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 따라 낭만이 넘실대는 팬스타크루즈. | ||
부산이라는 거대한 도시가 ‘붉은 노을’에 잠기는 순간, 거대한 크루즈 한 척이 그 광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길이 7.24km의 화려한 광안대교, 아찔한 해안절벽에 선 태종대, 해안선을 따라 총총히 이어지는 조각 같은 빌딩들. 그리고 산자락을 따라 쉼 없이 오르는 주택가의 풍경들. 그 모든 것들이 부두에서 바라본 촘촘한 선박들처럼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
그처럼 부산 앞바다를 제 것으로 끌어들인 이 대형선박의 이름은 ‘팬스타크루즈’다. 지난해 12월25일 17시간짜리 국내 크루즈 시대를 개막한 팬스타크루즈가 이제는 ‘한번쯤 타고 싶은 크루즈’로 최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산을 보려면 크루즈를 타라’고 말할 정도다.
크루즈는 매주 토요일에 출발해 부산의 해안 명소를 두루 관람하고 일요일 아침에 하선하는 1박 2일 일정의 여행이다. 일몰과 일출을 선상에서 감상하는 것은 기본. 선상 불꽃놀이, 나이트댄스, 밸리 댄스, 통기타 연주 등 다양한 이벤트로 승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2만2천t의 대형 선박인 ‘팬스타페리’는 총 길이 1백60m에 높이 25m, 최대 승선인원이 5백50명이다. 특히 최대시속 47km로 동급 선박 중에서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배로도 알려져 있다. 원래 일본 오사카를 오가는 호화 국제여객선으로 부산항에 정박하는 주말에 한해서만 국내 크루즈로 전환된다. 지금도 주중에 일본 3회, 주말이면 부산 앞바다를 오가는 페리로 국내선과 국제선을 오가는 최초의 크루즈다.
토요일 오후 4시 팬스타페리는 부산항을 떠나 조도와 태종대로 향한다. 배는 물속에 잠기는 6m쯤을 감안하더라도 바다 위로 약 19m 높이를 자랑한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거대한 부산항도 이색적이지만 해안선을 잇는 오밀조밀한 도심 풍경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배에 승선한 뒤 저녁식사 전까지는 오륙도, 조도, 태종대 등 해안 절경을 감상하는 시간. 3층 헬기 데크 위에서는 때마침 색소폰 연주자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흘러나오고,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재현해 줄 뱃머리도 설치되어 있다. 배는 느긋하게 움직이지만 바닷바람은 삼킬 듯 달려와 두 볼을 때리고 간다.
▲ 팬스타크루즈에 오르면 부산의 활기찬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 ||
배가 오륙도를 뒤로한 채 뱃머리를 크게 돌리자 이번엔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태종대가 반긴다. 파도가 깎아 세운 듯한 아찔한 암석과 울창한 해송으로 그 옛날 신라 태종무열왕(신라 제29대 왕)조차 매료되었다던 곳이 태종대라고 한다. “저기 태종대 맞죠! 옛날에 다 가봤는데….” 그곳에 서서 한번쯤 바다를 칭송했던 기억이 났던지, 사람들의 공감대는 더욱 커졌다.
배는 해안의 서쪽 끝으로 간다. 사하구 다대동 몰운대. 인근 다대포와 연결돼 있어 일몰의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낙동강 하구와 맞닿아 있어 안개와 구름이 끼는 날이면 마치 섬이 구름 속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 ‘몰운대’다. 일몰 감상을 위해 여기서 배는 일시 정박한다.
물운대의 일몰과 다음날 해운대 일출까지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팬스타크루즈의 백미는 역시 광안대교의 야경이다. 총 연장 7.42km의 대한민국 최장의 교량인 광안대교는 요일 계절별로 약 10만 가지 이상의 색상을 낼 수 있는 조명시설을 갖추고 있다.
팬스타크루즈의 사진 이벤트를 담당하는 심근보씨(41)는 “어떤 날은 광운대교 바로 앞에 정박할 때가 있는데, 그럼 그 화려한 조명들이 바로 앞에서 쏟아지거든요. 그때 정말 끝내주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 “선명한 일출보다는 일출 전의 푸른 여명이 더 매력적”이라며 사진 포인트도 살짝 귀띔해준다.
팬스타 크루즈의 매력이라면 역시 1박 2일의 숙박이 가능하다는 것. 도시에서 겨우 몇 km 떨어져 있을 뿐이지만, 바다 위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에 누구나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숙박은 저렴한 단체 객실부터 고급스런 호텔급 객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단 전망 좋은 객실의 경우, 사전예약은 필수다.
크루즈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배 안에서의 이색 체험이다. 불꽃놀이, 댄스파티, 밸리댄스 및 공연, 무료 사진 찍기 등 승선해서 내리기 직전까지 이벤트는 멈추지 않는다. 물론 나눠주는 가이드 책자를 꼼꼼하게 훑어보거나 안내방송에 주의를 기울일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더 많긴 하다.
흔히 놓치기 쉬운 이벤트로는 저녁 시간대에 살짝 진행하는 ‘선내 투어’가 있다. 이형식 선장(35)이 직접 진행하는 ‘브리지 견학’은 최첨단 운항장비를 견학하는 시간으로 1차 방송 후 안내데스크 앞에 모여서 출발한다. 브리지에서 보는 탁 트인 전망과 야경 역시 메가톤급. ‘배를 직접 몰아 보실래요?’ 뜻하기 않게 2만t급 선박의 ‘기적’을 울릴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 팬스타크루즈(위) 모습과 선실 견학(아래). | ||
그밖에 3층 선상 카페 ‘유메’와 1층의 레스토랑,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간이 사우나, 노래방 등 도심 한복판을 연상할 만큼의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용하는 연령층도 매우 다양하다. 기업체 연수나 친목모임이 많은 편이지만 가족 단위나 연인들의 크루즈 참여도 꾸준한 편이다. 서너 차례 다녀간 단골 고객도 생겼다고. 청명한 겨울 바다도 아름답지만 선상의 낭만을 추위에 떨지 않고 감상하기엔 지금이 좋다. 영화제로 들끓는 도심의 열기도 느껴보고, 주말엔 낭만크루즈에 몸을 싣고 달려보자.
크루즈여행 안내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일요일 오전9시 운항(오후 3시부터 승선)
●부산항1부두 출발 태종대-몰운대-오륙도-광안대교-수영만
●레스토랑·사우나·노래방·선상카페 구비
●승선할 때 티켓과 함께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선상에서는 무료사진을 찍어준다. 찍힌 사진은 다음날 아침에 찾을 수 있다.
●가격: 1인당 7만~22만원대 (식사와 이벤트 포함)
●문의: (주)팬스타라인닷컴 www.panstarcruise.co.kr/ 051)4646-400
▶가는 길: 경부고속로로 부산IC-중앙로-연안여객터미널(30분 소요)/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수속 후 국제여객터미널로 이동-오후 3시부터 승선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