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눈과 조명이 환상적인 용평리조트 야경. | ||
케이블카로 올라서는 발왕산 정상부 능선의 트레킹은 또 다른 재미. 멋진 주목을 사열하며 걷는 산길은 멀리 동해바다와 강원도 산악의 전경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눈이 내리면 나뭇가지에 소담스런 눈꽃이 맺혀 환상적이다. 드라마 <겨울연가> 붐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즐겨 찾는 용평 발왕산에서의 하루.
12월의 주말엔 설국으로의 환상여행을 즐겨보자.
‘HAPPY 700m’는 강원도 평창군 경계를 지나면서부터 용평에 이르기까지 자주 만나게 되는 이정표다. 전국 최대면적의 군 가운데 하나인 평창군은 전체 땅의 65%가 해발 700m 이상에 위치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지만, 거기엔 흘려버릴 수 없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고도차에 따라 저기압과 고기압이 만나는 지점인 700m 높이에서는 인간과 동식물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활하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것. 눈의 나라, 용평으로 가는 길은 눈이 즐겁고 몸이 즐거운 최고의 웰빙 나들이인 셈이다.
용평에는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는 스키가 벌써 한창이다. 11월 말 개장을 하면서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한 것. 드라마 <겨울연가>와 한류 열풍 때문인지 용평을 찾아오는 해외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게다가 발왕산 기슭에 자리한 용평스키장의 스키 슬로프는 국내외 스키 마니아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연평균 2백50cm의 적설량으로 설질이 우수하고,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 수도권으로부터 거리가 비교적 가깝고 타워형 리조트, 빌라콘도, 드래곤파크 등 깨끗한 숙소와 부대시설 또한 스키 마니아들을 사로잡는 비결이다.
99년 동계 아시아대회와 수차례의 국제알파인 대회 등을 치른 용평의 스키시설은 국제수준이다. 24개의 슬로프 외에 하프파이프 눈썰매장을 14개 리프트 시설로 이용할 수 있다. 지금은 개장 초기라 옐로우 슬로프만 운영하고 있다.
숙박 없이 도심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당일 스키와, 리프트 이용이 편리한 새벽과 야간 개장도 운영한다.
스키 마니아들이 스키에 빠져있는 동안 같이 온 가족이나 해외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발왕산 정상. 정상에서 시작되는 레인보우 슬로프는 아직 개장하지 않았으나, <겨울연가>의 촬영지를 찾는 사람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 눈을 즐기는 스키어와 보더들(위). 발왕산까지 이어진 곤돌라(아래). | ||
백두대간의 한 봉우리인 발왕산 해발 1,458m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멀리 강릉 앞바다와 첩첩한 백두대간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태백산이나 소백산에 못지 않은 주목군락은 일년 사철 벽에 걸어놓고 싶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눈이 그친 후의 맑은 날이면 은백의 자작나무 숲은 동화 속 세계처럼 환상적이다.
지명에 임금 왕(王)자가 들어가는 산들은 왕과 관련된 전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왕이 태어날 지세라든가 하는 지명으로, 주왕산과 인왕산 등을 꼽을 수 있다. 과연 한 나라의 왕이 날 만한 웅장한 지세를 갖춘 산들이다. 발왕산(發旺山)도 본래는 임금 왕(王)을 사용했으나 그 이름이 일제시대에 바뀌었다고 한다. 다른 산들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의 날일(日)자 부수를 더하여 일본제국의 번영을 기원하는 지명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발왕산 정상까지는, 밑에서부터 걸어올라갈 경우 서너 시간은 족히 산길을 타야 하지만, 스키장에서 레인보우 곤돌라를 타면 약 20분 만에 정상에 도착한다.
시간당 1천8백여 명까지 탑승이 가능한 레인보우 곤돌라는 이동거리 7.4km로 국내 최장의 길이를 자랑한다. 하늘을 향해 달려가는 곤돌라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곤돌라가 산과 계곡을 수차례 건너는 동안 발왕산의 넉넉한 품을 두루 살펴보자. 택시만한 곤돌라 캐빈 안에 연인과 단둘이서 함께 탔다면 로맨틱한 시간일 수도 있다.
자주 변덕을 부리는 겨울 날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운해를 목격해도 좋고, 비가 오면 캐빈을 두드려대는 빗방울의 소리에 귀 기울고, 눈이 내리면 설국으로 변해가는 대자연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곤돌라를 이용한 발왕산 등반은 발왕산의 설경과 용평스키장의 화려한 슬로프들을 한눈에 감상하며 짜릿한 쾌감마저 느끼게 한다.
