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봄빛만큼 가까이 다가선 여름. 울창한 송림 속에서, 하얀 등대 밑에서, 그리고 ‘동해를 지키겠노라’던 문무대왕비의 수중릉에서 한 발 먼저 여름을 맞았다.
백두대간의 끝자락이랄 수 있는 울산시 동구 일산동 대왕암공원은 동해안에 자리한 아름다운 해변공원이다.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동해의 맑고 깨끗한 바닷물, 푸르고 울창한 해송숲이 조화를 이뤄 울산시민들의 좋은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공원입구부터 펼쳐진 소나무 숲길을 따라 6백여m 쯤을 가면 동해 뱃길의 길잡이가 되는 울기등대가 나온다. 1906년에 세워진 울기등대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등대. 울산에서 포항에 이르는 동해안 북동쪽 항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21마일의 해역까지 뱃길을 밝혀주고 있다. 이곳에서 2백m쯤 더 가면 대왕암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울산 시민들이 ‘댕바위’라고도 부르는 대왕암은 신라의 문무왕비가 죽어서 문무왕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어 바위에 잠겼다는 전설이 깃들여진 기암괴석. 점점이 이어지는 바위를 기둥 삼아 놓여진 철교(대왕교)를 건너면 마법의 성처럼 우뚝 솟은 바다 위의 섬, 대왕암에 발을 딛고 설 수 있다. 사방에서 넘실대는 푸른 바다며, 바람을 타고 올라오는 하얀 포말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간절곶보다 1초 늦게 해가 떠 대왕암은 일출 여행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왕암과 대왕교를 배경으로 한 일출 장면은 추암 촛대바위 부럽지 않다는 소문이다.
대왕암 입구에 있는 참고래 턱뼈(5m) 조형물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울산이 고래잡이의 고장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놓은 턱뼈는 1984년 2월 군산 어청도 근해에서 잡은 19m길이의 참고래의 것. 고래턱뼈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조각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참고래 턱뼈 조형물 아래로 난 해변길은 대왕암을 또 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이 보기 좋게 파도 사이에 놓여 있는 해안 바위에 앉으면 대왕암과 대왕교가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경관 좋게 솟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절벽마다 손맛에 심취한 갯바위 낚시꾼들의 모습과 함께 금방 따온 성게 전복 등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해녀들도 만날 수 있다. 발 밑으로 바다를 깔고 앉아 해삼 전복 안주에 소주라도 한잔 넘기면 묵은 시름 같은 건 애당초 없었다는 듯 바닷속 저멀리로 사라지게 된다. 대왕암공원 인근에는 곱고 깨끗한 백사장과 신라의 왕들도 즐겨 찾았다는 반달모양의 일산해수욕장도 있다.
▲찾아가는 길: 울산 시내길이 초행이라면 울산역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다. 울산역에서 명촌대교를 지나 태화강을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를 타는 것이 방법. 20여 분을 달린 후, 해안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우회전해 미포조선 방향으로 가면 대왕암공원 이정표가 나온다. 대왕암공원 입구에 유료 주차장이 있긴 하나, 일산해수욕장 진입로 부근에 있는 무료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료 주차장에서 공원 입구까지는 도보 5분 거리. 입구에서 다시 8백m 정도를 걸어야 대왕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