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진강변의 하동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 흐드러진 꽃잎이 구름처럼 둥실 떴다. | ||
동백 매화 산수유 할 것 없이 지각출석을 하더니, 급기야는 벚꽃까지 개화가 늦다. 뒤를 이어 피는 진달래며 각종 유실수의 꽃들도 순연될 처지. 지난해보다 짧게 7일, 길게는 열흘까지 늦다.
절정기의 꽃을 만끽하려면 날씨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개화소식에도 재빨라야 한다. 적어도 열흘 정도 봄날씨가 이어져야 제대로 꽃이 피기 때문이다. 꽃놀이 떠나기 전 인터넷 등으로 먼저 주말 개화여부를 확인하고, 이것으로 모자랄 때는 관할 시군청(관광과)에 문의해보는 것도 좋다.
다행히 이번 주말부터는 꽃이 핀다는 소식이다. 4~5월은 꽃잔치의 계절. 다소간 시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 예상되는 만개시기 순으로 가볼 만한 꽃 여행지를 소개한다.
4월9일 주말 남도 벚꽃 개나리 만개
예년보다 10여 일 늦어 4월 문턱에서야 절정을 이룬 전남 구례 상위마을의 산수유는 현재 경기도 이천 백사면까지 북상했다. 이천시는 예년보다 1주일 정도 미뤄 축제를 열었는데도 꽃은 축제가 끝난 이번 주말께나 만개할 전망이다.
벚꽃 화신을 처음 알리는 신호탄격인 진해 벚꽃이 4월 들어서면서 개화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진해 하동 남해 사천 영암 경주로 이어지는 남해안의 벚꽃 벨트는 이번 주말이 만개 시점이 될 것이 확실하다. 진해는 4월7일경, 나머지 5곳은 주말부터 3~4일간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진해에서 손꼽히는 벚꽃 산책로는 장복산공원 안민고개 해군사관학교 해군기지사령부 등 4곳. 장복산(582m)은 장복산휴게소에서 마진터널에 이르는 1.5km 구간이 벚꽃터널을 이루고 안민고개는 시내에서 고개까지 약 5.6km 구간이 핵심구간이다.
섬진강변의 하동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길과 강변 국도, 사천 선진리성, 경주 보문단지, 영암읍내에서 독천으로 이어지는 819번 지방도로, 남해대교~남해읍간 16km 길도 벚꽃잎이 고운 꽃비로 내리는 남도의 벚꽃 명소. 수천 그루의 아름드리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 꽃길 속에서 봄날의 화사함을 맛볼 수 있다.
▲ 목포 유달산 개나리 길.(위), 대구 비슬산의 참꽃군락지. 4월 말쯤 꽃물이 절정에 달한다. | ||
특히 영취산(510m)은 남한의 3대 진달래 명산으로 꼽힐 만큼 진달래평원이 멋진 곳. 때마침 8일부터 10일까지 흥국사~봉우재 구간의 진달래평원에서 축제도 펼쳐진다. 항도 목포를 대표하는 유달산에는 주말부터 10여 일간이 개나리가 감상의 적기로 예상된다. 하얀 벚꽃과 노란 개나리가 어울려 산 전체가 화사하게 빛난다. 축제는 이미 지났다.
4월 16일 주말 벚꽃 중부상륙 복사꽃 만개
둘째 주로 접어들면서 4월12일께 벚꽃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과 동해안 일대까지 북상한다는 예보다. 전주 익산 등 중부 산간지방은 4월14일 이후 개화를 시작, 주말께 만개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는 4월 6~10일 사이에 열리고, 강릉 경포대 벚꽃 축제는 10일경으로 예정돼 있으나 절정기는 축제 이후로 이어진다. 익산 벚꽃맞이 보석축제는 7일~18일, 벚꽃이 만개할 무렵 개최되는 충남 공주 철화분청사기축제는 11일~14일, 충북 제천의 청풍명월 벚꽃축제는 9일~17일, 군산 벚꽃축제는 17일까지 열린다. 대부분 축제일을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춘 데다 축제기간을 길게 잡아 이 지역들은 벚꽃 만개시기가 축제기간과 겹칠 가능성이 높다.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내소사(전북 부안)와 서산목장(충남 서산), 금산사(전북 김제), 팔공산(대구 동구) 등도 주말께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벚꽃 명소들. 꽃잎 즈려 밟고 찾아가는 길에 화우(花雨)라도 내렸으면 하고 소망해 보게 된다.
