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 허브숍(왼쪽)과 청원 허브꽃밥. | ||
말이 봄이지 아직 꽃을 보기는 이른 시기. 그렇다고 멀리 동백 매화를 찾아 남도여행을 떠나기도 여의치 않다면 시간도 비용도 절약할 겸 가까운 허브체험 농장을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온실에서 사철 꽃이 피는 허브농장에도 봄바람은 불어왔다. 때이른 봄바람에 몸을 맡긴 허브들이 제법 짙은 봄 향기를 풍긴다. 남보다 한 발 앞서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다면 거나한 허브들의 꽃 잔치에 몸을 맡겨 봄은 어떨까. 오감이 행복한 허브체험 농장을 소개한다.
허브는 원래 인체에 유익하고 향기가 나는 풀을 통칭하는 말이다. ‘푸른 잎’을 뜻하는 라틴어 허바(Herba)가 어원으로, 라벤더 로즈메리 페퍼민트 타임 등이 대표적인 식물이다. 수천 년 전부터 식용 약용 화장용으로 쓰여왔을 만큼 그 효용성이 크고, 관상용으로 쓰일 만큼 꽃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허브의 활용은 꽃과 잎에서 오일을 뽑아내 미용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 가루를 내 초로 만들거나 그대로 말려 포푸리를 만들기도 하고, 그냥 먹거나 말려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
웰빙 바람과 함께 허브의 효용이 알려지면서 허브 농장도 많이 등장했다. 일반인이 직접 농장을 관람하고 허브가공품을 만들어볼 수도 있는 체험형 농장만도 경주 전주 평창을 포함, 잘 알려진 곳만 10여 곳에 이른다. 수도권에서 가족들과 함께 쉽게 찾을 수 있는 허브체험농장 5곳을 골랐다.
세련된 감각의 허브 천국-포천 허브 아일랜드
1만여 평 농장에 10여 개의 허브 관련 시설을 구비한 허브 아일랜드는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농장이다. ‘향기의 낙원’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화려하고 아름다워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봄의 처음을 여는 곳은 야외 정원 너머에 있는 실내 허브 정원. 허브의 향긋한 향과 함께 새들의 노랫소리가 봄볕처럼 머문다. 세계 각국의 허브 1백여 종 가운데 정원의 한켠을 연보랏빛 꽃으로 채운 로즈메리와 짙은 보랏빛의 라벤더, 화사한 주홍빛과 노란빛의 나스터츔 등이 특히 눈에 띈다. 몸이 슬쩍 스치기만 해도 온몸에 형형색색의 향이 스민다.
정원을 지나 만나게 되는 허브 식물원과 허브 향기 가게도 정원만큼 예쁘다. 검은 토기에 담긴 허브를 판매하는 식물원에서는 몇 시간이건 맘껏 구경하고 원한다면 구입까지 할 수 있다. 작은 것 5천원부터 큰 것 1만원 정도까지.
중심 건물인 허브향기 가게 또한 동화처럼 살갑다. 오일 차 술 베개 등 다양한 소품들을 만날 수 있는데, 실내는 동화에 나오는 공주의 방처럼 곱다.
허브를 이용해 빵을 만드는 ‘허브 베이커리’와 허브 스파게티 등을 맛볼 수 있는 ‘허브 레스토랑’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 하루를 쉬어간다면 향기치료를 겸할 수 있는 아로마테라피 체험실도 이용할 수 있다. 오렌지, 페퍼민트 등 4개의 객실이 각각의 색과 향으로 꾸며졌다. 2인실 기준 1박에 15만원.
▲안내: 연중 무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43번 국도를 타고 의정부~포천 시외버스터미널 네거리 좌회전~심곡리에서 다시 좌회전~344번 지방도로. 서울에서 약 2시간 소요. www.herbis land.co.kr 031-535-6494
▲ 포천 허브 전시관. 눈으로 보기 전에 코가 먼저 행복해진다. | ||
허브 아일랜드가 ‘예쁜 곳’이라면 국내 최초의 허브체험농장인 상수 허브랜드는 ‘유익한 곳’이다. 전국 최대 규모에 최다 품종의 허브를 전시하고 있다. 5백여 종에 이르는 허브를 모두 안내판으로 꼼꼼하게 설명해 놓았다.
실내 전시관 어디서건 마음껏 보고 만져보고 뜯어 맛볼 수 있어 가족,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2만여 평의 공간 중 때이른 봄빛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3천여 평 규모의 알루미늄 자동 유리온실. 일종의 실내 전시관으로, 산책로를 따라 야외와 실내를 드나들며 허브를 감상할 수 있는 구조다.
전시관의 명물은 50m에 이르는 허브터널. 아로마테라피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을 만큼 향이 짙다. 허브 향으로 흠뻑 샤워를 한 듯한 느낌. 골든타임, 레몬타임 등의 허브를 깔아놓은 허브카펫은 개화시기가 늦어 3월보다는 5월이 더 아름답다.
