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무리 포구 모습과 영화 <실미도> 촬영지를 알리는 표지석(아래). | ||
계기판의 속도는 시속 1백km. 시원하게 뚫린 6차선 공항고속도로를 아우토반을 달리듯 신나게 질주하다 보면 길은 어느새 바다 푸른 그 섬의 초입에서 멈춘다. 이름부터 예쁜 그 섬 무의도, 그리고 영화를 통해 만났던 작은 섬 실미도에서 빛깔있는 봄을 만나게 된다.
무의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용유도의 끝에 꼬리처럼 매달려 있는 작은 섬이다. 춤추는 무희의 옷처럼 아름다워 이름도 ‘무의(舞衣)’다.
섬을 관통하는 길은 찌그러진 ‘ㅑ자’형이고, 여의도만한 섬엔 해수욕장 산 선착장이 각각 2곳씩 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영화 <실미도> 방영 이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지만, 여름철의 시끌벅적함을 묻어버린 봄날의 섬은 여전히 평온하다.
개성이 다른 두 해수욕장부터 찾는다. 길이 난 순서상, 모세의 기적이 연출되는 실미해수욕장이 먼저다. 코앞에 무인도인 실미도를 끼고 앉은 실미해수욕장은 수많은 해송이 운치있는 곳. 하루 두 번, 썰물 때마다 실미도로 건너는 바닷길이 열린다. 영화 <실미도>의 촬영현장으로 ‘실미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실미도는 실제로 60년대 말 북파활동을 위한 특수부대원들이 훈련을 받았던 곳. 원래의 부대 막사는 물론 영화를 위해 재건된 세트장 건물조차 흔적 없이 철거되고 없지만, 영화를 기억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꾸준하다.
▲ 직접 딴 굴을 씻는 아낙들. | ||
수평선을 향해 하염없이 걸어도 수심이 발목을 넘지 않아 아이들이 뛰놀기에 특히 좋다.
낭만적인 볼거리를 찾는 연인들에겐 뭐니뭐니 해도 <천국의 계단> 드라마에 등장했던 세트장과 배경 경관들이다. 극 중 정서의 별장이었던 세트장은 연인들에게 인기. “승주 오빠, 눈이 안보여” “정서야, 어디 있니, 한정서…” 간혹 드라마 대사를 재현하는 간지러운 관광객들도 보인다. 실미해수욕장이 ‘실미도 사건’을 기억하는 중장년층에게 인기라면 하나개해수욕장은 연인들과 가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무의도에선 섬을 종주하는 산행코스와 선착장도 빼놓을 수 없다. 호룡곡산(246m)과 국사봉(230m)을 잇는 등산로는 산세가 험하지 않고, 전망이 좋아 수도권 당일 산행지로 인기. 산 어디서건 생기발랄한 봄바다가 보인다.
섬 일주도로의 끝과 끝을 연결하는 선착장은 샘꾸미와 큰무리 두 곳이다. 샘꾸미가 한적한 어촌의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곳인 데 반해 뭍으로 가는 잠진도 선착장과 뱃길이 연결되는 큰무리 선착장은 어촌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부둣가에서 갓 따낸 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 | ||
▲찾아가는 길: 인천신공항고속도로 이용. 고속도로가 끝나기 직전 용유-무의IC로 나와 무의 방향으로 직진하면 무의도행 카페리가 출항하는 잠진도 선착장까지 약 8km의 해변 도로가 이어진다.
카페리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수시 운항되며, 물때에 따라 운항하지 않는 시간대가 있으므로 미리 운항시각을 알아보는 것이 편리하다(무의해운 032-751-3354). 1인당 배삯은 왕복 2천원(왕복)이며, 승용차 선적 요금은 2만원이다. 승용차 승선료를 절약하려면 잠진도 선착장 주변에 주차를 하고 배를 타는 것이 좋다. 무의도 안에서는 배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운행된다.
▲주변볼거리: 국제공항을 지나 잠진도 선착장 입구를 지나치면 을왕리와 마시란 해변으로 가는 길이다. 섬마을 드라이브의 묘미와 함께 마시란의 백사장을 배경으로 낙조를 감상하기 그만이다. 국제공항 주변에는 해수를 이용한 온천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영종도해수피아(032-752-6000)가 나들이의 피로를 씻기 좋은 곳이다. 넓은 주차장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해수피아 건물에 들어설 수 있다.
이시목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