이 주말엔 벚꽃과 함께 각종 유실수들도 꽃을 틔울 시기다. 영덕 복사꽃(지품면 일대)과 나주 배꽃(금천면 일대)이 대표적이다. 경북 영덕의 복사꽃 큰잔치는 8일에 열리고, 전남 나주의 배꽃 한마음축제는 10일 막을 올리지만 지금의 추세로는 두 꽃이 12일 이후에나 만개할 것으로 보여 축제와는 관계 없이 별도의 꽃구경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 고향 남쪽바다’인 경남 마산 앞바다의 푸른 물빛을 벗삼아 걸으며 즐길 수 있는 무학산 진달래는 13일 이후 피어 주말부터 일주일쯤 절정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 오름길 중 관해정 코스는 4월 중순이면 화사한 벚꽃이 가세해 권할 만하다.
4월23일 주말 부석사 사과꽃 마이산 벚꽃
4월도 중순을 훌쩍 넘긴 셋째주엔 전주, 서울보다 1주일 정도 개화가 늦는 마이산 벚꽃과 대구 비슬산 진달래꽃, 충북 청원 오창과학산업단지의 유채꽃, 부석사 사과꽃 등이 볼 만할 것으로 기대된다.
3대 X파일로 유명한 마이산의 벚꽃 만개시기는 해발 고도가 높아 서울보다 늦다. 20일 이후 산 아래 진입로변이 온통 벚꽃이다. 벚꽃 만개시기에 맞춰 벚꽃축제가 개최되나,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팔공산과 함께 대구 명산으로 손꼽히는 비슬산은 소문난 진달래 군락지. 정상에서 조화봉에 이르는 완만한 능선길이 온통 진달래꽃으로 뒤덮인다. 17일부터 24일까지 ‘비슬산 참꽃축제’가 열리는데, 지금 날씨대로라면 축제 막바지에 개화해, 4월 말께나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 강릉 경포대의 벚꽃. 오는 12일께 완전히 부풀어 오른다.(위),샛노란 꽃비가 환상적인 구례 이천의 산수유. | ||
무량수전 앞으로 펼쳐지는 산중 경관이 매력적인 부석사 또한 4월에 찾기 좋은 곳 중 하나. 하얗고 빨갛게 색을 밝힌 사과꽃들이 거의 한 달 동안 부석사 어귀에서 피고 지기를 거듭한다. 17일경 개화하기 시작해 월말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4월30일 주말 청송 수달레 선운사 동백꽃
4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꽃은 청송 주왕산 수달래와 창녕 화왕산의 진달래, 삼척시 근덕면 맹방해수욕장 근처의 벚꽃, 선운사 동백꽃 등이다. 모두 4월 말에서 5월 초에 걸쳐 만개한 후 낙화한다. 경기 이천의 장호원 백족산 자락에 복사꽃도 화려하게 피어나는 시기다.
길이가 짧고 연륜이 길지 않아도 빼놓기 아쉬운 벚꽃 명소들이 있다.
삼척시 남쪽의 한치 밑 마을에서부터 교가리 삼척전자공고에 이르는 맹방 벚꽃길은 거리가 4km에 불과하지만 바다를 끼고 도는 벚꽃터널이 일품이다.
충북 보은의 속리산 가는 길도 알려지지 않은 벚꽃 명소다. 말티재 꼬부랑 고갯길의 휴게소부터 속리산 입구까지 벚꽃길이 드문드문 이어지는데, 장재저수지를 끼고 돌아가는 꽃길은 인상적인 드라이브의 추억이 남는 곳이다.
십리억새밭으로 유명한 화왕산도 무학산, 영취산에 버금가는 진달래꽃밭. 정상 일대 산릉이 넓고 화사한 진달래로 뒤덮여 있어 봄철 산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주왕산의 수달래와 선운사 동백꽃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수달래는 빛깔이 진하고 20여 개의 붉은 반점으로 예쁘게 치장된 진달래과의 꽃. 주방천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다. 축제는 4월 말부터 5월 초에 걸쳐 개최된다.
동백꽃불을 밝힌 선운사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도량이다. 보통 4월 말부터 5월 초순까지 꽃이 피어 동백이 아니라 ‘춘백’으로 불리는데, 촛불처럼 빨갛게 타오르는 꽃은 물론, 송이채 떨어지는 낙화의 장관까지 감상할 수 있다. 동백꽃 피는 시기에 선운사 입구에선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잎의 운무를 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