하늘을 향해 항해하던 곤돌라가 멈춘 곳은 발왕산 정상, 드래곤 피크다. 드래곤 피크는 스위스풍의 아름다운 건물로 관광객들이나 스키어들을 위한 카페, 한식당, 양식당 등의 시설을 갖췄다. 2층 커피숍에는 매년 열리는 겨울이벤트 ‘소원 트리’가 어김없이 설치됐다. 사람마다 각자의 소원을 적어서 하나둘씩 매달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풍성한 크리스마스트리로 완성되고 있는 것.
이색적인 것은 식지 않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인기를 대변하듯, 대만어나 일본어로 적힌 쪽지가 많이 달려있고 아시아 관광객들이 유난히 많다는 것.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게 된 드라마 속 주인공들 때문인지, 드래곤 피크는 ‘연가’를 만들어 내는 장소로 굳혀진 것처럼 보인다. 발왕산에 첫눈이 내리던 날 기쁨과 환호를 내지른 사람들도 동남아 관광객들이었다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드래곤 피크를 통과해서 만나게 되는 발왕산은 작은 설국이다. 발왕산을 알리는 표석과 그 주변으로 주목군락이 아기자기하게 서 있다.
주목군락에서 시작하는 능선 산책로는 왕복 20여 분이 소요되는 짧은 구간. 하지만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다. 주목나무와 자작나무들이 은백의 터널을 이루고 있어 머리를 숙이고서야 지나갈 수 있는 동화 속 지붕을 만들어놓았기 때문. ‘투두둑’하고 한 번씩 떨어지는 눈덩이 세례조차 ‘깔깔깔’ 웃음으로 맞을 만하다.
해마다 만들어지는 눈꽃터널을 지나면 헬기착륙장인 너른 평지가 나타난다. 사방이 트여있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함성을 내지른다.
역시 겨울 산의 묘미는 드러난 국토의 뼈대를 굽어보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발왕산 정상에서의 감동은 가도 가도 산이기만 한 강원도와 그 내륙의 살뜰한 속살들에 대한 애틋함 때문인 것 같다.
오후 4시30분이 지나면 마지막 곤돌라 운행을 안내한다. 아쉽지만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코발트빛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곤돌라에 오르는 것으로 발왕산과 작별하게 된다.
▲ 용평스키장 슬로프는 마니아들 사이에 설질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아래 사진은 소원을 적어 매다는 ‘소원 트리’. | ||
▲교통 & 숙박
영동고속도로-횡계IC-삼거리에서 우회전-456번 지방도로(용평스키장 이정표) 대중교통은 서울 상봉 터미널에서 횡계행 버스는 1시간 10분 간격으로 있고 4시간이 소요. 용평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서울-용평간 셔틀버스(02-575-7710, 2201-7710)가 매일 운행.
▲먹거리
횡계에는 오삼불고기와 곤드레돌솥밥이 유명하다. 오삼불고기가 유명한 집은 횡계 IC 삼거리에 있는 횡계식당이고 그 옆 고향이야기는 곤드레돌솥밥으로 유명하다. 강원도에서만 나는 향기 좋은 곤드레 나물을 쌀과 같이 돌솥에 얹어 밥을 짓는다. 033-355-5430
▲스키장 문의
용평 리조트 02-2270-6622, 033-335-5757
여행 Tip 2
▲등산코스
곤돌라가 아닌 등산로를 좀 걷겠다면 동계장비를 갖춰야 한다. 혹 곤돌라를 이용해 올라갔더라도 겨울에 바람이 몰아칠 때는 정상 능선에서 한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눈보라가 아니더라도 겨울철 정상은 항시 바람이 있고 기온이 많이 떨어지므로 반드시 방한복과 장갑을 챙겨야만 한다.
등산코스 1 : 스키장 주차장 - 새마을 회관 - 작은광장 - 큰광장 - 발왕산 - 스키장-골드코스 정상 (1127) - 스키장 주차장(4시간 30분 소요)
등산코스 2 : 스키장 주차장 - 용산2리 새마을 회관 - 능선 - 작은광장 - 큰광장 - 정상-능선고개 - 새마을 회관 - 스키장 주차장(6시간 소요)
여행 Tip 3
▲주변 볼거리
경포대 일출
강릉 경포대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횡계에서 대관령길(구 고속도로)로 넘어가면 강릉까지 30분. 용평리조트나 대관령목장부근에서 1박을 하고 새벽에 출발해도 경포대 일출(12월 중 오전 7시30분경)을 감상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황태덕장-횡계에서 용평으로 가는 도중 눈덮힌 황태덕장의 모습도 볼수 있다.
대관령 트레킹
영동과 영서의 분수령인 대관령은 해발 850~1470m의 고원지대로 겨울철 ‘눈길 트레킹’의 명소로도 유명. 겨울철에는 항시 1m 이상의 눈이 쌓여 있으며 가족들이 함께 즐길만한 눈축제가 열린다. 사전 예약시 목장 내 가족이나 단체 숙박이 가능하다. 033-336-0885(www.happygre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