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방향으로) 금호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인사아트센터 앞에서 미술관 순회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예술의 거리 인사동에서 한 스님이 봄을 기다리는 듯 붓으로 매화를 그리는 모습. | ||
요즘 유명한 공연들은 주머니가 걱정될 만큼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쌈짓돈으로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풍성한 문화산책의 기회들이 있다. 서울 인사동에서 시작하여 사간동∼평창동까지 국내 손꼽히는 미술관들을 순회하는 정기 셔틀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미술체험을 즐길 수 있는 미술관 여행은 각종 입장료를 포함하더라도 단돈 1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예술과 전통의 거리 인사동. 한국의 전통 예술과 현대 미술을 한꺼번에 보기 위해 몰려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행렬을 보면, 정작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한 번도 와보지 못하는 자신의 게으름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전철 3호선 안국역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1백m 정도 내려가다 보면 우측에 미술관 순회버스 출발지인 인사아트센터가 있다. 매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매시 정각 현대 한국 미술의 성지로 순례자들을 싣고 갈 버스가 이곳으로 온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와 인사동이 차 없는 거리가 되는 토·일·공휴일에는 안국동로터리 관광안내소 뒤쪽에 정차한다.
인사동에 산재한 미술관을 먼저 돌아보고 난 뒤 이곳에서 미술관 순회버스를 타면 된다. 30인승 아담한 미술관 전용 순회버스의 탑승요금은 1천원.
부암동 환기미술관을 시작으로 가나아트센터∼김종영미술관∼사간동을 차례로 도는데, 한 장의 티켓으로 원하는 곳에서 내렸다가 다음 버스를 타는 식으로 얼마든지 내리고 타기를 반복할 수 있다.
버스는 인사동을 빠져나와 민속박물관과 경복궁을 거쳐 청와대 앞을 지난다. 왼쪽으로는 아름다운 경복궁 돌담길이 이어지고 오른쪽은 청와대가 인왕산을 떠받들 듯 자리하고 있다. 이 길을 10분쯤 달려 버스는 환기미술관 인근 정류소에 멈춘다.
도무지 미술관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부암동 주택가. 그곳에 환기미술관이 있다. 수화 김환기 화백을 기념하는 미술관으로 별관과 본관, 강의실인 수향산방 등 3개 동으로 이루어졌다. 마침 김환기 30주년 추모전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전이 2월6일까지 열리고 있다.
다음 기착지는 평창동 미술의 거리다. 부암동에서 다시 순회버스를 타면 15분 만에 닿는 이곳에는 가나아트센터와 김종영미술관, 김흥수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는 유명작가의 기념 미술관들이 도보 5분 거리 안에 모여 있다. 이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한나절이 족하다.
▲ 가나아트갤러리 야외 조각들. | ||
각종 그림과 조각 중 단연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한기창의 일필사의도(一筆寫意圖). 거대한 캔버스 목판에 스테이플러를 찍어 수십 포기의 꽃과 풀을 만들고 레이저빔을 쏴 나비가 날도록 표현한 작품이다. 나비는 이 꽃 저 꽃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데 그로 인해 작품 전체가 살아숨쉬는 듯 보인다.
미술관 순례는 사간동에서 그 끝을 맺는다. 가나아트센터를 떠난 순회버스는 다시 15분을 달려 사간동,‘경복궁 미술관거리’라 불리는 곳에 정차한다. 이곳에는 학고재 아트선재 국제갤러리 금호미술관 현대미술관 등 크고 작은 미술관 20여 곳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산책로로도 그만이다. 철따라 바뀌는 거리 풍경 자체가 예술인데, 나뭇잎이 다 떨어진 황량한 겨울에도 미술관 건물들이 푸근한 풍경을 선사한다.
이 길을 걷다가 정독도서관 방향 샛길로 벗어나 티벳박물관에 들러 티벳의 역사와 문화를 접해보는 것도 괜찮다.
환기미술관, 가나아트센터, 김종영미술관은 미술관 순회버스표를 제시하면 입장료(기존 3천원)를 30%까지 할인해준다. 전시와 미술관 위치는 매월 발행되는 <서울 아트 가이드>라는 소책자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책자는 미술관 순회버스 출발지인 인사아트갤러리에서 받아볼 수 있다. 순회버스 출발 문의 02-720-1020
‘배부른 2월’ 인사동 전시회 줄줄이
인사동은 말 그대로 문화의 거리. 50개가 넘는 화랑과 갤러리들이 골목골목 산재해 있다.
김영섭사진화랑에서 <로버트 프랭크전>, 사비나미술관에서는 <시각서사전>, 인사아트센터에서 <내 친구 종이를 만나다> 등 전시를 열고 있다.
<로버트 프랭크전>에는 세계적 유명 사진작가인 로버트 프랭크의 1949년부터 1962년까지의 대표작 25점이 전시되고, 그가 직접 프린트해 사인한 빈티지프린트의 명작들이 우리나라 최초로 전시된다.
<시각서사전>은 영화와 미술의 교감을 표현한 전시. 강홍구 김범수 김세진 김창겸 박경주 등 10명 작가의 설치 회화 입체 영상 등 작품 30여 점을 통해 두 장르 간 소통의 통로를 엿본다.
인사아트갤러리의 <내 친구 종이를 만나다>전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종이라는 소재가 예술가의 손길에 의해 다양한 작품으로 탄생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는 모두 55명. 회화 조각 설치 공예 고미술 등의 양식으로 종이의 매력을 맘껏 표현했다. 이 전시에는 종이 놀이방을 따로 설치하여 관람객들도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어 호응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