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차!’ 물지게를 져보는 어린 관람객. | ||
인천 송현동 근린공원 내 ‘달동네박물관’. 인근 주민들의 도움으로, 1999년까지 달동네였던 이곳 수도국산에서 철거된 가옥과 집기들로 박물관 지하 4백평을 채웠다. 솜틀집, 만화가게, 연탄집…. 이곳에 들어서면 어느새 시간을 잊고 30~40년 전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다.
예전 수도국산 달동네는 ‘루핑집’이 많았다. 루핑은 두꺼운 종이 같은 섬유제품에 아스팔트를 먹인 방수재료. 태풍은 물론이고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지붕이 날아가 버려 사람들을 애타게 만들었다. 달동네박물관에 있는 집들도 거의 대부분 루핑과 슬레이트지붕이다.
달동네 가옥은 대개 경사지에 터를 닦은 데다 대지가 좁고 긴 모양이라 마당이 거의 없다. 마당이 들어설 자리가 있다면 한 채의 집이라도 더 지어 산 위로 올라온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보호막이 되었을 터다.
▲ ‘세상에 이런 만화도 있었네.’ 만화가게를 재현한 골목 앞에서 신기해하는 어린이와 만화의 세계에 푹 빠진 어린이.(가운데)추억을 떠올리며 구멍가게를 기웃거리는 중년 관람객들. (맨아래)달동네박물관 전경. | ||
지붕이 맞붙을 것처럼 좁은 골목길은 인연의 공간이다. 둘이 지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너비.
이곳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길을 양보하면서 친해지고 인연을 쌓았다. 그래서 골목길은 달동네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끈이 되었다.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건물들 말고도 달동네박물관에는 볼거리들이 많다. 어떻게 구했는지 만화가게에는 수십 년 전 만화들이 진열장에 곱게 꽂혀 있고, 동네슈퍼에는 봉지로 사 먹던 밀가루와 설탕들이 시계태엽을 자꾸만 뒤로 돌린다.
요즘 만화에 비하면 유치한 그림이련만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당시 만화들에 관심을 보이면서 가게 앞 평상에 죽치고 눌러앉아 시간을 보낸다.
지금이야 밀가루와 설탕을 포장해서 팔지만 예전에는 함석이나 유리상자 안에 넣어두고 봉지에 담아 팔았다.
그 시절을 알 리 없는 아이들은 의아하기만 할 뿐이다.
▲ ‘진짜 가짜 찾기.’ 달동네를 배경으로 사진 한 컷 찰칵. 강아지는 가짜, 아기는 진짜다. | ||
박물관의 모든 집들은 문이 개방돼 있다. 어디라도 들어가 내 집인 양 기분을 낼 수 있다. 어느 골목 귀퉁이 집에는 당시 고등학생들이 입었던 까만 교복과 모자가 걸려 있기도 해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고픈 중년의 발길을 붙잡는다.
멋진 시간여행을 선사하는 달동네박물관은 오는 11월30일까지 무료 개방. 이후에는 어른 5백원, 청소년 3백원, 어린이 2백원의 입장료를 받을 계획이다. 박물관 개장 시간은 오전 9시 반∼오후 5시 반,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가는 길: 동인천역에서 6-1번, 27번, 마을버스 510번 타고 송현시장 근처에서 하차. 송현근린공원 내 박물관 위치.
★문의: 달동네박물관 032-770-6131, 홈페이지는 준비중.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