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정영훈 교수와 저서 ‘윤리의 표정’ 표지
[경남=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국립 경상대학교(GNU·총장 이상경)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정영훈 교수가 ‘타인의 상처를 응시하는 비평의 자세’라는 부제를 붙인 문학평론집 ‘윤리의 표정’(민음사, 336쪽, 2만 2000원)을 펴냈다.
이 평론집은 민음사에서 펴내는 하나의 테마로 동시대의 문학을 비평하는 테마 비평집 시리즈 ‘민음의 비평’ 일곱 번째 책이다.
또한 2004년 ‘중앙 신인 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돼 비평 활동을 시작한 문학평론가 정영훈 교수의 첫 번째 평론집이다.
정영훈 교수는 ‘윤리의 표정’에서 2000년대 이후 한국 소설에 대한 스무 편의 글을 묶었다.
1부 ‘훤화하는 소리’는 정영훈 교수가 생각하는 비평가로서의 윤리에 관한 글이며, 문학비평과 비평하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을 냉철하게 제기한다.
2부 ‘윤리의 시험대’는 김영하, 이승우, 권여선, 한유주, 이윤기 등의 작가론을 다룬다. 그들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과 상황을 통해 만들어진 윤리적 시험들을 톺아보는 비평적 시선이 흥미롭다.
3부 ‘세속의 신학’에서는 개개의 작품을 두고 분석하며 그 속에서 작동하는 윤리의 메커니즘을 좇는다. 편혜영의 ‘사육장 쪽으로’, 한지혜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보고서’, 김이듬의 ‘블러드 시스터즈’, 안보윤의 ‘우선멈춤’,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 조성기의 ‘라하트 하헤렙’ 등을 다룬다.
이 책에서 정영훈 교수는 ‘윤리’를 주제로 문학 작품만이 아닌 비평이라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해 메타적으로 접근한다.
정영훈 교수가 읽어 내는 작품 속 ‘윤리’는 현재 이 세계에서 작동하는 것을 문학으로 다시 재현한 것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힘, 추상적 개념이었던 윤리를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논하면서, 무엇이 옳고 선한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옳다고 생각한 일조차 다시 한 번 의심한다.
때문에 정영훈 교수의 비평은 작품에서도 삶에서도 유리되지 않고 두 세계를 잇는 가교가 된다. 그리고 그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야말로 문학 비평과 비평가의 ‘윤리’를 다하는 일이다.
‘윤리의 표정’은 문학 작품을 통해 삶의 윤리를 다시 정립할 수 있는 비평집이다.
정영훈 교수는 책 머리에서 “문학이 무력하다는 자각은 문학이 현실 속에서 지닐 수 있는 힘보다 문학을 손에 쥔 대가로 방기해야 했던 것들에 눈길이 가게 했고, 어떻게든 그것들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면서 문학을 하게 했다.무력함 자체를 조건으로 하는 어떤 문학적 가능성을 타진해 보게 했다”고 말했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 앞에 문학은 얼마나 무력한지’에 대한 저자의 오랜 고민은 이렇게 시작됐다.
또한 그는 “윤리에 대한 사유는 이미 마련된 삶의 자세들을 회의하는 데서 오고, 회의는 현실에서 패배한 자들, 무력한 자들에게 어울리는 몸짓이며, 문학은 이들이 들어와 살기에 가장 어울리는 집이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정영훈 교수는 1973년 마산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 소설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중앙 신인 문학상’ 평론 부분에 ‘나르시시즘으로부터 타자의 윤리학으로: 김영하의 단편들’이 당선돼 등단했다. 계간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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