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엉갈이 모습을 지켜보는 어린이들. 이엉갈이를 하다보면 굼벵이가 자주 나온다(오른쪽 원 안). | ||
댕기머리 땋은 것처럼 지푸라기가 근사한 새끼줄로 바뀌는 모습에 아이들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1년 동안 눈비를 맞아 다 낡은 초가지붕에 새옷을 입히는 작업이 한창인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12월 중순까지 계속되는 초가지붕 갈이는 도시사람들에게는 그림책 속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된 이색 전통체험의 현장이다. 70년대에 이미 새마을 운동을 하면서 농촌에서조차 초가지붕이 거의 사라져버렸으니 그 시절 어린이였던 중년들에게도 이제는 까마득한 추억뿐일 것이다. 농촌지역에서 초빙된 전문가들의 작업을 도와 새끼를 꼬고 나래를 트는 공개 체험은 그러므로 어른 아이 없이 모두에게 흥미로운 체험이다. 벼 이삭을 떨궈낸 볏짚을 만져보고 그 체온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벌써 상상속의 옛 시절로 타임머신 여행을 떠나는 기분일 것이다.
그 시절 추수가 끝난 직후의 시골마을은 언제나 초가지붕갈이를 하고 울을 갈아 다느라 마을이 분주했다. 지붕을 갈 집이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함께 새끼를 꼬고 나래를 올리고 용마름을 틀었다. 그것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서민 가계의 고달픈 연례행사 중 하나였을 테지만, 함께 막걸리 몇 동을 비우면서 노래까지 불러가며 지붕을 이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썰렁한 가을바람을 달래주는 또 하나의 축제였다.
눈으로만 보았거나 그림으로만 보았던 옛 서민 초가집의 지붕갈이가 한국민속촌에서 재현되고 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는 주말마다 일반 관광객이 동참할 수 있도록 공개체험의 기회를 주고 있어 도시인들이 머언 향수를 느껴보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다.
한국민속촌에 있는 실제 초가집은 모두 2백70여 동. 전북 김제에서 초빙된 35명의 전문 기능장이 11월 초순부터 시작해 12월 중순까지 초가지붕갈이를 하고 있다. 전 과정에 다 참여할 수는 없지만 일반 관광객들도 주말에는 현장견학과 함께 굼벵이 잡기, 새끼꼬기, 나래틀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초가지붕을 갈려면 우선 나래와 용마름을 틀어야 한다. 나래는 초가의 지붕면을 덮는데 쓰는 것. 볏짚이 흐트러지거나 도망가지 않도록 한줌씩 단단히 고정해 치맛단을 두르듯 엮으면 된다. 일반인들도 충분히 그 모습만 보고도 따라할 수 있다.
그러나 용마름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지붕꼭대기에 올리는 것으로 시옷자(ㅅ) 형태로 볏짚을 번갈아가며 단단히 묶어주어야 제대로 된 전체 모양을 갖출 수 있으며 또 비가 와도 초가집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 집의 크기에 따라 용마름의 크기도 달라지는데, 숙련된 기능장이라도 보통 하루 3개 만들기가 빠듯하다고 한다.
나래와 용마름이 준비되면 본격적으로 지붕갈이가 시작된다. 지붕에 올라가 예전에 올려진 짚의 썩은 부분을 골라내야 한다. 지붕이 미끄럽기 때문에 작업하는 사람들은 겨울 등산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신발을 착용한다. 용마름을 틀거나 지붕위에 올라가는 것은 일반 체험객들은 할 수 없다.
▲ 공연장에서는 매일 널뛰기와 농악놀이, 줄타기 공연 등이 벌어진다. | ||
굼벵이가 자라면 매미가 된다는 부모들의 설명에 도망갔던 아이들이 한발한발 다가와 관찰한다. 몇몇 아이들은 언제 겁을 냈냐는 듯 슬쩍 만져보더니 아예 가지고 놀기도 한다.
썩은 부분을 골라낸 곳에 나래가 들어가면서 쥐 파먹은 머리 같던 초가지붕이 점점 모양새를 갖춰간다. 나래를 꼼꼼히 얹고 나선 새끼줄로 지붕 전체를 고정시켜줘야 한다.
새끼를 꼬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서 기능장들의 설명을 들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적당량의 볏짚을 양 발바닥 사이에 끼고 꽉 누르고 쪼그려 앉아 그 짚을 똑같이 반으로 나눈 다음 꽈배기 꼬듯 양손바닥으로 비벼가며 꼬면 된다. 짚이 3분의 2 정도 꼬아지면 몇 가닥 새 짚을 집어넣고 이어가며 꼬아야 한다. 침을 ‘퉤퉤’ 뱉어가며 꼬아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래야 손바닥에서 짚이 미끄러지지 않고 잘 꼬이기 때문이다.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을 정도로 촘촘하고 단단하게 새끼줄로 나래를 묶어내면 얼추 지붕이 모양을 갖춘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바로 용마름이다. 상투 올리듯 용마름을 얹으니 드디어 으젓한 초가지붕 완성된다.
지붕갈이 체험장 옆에서는 짚풀공예도 배울 수 있다. 어설픈 모양이지만 내 손으로 만든 짚 인형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한국민속촌에서는 12월19일까지 주말마다 초가지붕 체험과 함께 김장담그기도 병행하고 있다. 손수 김장을 담가보고 그 중 반 포기씩을 가져갈 수 있다. 단, 참가자격이 제한되는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한국민속촌: 031-288-0000~ 0010/www.koreanfolk.co.kr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수원·신갈IC-오거리 우회전-오산방향으로 가다 좌회전 후 2km. 셔틀버스가 수원역 앞 민속촌영업소에서 오전 10시30분부터 하루 5회 무료 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