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은 5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본영 천안시장으로부터 특정 인사의 채용을 지시받았다고 밝혔다.
[천안=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구본영 천안시장이 특정 인사의 채용을 지시해 해당 인물을 채용하고,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전에 구 시장과 부인이 각각 2000만원과 500만원 등 25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은 5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 조사에서 천안시체육회 인사 비리와 관련해 당시 인사위원장이던 본인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진술했으나, 사실은 구본영 시장으로부터 특정 인사의 채용을 직접 지시받았다”고 밝혔다.
또 김병국 전 부회장은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인 5월 20일께 천안시 두정동의 한 식당에서 구본영 시장에게 2000만원을 직접 전달했으며, 후에 구 시장의 부인에게도 500만원을 전달했다”며 “부인에게 전달한 돈은 선거가 끝난 6월 중순께 되돌려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전 부회장은 구 시장의 임기 초인 2014년 8월부터 2년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을 맡았고, 시체육회 회장은 시장이 당연직이다.
당시 천안시체육회 인사위원장이던 김 전 부회장은 “A씨 채용 당시 시체육회 B사무국장으로부터 ‘모집공고를 시체육회 사이트에만 올렸다’는 보고를 받고, 왜 천안시청 홈페이지에는 게재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B사무국장은 우물쭈물하며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A씨의 채용이 구 시장의 의사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구 시장에게 묻자 구 시장은 처음엔 부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부회장은 “그러나 A씨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면접을 1주일 이상 계속 미루자 구 시장이 전화로 ‘꼭 좀 도와줘야 한다. 부회장이 이해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천안시체육회는 최근 규정에 없는 자리를 만들어 구본영 천안시장의 측근 3명을 잇따라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불법 정치자금 전달과 관련해 김 전 부회장은 “당시 구본영 후보로부터 자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 두정동 고용노동부 인근 모 회관에서 구 후보에게 현금 2000만원을 직접 전달했고, 또다른 이를 통해 구 후보의 사모에게 500만원을 전달했으며 이 돈은 6월에 다시 돌려받았다”면서 “캠프에서 이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알지 못하며 회계처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구 시장에게 특혜채용 건에 대해 여러 차례 옳지 않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개선되지 않아서, 천안시 체육회가 더 이상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고 최소한의 정의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구 시장이 스스로 매듭짓는 것이라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자금 건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곧 소명할 예정”이라며 “일종의 양심선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구본영 시장은 김 전 부회장의 폭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예정했으나 오는 6일로 미뤘다.
김 전 부회장은 “체육회 임원 채용이나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해 나 자신도 처벌을 피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고, 구본영 시장도 착한 분이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밝히는 이유는 부하직원의 협박에 의해 인사를 하는 이런 사람이 다시 시정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자료를 준비해 검찰에 자수할 예정이며, 인사비리에 대한 경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하고 다시 조사 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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