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이 남긴 보석’ 팔라우 해변. 푸른 물빛이 보석보다 영롱하다. | ||
평소엔 다르기 때문에 경계하던 것들도 여행에서만큼은 예외다. 다르면 다를수록 오감을 자극하고 호기심은 증폭된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여름옷을 꺼내들고 앙상하고 헐벗은 가로수 길을 뒤로 한 채 떠난 팔라우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한 겨울에 즐길 수 있는 최대의 호사였다. 12월에 느껴보는 지구상에서 가장 맑고 신나는 청정바다의 여름. 이 기발한 발상부터가 가슴 뿌듯하다. 열대에서 만나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또 얼마나 특이한 즐거움일까.
팔라우라고 하면 그게 어느 나라의 섬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4백88㎢ 면적에 UN 가입국 중 가장 적은 인구인 2만여 명만이 단출하게 살고 있는 작은 나라 팔라우는 아직 한국인들에게 낯선 나라다. 우리나라와 정식 수교를 맺은 것도 그리 멀지 않은 1995년의 일이다.
정식명칭은 팔라우 공화국(Republic of Palau). 동쪽으로 미크로네시아, 서쪽으로 필리핀, 남쪽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이리안자야주 사이에 3백40개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나라다. 수도는 코로르. 팔라우제도, 손소롤제도 및 메리르섬 풀로안나섬 헬렌리프섬 토비섬 등이 주요 지역이고, 팔라우제도의 바벨투아프섬과 코로르 말라칼 펠렐리우 아라카베산 등 9개 섬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이름도 알 수 없는 무인도다.
독특하고 수려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팔라우의 중심지역에는 오랫동안 해수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버섯 모양을 띤 크고 작은 2백여 개 도초가 마치 정성들여 가꾼 분재처럼 모여 있어 ‘신들의 바다정원’이라 불린다.
보통 사람들에겐 낯선 나라지만, 전 세계의 다이버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스쿠버 다이빙의 메카로 여겨지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섬 전체를 천연 방파제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호초 덕분에 바다는 잔잔하고, 그 덕에 남태평양 한복판인데도 거친 파도를 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천혜의 조건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생태계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해양전문가 단체 CEDAM (Conservation, Education, Diving, Awareness and Marine-research: 전 세계적인 해양연구 보호기구로 해양과학자, 환경보호가, 다이버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은 호주 케언즈의 대보초(Great Barrier Reef)를 물리치고 팔라우를 세계 최고의 해양 지역으로 선정했고, 유네스코 산하 IUCN(국제자연보호연맹) 역시 이곳을 희귀 해양생물 보호 지역으로 지정했다.
3백여 개 섬들 사이사이로 1백 개가 넘는 최고의 다이빙 사이트들이 즐비하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수직하강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응게멜리스 월’과, 팔라우에서 가장 멋진 다이빙 장소이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어류들이 살고 있는 ‘블루 코너’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다이빙 포인트다. 호수처럼 잔잔한, 투명에 가까운 푸른 바다 속은 해저에서도 최고 2백피트(약 60m)까지 시야를 확보 할 수 있다.
▲ 천연산호 머드팩을 즐기고, 시원한 야자수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배를 타고 팔라우 섬을 일주하기도 하고, 팔라우 여행은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여가를 만끽하게 해준다. | ||
팔라우의 자연과 바다의 매력이 총집합된 곳이 바로 록 아일랜드(Rock Island)다. 2백여 개의 푸른 정글 섬이 코로르 남쪽 바다 35km에 걸쳐 산재해있다. 배를 타고 푸른 색 유리처럼 매끈한 수면을 가로지르며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낸 다리섬 고래섬 거북이섬 등 다양한 모양새의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저절로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이 지역은 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비거주구역으로 선포되어 팔라우 정부가 유네스코와 함께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팔라우는 다이빙, 바나나보트, 스피드보트, 땅콩보트, 카약 등 해양스포츠의 낙원. 일반인들이 비교적 쉽게 즐길 수 있는 바다 체험의 백미로써 바다 속 신비와 모험을 만끽하는 스노클링이 있다. 제 아무리 물이 무서운 사람일지라도 전문 강사의 안내와 지시를 잘 따르기만 한다면 바다 속 진풍경을 자유롭고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스노클링으로 팔라우에서만 볼 수 있는 생명체도 있다. 독 없는 해파리인 ‘젤리피쉬’가 그것이다. 팔라우에는 바닷물이 호수처럼 고여 섬 속의 자연 해수 풀이 70여 개나 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관광객의 출입이 허용된 곳은 에일말크 섬의 ‘젤리피쉬 레이크’다. 오직 드나든 사람들의 발길로만 닦여진 산길을 로프 하나에 의지한 채 올라가 언덕을 넘으면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해파리 호수’가 나타난다.
