
▲가는 길: 경복궁~삼청공원입구~삼청터널을 지나면 바로 왼쪽. 삼선교~성북동으로 들어가도 된다. 시내 주요 지점을 무료 셔틀버스가 연결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10시까지 20∼30분 간격, 삼청각~경복궁~세종문화회관~프라자호텔~프레스센터~교보문고~현대갤러리~삼청각 순으로 운행.
전시/행사
▲정순석 작품전: 한지 응용한 유명작가 정순석의 작품전. 일화당 로비에서 11월30일까지.
▲거장의 예술세계: 삼청각 개관 3주년 기념 배정혜(전통춤), 박병천(전통굿), 황병기(가야금), 신영희(소리) 등 7인 공연릴레이. 일화당 공연장 12월4일까지.
▲솟아라 도깨비: 어린이를 위한 국악 뮤지컬. 일화당 공연장 11월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