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용준 최지우 실물크기 동상까지 만들어져 드라마 기념지처럼 되었지만, 이것 말고도 사시사철 특별한 전시회와 체험형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가 보강돼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것. 섬의 호젓함과 여행의 풍성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 남이섬으로 떠나보자.
선착장을 나와 2열 종대로 늘어선 채 나그네를 반갑게 맞는 잣나무길을 지나면 몇 개의 작은 전시관들이 옹기종기 따스한 문화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섬에 발을 내린 이유가 단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것뿐인 사람들에게 외면 받아 온 소박하고 아름다운 전시들이다.
3년 전까지 DDR 놀이터였던 곳을 보수해 만든 레종갤러리. 빈 병 쓰레기로 벽체를 세우고, 피죽에 폐유를 칠해 방수처리한 재활용 폐품으로 지붕을 올린 이 전시관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옛 추억의 볼모가 된다.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늘어났음이 분명하다. 이곳에서는 생각지 않은 동화책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정확하게는 동화책에 실린 원화 전시회다. 아이들이 인쇄된 책을 통해서만 활자와 함께 볼 수 있던 그림책 속의 그림 원화가 판넬에 가지런히 걸려 전시되고 있다.
전시된 그림 ‘고무신기차’(박지훈)과 ‘야광귀신’(한명호)은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는 동화로 어린이책 부문에서 문광부와 각종 독서단체 서점 등이 2년째 계속 추천하고 있는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작가 이춘희)의 일부. 시리즈 가운데서도 가장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의 원화들이다.
고무신 기차를 타고 달리는 아이들과 처마 밑에 걸린 채의 구멍을 세느라 밤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는 어벙한 도깨비들의 이야기가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처럼 푸근하다.
레종갤러리 건너편에는 ‘그 때 그 시절’ 전시관이 있다. 모든 전시물을 직접 수집하고 인형도 손수 제작한 임택근씨가 지은 곳으로 아련한 기억의 단편으로만 남은 옛 생활의 모습들을 재현했다.
헤어진 옷을 입고 코를 훌쩍이면서도 마냥 행복한 옛 국민학교 수업시간, 김일 포스터가 붙은 동네 전신주 옆에서 말뚝박기 하는 아이들, 만물대장간에서는 호미날 세우는 소리가 ‘땅땅’ 들려오고 약속다방 디제이는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틀어주며 윙크를 하는데…. 생각만 해도 즐거운 추억들. 지상 1백 평, 지하 1백 평 꽤 넓은 전시관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따뜻한 솜이불에 몸을 감춘 듯, 행복감이 몰려온다.
전시관 한 켠 달동네 구멍가게 점방에는 ‘아폴로’ ‘쫀득이’ 등 ‘추억의 불량과자’들과 뽀빠이 비닐우산 파리끈적이 등등 별별 게 다 있다. 천원만 내면 아무거나 세 개를 고를 수 있다.
선착장에서 레종갤러리 가기 바로 전 좌측에 우뚝 선 하얀 성채 모양의 건물은 유니세프 홀이다. 유니세프 친선대사 오드리 햅번, 로저 무어, 성룡, 안성기, 정명화 등의 활동사진들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저개발국 어린이들의 모습이 담긴 ‘따뜻한 사진전’을 열고 있다.
남이문화센터 체험놀이 공방에서는 섬에서 목각 염색 도자기체험도 할 수 있다. 연말인 12월31일부터 1월 4일까지 닷새동안 ‘한겨울밤의 여름꿈’ 이벤트도 연다.
연인들이라면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 배용준 최지우가 거닐었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찾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세워진 두 주인공의 동상 앞에서 ‘찰칵’ 사랑의 증표와 함께 추억을 새겨보자.
▲ 추억의 전시회 모습. | ||
▲문의: 남이섬 고객서비스센터(031-582-5118) 남이문화센터 체험(581-2020)
▲이벤트: 국시꼬랭이 동네 원화전 무료. 2월10일까지 / 그 때 그 시절전 성인 2천원, 단체 1천5백원. 상시 / 따뜻한 사진전 무료. 2월28일까지 / 한겨울밤의 여름꿈 매일행사 6만원, 특별행사 15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