긴 세월 외부 생물과의 접촉 없이 고립된 덕에 독 쏘는 기능을 상실해 버렸다는 젤리 피쉬는 팔라우인들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스노클링 마스크를 쓰고 물 속에 들어가는 관광객들에게는 한 가지 꼭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따른다. 부드럽고 연약한 해파리들이 상하지 않도록 물 속 발차기는 금물이고 오직 팔만을 사용해서 최소한의 몸동작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름 그대로 말랑말랑한 젤리와도 같은 1백만 마리 옅은 미색의 해파리들이 엄지손톱 크기에서부터 농구공만한 크기까지 맑은 밤하늘의 별처럼 바다 속 시야에 가득 쏟아져 내린다.
록 아일랜드의 순간순간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밀키웨이’에 배를 정박시켜놓고 선상에서 즐기는 천연 산호머드 마사지도 그 중 하나. 팔라우 주변의 다른 바닷물과 달리 그 지역에만 우유 빛의 바다가 존재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변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바위섬들 때문에 물의 흐름이 거의 없어 바닥에는 오랜 세월 침전된 산호가루가 고운 천연머드가 되어 가라앉아 있다. 깊이 잠수해 퍼 올린 산호머드를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골고루 바른 뒤 햇볕에 말리고 나서는 안전조끼를 입고 풍덩 물 속으로 뛰어들어 씻고 나오기만 하면 머드팩 완성. 금방 보들보들해진 피부에 적잖이 놀랄 것이다.
팔라우에서 유일한 별 다섯개짜리 특급호텔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머물지만 팔라우의 호텔 중 유일하게 전용해변을 가지고 있는 덕에 특히 허니문 커플들에게 인기다. 서서히 석양이 물들기 시작하면 깨끗한 백사장과 얕은 수심의 맑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해변은 어느새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의 낭만적인 산책로가 된다. 주 1회 정도 수영장 옆 풀 바(Pool Bar)에서 호텔 측이 제공하는 무료 칵테일파티의 소란함이 사그라질 무렵이면 야자수 너머 어두운 검은 우단 같은 밤하늘에 다이아몬드처럼 영롱한 별들이 연인들의 머리 위에서 선명하게 반짝거린다.
팔라우는 또한 낚시광들의 천국이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무색하지가 않다. 트롤링 낚시는 물론 초보자들도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밤바다의 줄낚시는 매번 풍어를 자랑한다. 약간의 노하우만 숙지한다면 줄낚시로도 도미 같은 고급 생선을 건질 수 있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는 마사지로 푼다. 자리를 이동할 필요 없이 신청만 하면 전문 마사지사가 고객의 방으로 온다. 전통 중국 추나요법에 의한 다이내믹한 마사지는 경락을 소통시키고 관절을 부드럽게 하며 부기와 통증를 풀어줘 해양스포츠로 뭉친 근육을 위해서는 안성마춤이다.
▲인천-코로르: 올해 처음으로 아시아나항공에서 직항 전세기를 투입하고 있다. 4시간 반 소요. 코로르 공항에서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까지는 리조트에서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
▲상품: 하나투어 등 여행사들이 12월~1월 사이 스쿠버다이빙과 허니문 상품을 내놓았다. 프리스타일 여행객을 위한 호텔팩(퍼즐팩)은 99만원부터. 올 겨울 시즌은 내년 2월2일 출발까지 운영된다. 하나투어(02-2127-1419 hanatour.com), 고트래블(02-734-8350 gopalau.co.kr), 씨월드팔라우(02-515-8511 seaworld-palau.co.kr)
글=배선아·사진=윤선애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