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로운 대이작도의 마을 풍경. | ||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두 시간. 자월도를 거친 배는 승봉도에 닻을 내리기 전, 이작도에 몸을 푼다. 잔잔한 바다 위, 두 개의 발자국을 찍어 놓은 듯 오롯이 솟아 있는 형제섬 대이작, 소이작.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피난 온 난민들이 이곳에 정착해 마을을 이뤘다. 이작이란 이름은 예부터 해적들이 소굴로 삼았다고 해서 ‘이적’이라고 불리다가 변한 것이다.
두 섬이 모두 고만고만하게 작지만 그 중 큰 섬을 대이작, 작은 섬을 소이작이라고 한다. 섬 사이 거리는 지척이다. 한 2백m나 될까? 이쪽에서도 저쪽 어느 집 아궁이에 불을 때는지 훤히 보인다.
고래는 대이작도 ‘큰풀안’과 ‘작은풀안’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다. 큰풀안 해수욕장은 마을에서부터 7백m쯤 떨어져 있고, 작은풀안은 그 바로 옆에 있다. 큰풀안 백사장은 ‘길이 4백m, 종심 50m’로 규모가 큰 편이 아니다. 그러나 해수욕장 뒤편으로 왕솔숲이 우거져 있어 운치가 그만이다. 앞바다에서는 후리질을 이용해 광어와 숭어들도 잡을 수 있어 여행하는 재미를 더한다. 작은풀안은 오른쪽 해안바위가 모두 자연산 굴로 뒤덮여 있다. 굴이 덕지덕지 붙은 바위들은 본래의 검은 색깔 대신 회백색으로 변했다.
▲ (왼쪽)대이작도의 형제섬 소이작도 손가락 바위. 신기하게도 검지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든 모양새다. 오른쪽은대이작도 부아산 정상. 이곳에 서면 주변의 승봉도, 소야도, 자월도 등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이 훤히 보인다. | ||
길이 4km. 너비 1km. 면적이 무려 30만평. 주민들이 ‘풀치’라고 부르는 풀등, 일명 ‘고래등’이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자 시선을 아득히 먼 곳으로 던지지만 그 끝이 어딘지 가늠할 수 없다. 세상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이 많은 모래들, 쌀가루보다 더 곱고 깨끗한 이 모래들은 어디서 와서 이곳에 차분히 쌓였을까? 풀치는 차라리 오아시스에 둘러싸인 사막이다. 함부로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풀치는 사막을 닮았다. 그럼으로써 풀치는 제 몸이 더럽혀지는 것을 막는다.
풀치는 쓰레기 하나 없는 청정지대다. 배를 타고 풀치까지 건너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없지만, 만에 하나 있다고 해도 물 속에서 잠을 자다 나오면서 말끔한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모래사장 위에 앉아서 한가로이 낚시를 하는 강태공들의 모습은 풀치만의 풍경이다. 고래의 등과 수면이 어느 정도 경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낚시가 가능한 것이다. 강태공들이 속속 광어와 놀래미 따위를 건져 올릴 정도로 풀치는 전역이 낚시 포인트다.
이곳은 또 명주조개와 골뱅이가 많고 또 씨알이 굵기로도 유명하다. 사람들은 풀치로 들어오면서 저마다 망태를 하나씩 가져오는데, 나갈 때는 어김없이 망태가 가득이다. 명주조개와 골뱅이는 작은 모종삽이나 호미가 있으면 잡기 편하다. 그러나 굳이 없다면 손으로 파도 그만이다. 행여 손이 아프면 발을 이용하면 된다. 두 발을 모으고 뒤꿈치에 힘을 실은 후 모래를 비비듯 뒤로 움직이면 명주조개들이 속속 튀어나온다.
▲ (맨위)대이작도 부아산 정상. 이곳에 서면 주변의 승봉도, 소야도, 자월도 등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이 훤히 보인다, (가운데)부아산 정상에는 산마루를 이어 빨강색 구름다리를 놓았다, (맨끝)대이작도 앞바다는 수심이 얕고 파도가 낮아서 어린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다. | ||
다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도 사람들은 자기 마음이라도 묻어 놓은 양, 쉽사리 걸음을 옮기지 못 한다. ‘다음 배는 없다’, ‘모두 타야 한다’고 재촉하는 선장의 목소리가 왜 그리 듣기 싫은지….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장이 키를 돌리며 제 딴에는 친절을 베푼다며 명주조개 해감법을 설명한다.
“명주조개는 흐르는 물에 하루 동안 해감하세요. 해감 후에는 초벌로 삶고 그 물은 버리지 말고 보관하세요. 삶은 조개는 모래주머니를 손질한 후에 초벌 삶은 물에 조리를 하면 맛이 끝내줍니다.”
몇이나 그 소리를 들었을까?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풀치, 다시 바다 속으로 잠수하는 고래등 위에 머물러 있다.
이작도 주변 섬들을 조망하려면 대이작도 부아산 정상이 좋다. 대이작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지만 산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민망할 정도로 낮다. 그 높이가 해발 3백m도 채 안 될 듯하다. 부아산은 높이가 낮은 만큼 오르기도 수월하다. 선착장에서부터 작은풀안 해수욕장 쪽으로 가는 큰 길을 따라 1.5km쯤 걷다보면 왼쪽으로 난 임도가 하나 보인다. 이곳으로부터 부아산 정상까지는 4백여m. 선착장에서 정상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정상 부근에는 산마루를 잇는 길이 68m, 높이 7m의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정상.
높이가 낮지만 부아산은 확실한 옹진반도 조망대다. 북으로는 자월도와 인천·강화도가 보이고, 서로는 덕적도와 소야도가 보인다. 남으로는 아산만이 한눈에 들어오니 눈이 다 시원하다.
대이작도에는 부아산 이외에 주변 자연경관이 백사장과 어울려 아늑한 ‘떼넘어 해수욕장’이 볼 만하다. 이곳은 추억의 영화 <섬마을 선생님>을 촬영했던 계남분교가 있다. 지금은 폐교가 돼 버려졌지만 영화의 아련한 향수를 끄집어내고 싶다면 한번 찾아가 보길 권한다.
소이작도는 ‘약진넘어 해수욕장’, 벌안해변 등이 볼 만하다. 선착장 옆 검지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듯한 손가락바위는 소이작도의 명물이다.
▲숙박문의: 옹진군청(http://gun.ongjin.incheon.kr) 홈페이지 사이버관광 참고. 032-880-2114
▲먹거리: 이작횟집(032-834-9944)-자연산 농어, 광어 6만원. 밑반찬은 거의 없지만 회맛이 좋고 매운탕이 일품이다. 식사로는 5천원짜리 백반도 먹을 만하다. 이작도에서 잡은 박하지 게장이 나온다.
▲교통: 인천 연안부두 여객선터미널과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쾌속선과 일반 여객선이 오간다. 이작도까지는 쾌속선의 경우 50분, 일반선은 2시간 걸린다. 쪾진도운수(http://www.jindotr.co.kr, 전화:032-888-9600)와 우리해운(http://www.urief.co.kr, 전화:032-887-2891~5)이 연안부두에서 출항하고 두 회사를 합쳐서 7~8회 운항한다. 운항시간은 수시로 바뀐다. 각 회사에 문의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차를 싣고 갈 경우 그 무게에 따라 3만~8만원의 요금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