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평택에 자리한 수도사. | ||
경기도 평택시에 자리한 수도사는 사찰음식을 맛보고 또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사찰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7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사찰음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찰음식 체험은 ‘수도사 템플라이프’의 한 프로그램이다. 템플라이프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사찰음식체험과 발우체험, 다도체험 등 프로그램이 옹골차게 짜여 있다.
사찰음식을 조리할 때는 3대 원칙이 있다. 첫째가 청정의 원칙. 인공조미료나 방부제를 쓰지 않고 청정한 채소로 맛깔스런 맛을 내는 것을 말한다. 조미료와 함께 육류는 물론 파, 마늘, 달래, 부추, 홍거 등 오신채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유연의 원칙으로 짜고 매운 것을 피해야 한다. 자극적인 음식은 수행하는 승려들의 위장에 부담이 가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여법의 원칙이다. 음식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 순서도 단 것, 짠 것, 식초, 장류의 순으로 넣어야 한다.
▲ 위는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사찰음식으로 1.생표고양념구이, 2.다시마부각, 3.두부김전이다.(맨아래)참선수행중인 체험객들. 수행중 잠깐 졸기라도 하면 성산 스님의 죽비가 여지없이 날아들어 잠을 깨운다. | ||
지지고 볶고, 보기 좋게 장식까지…. 체험객들은 사찰음식 만들기 삼매경에 빠진다. 조리장은 금세 고소한 들기름 냄새로 가득하다. 대부분 주부들인 체험객들에게도 처음 만들어보는 사찰음식이 쉽지만은 않은 모양.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진다.
체험의 메뉴는 밥과 국, 반찬 서너 가지 정도로 이루어진다. 연꽃의 열매인 연자와 현미, 찹쌀, 구기자 등을 이용한 연자밥, 두부와 감자, 표고버섯 등을 넣은 두부감자탕, 다시마와 찰밥을 튀긴 다시마부각, 으깬 두부를 김에 말아 지진 두부김전, 표고버섯에 양념을 하고 지져 깻잎에 싼 생표고양념구이 등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시간30분.
체험객들은 자신이 만든 사찰음식을 발우체험에서 직접 맛보게 된다. 발우체험은 사찰음식체험이 끝난 후 곧바로 이어진다. 음식을 만드느라 점심을 넘긴 체험객들의 뱃속은 자꾸만 밥을 달라고 요동치지만 도리가 없다. 복잡한 발우의식을 끝낸 후에야 비로소 젓가락을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적문 스님을 중심으로 체험객들은 양쪽에 줄을 맞춰 ‘ㄷ’자 형태로 앉는다. 승려들이 발우를 할 때는 좌우에 ‘이판’과 ‘사판’이 앉게 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이판사판’은 불교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판은 불경 연구와 참선에만 열중하는 승려를 가리키는 말이고, 사판은 절의 운영과 행정을 맡아보는 승려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판사판이란 말은 그 둘의 경계가 모호해져 뒤죽박죽이 됐다는 뜻이다.
▲ 발우체험 모습. 음식을 다 먹은 후에 고춧가루 하나라도 그릇에 남겨선 안된다. | ||
발우체험이 끝난 후에는 수도사와 다보사(경기도 하남시) 선원장인 성산 스님과 함께 참선과 다도 체험을 한다. 하루 8시간씩 면벽수도 17년을 한 성산스님은 전국의 모든 선원을 두루 돌아다니며 선을 쌓았다.
방금 발우가 끝난 후라 졸음이 몰려 올 시간. ‘이 뭐꼬?’라는 화두를 좇아가며 정신을 집중하지만 졸음 앞에선 항우장사도 못 견딘다. 순간 ‘탁’ 하는 소리가 참선장 안에 울린다. 성산 스님의 장문죽비 소리다.
죽비는 길이 1백50cm가량. 보기엔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아프진 않다. 다만 정신을 깨우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다도체험에서 성산스님은 참선을 하면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혹은 어떤 고민들이 있는지 묻고 그에 대한 답을 해준다.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작설차 향이 체험장 안에 가득 퍼진다.
한편 수도사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진행하는 템플라이프 외에 격주마다 1박2일간의 템플스테이를 실시하고 있다. 템플라이프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조금 더 여유롭게 사찰문화를 접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추석연휴인 9월18일~19일에 템플스테이가 마련돼 있다.
여행 안내
★문의: 수도사 031-682-3169, 한국전통사찰음식연구소(www.templefood.co.kr)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서평택IC에서 50m 직진→사거리에서 우회전→수도사 이정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