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거리 인사동에서 ‘쌈지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 이상야릇한 길의 정체는 예술문화공간이란다. (주)쌈지가 지은 특별한 건물이자 길 이름이다.
길이라고 해서 2차원적인 평면만을 생각하면 쌈지길은 찾을 수가 없다. 4층 높이의 건물을 따라 계단과 회랑을 겸하여 조성된 ‘입체 보행로’이기 때문이다. 좁다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모퉁이를 돌고 돌면 결국 모든 숍들을 둘러볼 수 있는 골목길 구조. 그러면서도 막힘이 없다. 공간 자체가 예술이 되고 놀이가 되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특별한 곳이다.
‘쌈지길’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탁 트여 있는 공간에 놀란다.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 형태의 건물이다. 가운데를 비움으로써 사방에 흩어진 작은 숍들로 시선을 쏟게 만들었다. 오른쪽으로 난 나선형의 오르막길은 1층에서 4층까지 쌈지길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길은 계단이 아니라 경사면과 이어진 회랑들로 구성돼 있다. 힘이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길만 따라가면 72개의 공방과 갤러리, 소품점들을 모두 구경할 수 있는 것이 특이하다.
직선 거리로 치면 모두 5백m 길이. 인사동의 골목길이 그만큼이나 더 길어진 것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숍들은 철거되기 전의 인사동 골목길을 재현해 놓았다. 숍들은 모두 투명 유리로 마감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고 길의 한 쪽 면은 반드시 가운데 마당을 향해 트여 있다.
쌈지길은 벌써 입소문이 자자하다. 현대적 감각의 건축물과 전통적인 소재들. 길 밖에서 보면 길의 경사면만큼이나 기울어진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고, 길 위에서는 개성 넘치는 작은 숍들이 발길을 멈추게 만드니 무리도 아니다. 국내외 관광객들은 물론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사진 전공자들까지 몰려와 어떤 날은 한낮에도 북적거린다. 여기저기서 디카며 폰카 셔터음이 끊이지 않는다.
▲ 캐릭터숍 ‘딸기’, 추억의 문구숍 ‘참 잘했어요’, 쌈지길에 입주해 있는 가게 문패들(위부터). | ||
첫걸음길에는 한지 공예가 장용훈씨의 ‘장지방’을 비롯해 섬유공예점 ‘이-결’, 리빙 브랜드 ‘숨’ 등 주로 의류 소품이나 악세서리 등이 주류를 이룬다. 그 중 ‘참 잘했어요’는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류와 소품들로 향수를 자극한다.
도자기 전문점이 많은 두오름길에서는 녹차 전문 카페 ‘세이지’에 들러 짚으로 된 특별한 의자에 앉아보는 것도 재밌다. 세오름길은 한복 가방 등 전통공예 공방들이 몰려 있어 외국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맨 윗층인 네오름길은 하늘정원으로 연결된다. 전주식 전통 한정식집과 하늘 정원이라는 다원이 있는 휴식공간이다. 인사동 일대를 조망하기에 딱맞는 장소다. 저녁에는 도심 한복판에서의 일몰을 감상하기도 좋은 곳이다. 지하 1층 아랫길에서는 기념품으로 구입할 만한 저렴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가운데 마당에서는 전통 무예 공연이 펼쳐진다.
인사동 수도약국과 학고재 사이. 문의 02-736-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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