야외에는 수령 1천 년 된 소나무 분재, 철갑상어가 노니는 연못,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고추공룡(수석) 등이 있어 산책하기 좋다. 꽃향기에 취해 돌아다니다 출출해지면 레스토랑 ‘허브의 성’에서 허브랜드의 별미인 꽃밥을 맛볼 수 있다. 로즈메리밥에 무순이, 두순이 등 각종 허브순이를 넣어 비벼 먹으면 입안 가득 향이 넘쳐난다. 허브 초 만들기, 포푸리 만들기, 허브 심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안내: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7시, 연중무휴. 입장료 어른 3천원, 어린이 2천원. 경부고속도로 청원IC를 나오자마자 대전 방향 17번 국도로 좌회전, 1백m쯤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허브랜드 진입로가 나온다.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으므로 주의. 서울에서 1시간30여분 소요. www.herbland.co.kr 043-277-6633
웰빙형 원스톱 허브몰-홍천 아로마 허브동산
향을 맡고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체험이 가능한 곳은 홍천 아로마 허브동산이다. 원스톱 허브몰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최근 방문객이 급격히 늘고 있다. 연륜이 짧고 면적이 넓어 구성미가 다소 떨어진다는 게 흠. 3만여 평의 야산을 타고 흐르는 수통골 골짜기에 현재 베이커리, 북 카페, 허브 숍, 전시관, 식당 등 10여 곳이 자리잡고 있다. 이 중 허브를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허브 찜질방과 허브 목욕실이 단연 인기다.
라벤더, 로즈메리, 타임, 전나무 등 모두 5개의 허브 방을 갖춘 허브저온찜질방(40∼45℃)은 너무 뜨겁지 않아 은근히 땀을 배출하면서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전나무가 벽면 가득 둘러져 있어 숲 속 같은 전나무 방은 몸이 습하고 냉한 여성에게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다.
허브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물에 풀어 목욕하는 목욕실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준다. 1인용 욕조를 갖춰 이용자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허브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허브 목욕에 소요되는 시간은 20~30분. 욕조를 빠져나온 뒤에는 물에 헹구지 않고 그대로 말리는 게 요령이다. 방갈로는 2인 기준 1박에 5만원.
▲안내: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양평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속초 방면으로 달리다가 구성포 교차로에서 춘천 서석 방면으로 빠져 U턴하듯 좌회전하면 55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게 된다. 10km쯤 직진하면 왼쪽으로 안내 입간판이 나타난다. www.aromaherb.co.kr 033-433-9685
만지고 보고 만족도 두배-고양원당 허브랜드
허브농장 자체보다 원당 종마목장과 서삼릉의 연계 여행지로 더 잘 알려진 곳. 분위기나 시설은 다른 곳에 비해 떨어지지만 어느 곳보다 후한 인심과 허브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허브인의 집이다.
직접 허브를 만져보고 구입하는 데 이만큼 편한 곳도 드물다. 스테비아 캐모마일 펜넬 보리지 등의 독특한 허브까지 눈치볼 것 없이 만져볼 수 있어 별명까지 ‘구경만 하는 집’이다. 그만큼 관람에 제약이 없다. 관람객이 음식 재료를 준비해 오면 허브를 무료로 이용해 원하는 허브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가족과 함께 도시락을 준비해 가는 나들이 장소로 이용해 볼 만하다.
▲ 1.청원 상수 허브랜드. 2.고양 원당 허브랜드. 3.홍천 아로마 허브 농장. 4.원평 허브농원. | ||
▲안내: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8시,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구파발에서 통일로를 따라 일산 방면으로 직진, 삼송리 검문소에서 원당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농협대학 지나 서삼릉 입구 삼거리에서 보이스카우트 중앙훈련원 쪽으로 좌회전해 승용차로 3~4분을 달리면 허브랜드다. www.wondangherbland. co.kr 031-966-0365
맘껏 즐기고 비누도 만들고-화성 원평 허브농원
한강 이남 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허브체험농장이다. 원당 허브랜드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하루 3백~4백명씩 몰릴 정도로 인기있다. 이유는 자연스런 조화가 돋보이는 허브 정원에도 있지만 허브비누 만들기 체험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향긋한 내음의 비누를 원하는 모양과 취향대로 만들 수 있어 허브 비누 만들기 체험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나 단체관람객에게 인기다. 사전 예약 필수. 1인당 체험료는 6천원이다.
연인이라면 허브 향 가득한 정원 쉼터에서 허브로 만든 차를 맛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제부도로 갈 때 잠시 들러 차 한 잔 하고, 시간이 된다면 허브 비누까지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안내: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8시, 명절 제외 연중 개방. 입장료 무료.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에서 수원 쪽으로 좌회전, 약 1.5km 직진후, 우측으로 새로 생긴 오르막길을 오른 다음 직진, ‘내리 원평 51사단’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 약 3백m. www.herbsfarm.com 031-294-0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